어린데 혈뇨·단백뇨? 콩팥 나빠지는 '알포트증후군'일 수도

이해림 기자 2023. 6. 3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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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유전성 콩팥질환 '알포트증후군'은 초기에 혈뇨, 단백뇨 등 비특이적 증상만 나타나 진단이 쉽지 않다. 이에 치료를 일찍 시작하지 못하면 말기 신부전 상태에 빨리 다다르게 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건강검진에서 혈뇨나 단백뇨를 진단받는 사람은 흔하다. 흔한 만큼 과로 탓이라 치부하고 넘어가기 쉽다. 그러나 희귀 유전성 콩팥 질환인 ‘알포트증후군’도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알포트증후군 환자들은 콩팥 상태가 점점 나빠지다 만성 신부전 상태에 다다른다. 문제는 진단·치료가 늦어질수록 그 시기가 앞당겨진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약을 복용해야 콩팥 투석이 필요한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어떤 때에 알포트증후군을 의심하고 정밀검사를 받아야 할까?

◇혈뇨·단백뇨는 피로 탓? '유전 질환' 증상일 수도
알포트증후군은 콩팥 사구체의 ‘거름망’ 역할을 하는 기저막의 주요 성분인 4형 콜라겐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이에 거름망을 구성하는 조직에 문제가 생기며 혈뇨가 나타나고, 병이 좀 더 진행되면 단백뇨가 동반된다. 혈뇨와 단백뇨 자체는 다른 콩팥 질환에서도 자주 관찰되는 증상이라, 의사로서도 알포트증후군을 곧바로 의심하기가 어렵다. 환자 수가 드문 희귀질환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실제로 알포트증후군 환자의 상당수가 IgA 신증이나 국소분절형 사구체경화증 등의 다른 사구체 신염, 고혈압성 신증 등으로 오진됐다는 학회지 보고가 있다.

유전 질환인 알포트증후군 특성상 여성 환자에서 특히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알포트증후군은 유전 방식에 따라 ▲X염색체 연관 우성 ▲상염색체 우성 ▲상염색체 열성 유형으로 나뉜다. 이중 상염색체 우성과 상염색체 열성 유형은 성별에 따른 증상 차이가 없으나, X염색체 유전형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증상이 약한 편이다. X염색체가 두 개인 여성은 하나가 말썽이어도 다른 하나가 멀쩡하지만, X염색체가 하나뿐인 남성은 이러한 보완이 불가능해서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지현 교수는 “X 염색체 유전으로 알포트증후군이 발생한 남성 환자의 90%는 40세 전에 말기 신부전 상태가 되고, 중간 연령이 25세에 불과하다”며 “반면 여성 환자는 보통 30~40%가 60세 즈음에 말기 신부전에 다다르고, 중간 연령이 65세 정도라고 알려졌다”고 말했다.

◇조기 발견해 혈압약 복용해야 투석 시기 늦어져
증상이 심한 유전형에 속하는 알포트증후군 환자는 대부분 말기 신부전 상태에 다다른다. 관건은 '시기'다. 병을 조기 발견해 콩팥 부담을 줄여주는 혈압약을 복용하면, 신부전을 예방하는 것까진 불가능해도 콩팥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만 1~2세 정도의 어린 환자라도 필요할 경우 혈압약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환자 수가 적은 희귀질환 특성상 대규모 데이터가 부족하긴 하나 혈압약이 환자의 콩팥 투석 시작 시기를 미뤄준다는 게 현재 의학계 중론이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콩팥센터장 강희경 교수는 "콩팥이 본격적으로 나빠지기 전, 단백뇨가 관찰되는 단계에서부터 혈압약을 복용하면 콩팥에 가는 부담이 줄어 투석이 필요한 시기를 10년 이상 미룰 수 있다"며 "치료를 빨리 시작하지 않으면 젊을 때부터 투석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교수는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유전형 환자들의 경우 치료받지 않으면 중간연령 22세에 투석을 시작하게 되지만, 혈뇨나 미세알부민뇨(단백뇨 전 단계)에서 치료받으니 40세 초반까지도 투석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았단 연구 결과가 ‘​국제신장저널(Kidney International)’​에 실렸다"고 말했다.

치료 시기에 따라 환자의 생애 후기 삶의 질이 달라진다. 그러나 알포트증후군을 제대로 진단받지 못해 치료를 아예 받지 않거나, 적합하지 않은 치료를 받는 환자가 많다. 알포트증후군과 혼동하기 쉬운 다른 사구체신염의 치료제를 투여받는 식이다. 김 교수는 "알포트증후군 외의 다른 사구체신염은 종류에 따라 면역억제제로 치료하기도 하는데, 이 면역억제제를 알포트증후군 환자에게 투여하면 치료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생길 수 있다"며 "우여곡절 끝에 알포트증후군 진단을 받아 치료를 시작해도 조기 진단·치료를 받을 때보다 예후가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혈뇨·단백뇨에 콩팥 질환 가족력 有… '정밀 검사' 필요
그렇다면 알포트증후군은 언제 의심해야 할까. 의학전문가들은 세 가지를 확인하라고 한다. 바로 ▲가족력 ▲소변 검사상 관찰된 혈뇨·단백뇨 또는 신부전 ▲눈·귀의 이상이다. 이런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 한 번쯤 알포트증후군을 의심하고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알포트증후군 환자의 약 85%는 가족력이 있다. 윗대에 나이가 들며 콩팥이 나빠진 가족 구성원이 있으면서 본인에게 혈뇨·단백뇨가 관찰될 경우 알포트증후군 환자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만성콩팥병 환자의10%는 유전 질환이 원인이며, 이 중에서 또다시 30%는 알포트증후군이 원인이었단 보고가 있다. 눈과 귀의 이상은 왜 확인하라는 것일까. 알포트증후군 환자에서 이상을 보이는 4형 콜라겐은 콩팥뿐 아니라 눈·귀 기저막의 주요 성분이기도 하다. 이에 알포트증후군 환자는 콩팥이 나빠질 뿐 아니라 청력 소실도 발생할 수 있다.

기저귀를 찰 정도로 아주 어린 아이의 경우,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마다 콜라색 소변을 누는 게 알포트증후군으로 인한 증상일 수 있다. 미세 혈뇨는 맨눈으로 확인되지 않으나, 혈뇨가 심할 경우 소변이 콜라색이나 빨간색으로 보일 수 있어서다. 역시 유전성 콩팥질환을 의심하고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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