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행보' 이복현, 은행 이어 2금융권까지 '상생' 압박하나

부애리 2023. 6. 3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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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요 시중은행에 이어 카드사 등 2금융권을 향해 상생금융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전날 "우리카드 같은 상생 노력이 금융권 전반에 확대되길 기대한다"며 "금융회사들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특화 금융상품 개발을 통해 지속가능한 상생금융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행, 보험사뿐만 아니라 카드사, 금융투자(증권)사 등 다른 업권에서도 다양한 상생금융 상품 개발에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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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이 29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 회관에서 열린 '우리카드 취약계층 후원금 전달식 참석 및 소상공인 간담회'에 참석, 행사 시작에 앞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요 시중은행에 이어 카드사 등 2금융권을 향해 상생금융을 강조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취임 이후 이 원장의 이 같은 광폭행보가 상생금융을 이끌어낸다는 긍정적인 측면은 있지만, 금감원장 본연의 역할과는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과 함께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 회관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후원금 전달식과 소상공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우리카드는 이날 영세 카드가맹점·취약계층을 위한 22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다.

이 원장이 금융사들에게 상생금융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을 릴레이 방문했다. 은행들은 이 원장의 방문에 맞춰 대출금리 인하 등 8000억원에 가까운 금융 지원책을 준비했다.

이제 이 원장의 눈길은 2금융권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이 원장은 전날 "우리카드 같은 상생 노력이 금융권 전반에 확대되길 기대한다"며 "금융회사들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특화 금융상품 개발을 통해 지속가능한 상생금융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행, 보험사뿐만 아니라 카드사, 금융투자(증권)사 등 다른 업권에서도 다양한 상생금융 상품 개발에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금융권의 이 원장에 대한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과연 이게 금감원의 업무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금감원은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게 주 업무이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금융정책을 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금융위원회가 한다면 조직의 목적에 하나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지만 금감원의 경우 조직의 목적과 다른 행보고, 일종의 정치인의 자세"라고 지적했다.

카드사들도 내심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회사 사정도 여의치 않은데 당국의 압박까지 이어지니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카드사들은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전업 카드사 7개사 업계 1위 신한카드가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5.3% 감소한 것이 가장 선방한 수준이다. 삼성카드 (-9.5%), 현대카드(-7.9%), KB국민카드(-31%) 등 대형사는 물론 하나카드(-63%), 롯데카드(-40.5%) 등 줄줄이 두자릿수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에 상생금융책을 내놓은 우리카드의 순이익도 4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까운 수준(-46.4%)으로 쪼그라들었다. 앞으로도 막막하다. 여전히 조달금리가 높고 수수료율은 내리막길에 신사업 성장성도 불투명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장 실적이 부진한 카드사에서 상생금융안을 내놓은 것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관 출신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라며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중소·영세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을 내리기만 하면서 절감한 비용만해도 수조원대인데 추가로 상생금융안을 내놓으라고 하니 마른 수건을 비틀어 짜는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다만 카드사들이 상생방안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원장은 "카드업권 전반에 요구한 적 없다"며 "(금감원이) 선제적으로 말을 못하지만 여력이 있는 카드·캐피탈사에서 제안해주면 당국이 지지한다는 정도의 스탠스"라고 설명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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