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총격에 10대 사망" 분노 퍼지는 佛…과격 시위 사흘째 지속
10대 운전자에 총 쏜 경찰 '살인 혐의' 예비 기소
프랑스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하려던 북아프리카계 10대 소년에 경찰관이 총을 쏴 사망하는 사건 발생 이후 프랑스에서 과격 시위가 사흘 연속 이어지고 있다. 검찰이 해당 경찰관을 예비 기소했고 프랑스 정부는 진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프랑스 경찰의 인종차별 행태라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대중의 분노는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낭테르에서 6000여명가량이 모여 시위를 진행하고 행진했다. 처음엔 시위와 행진이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그중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물건을 던지고 충돌하면서 최루탄도 발포되는 등 긴장이 고조되는 모습이 나왔다.
이번 행진은 나엘의 어머니가 '나엘을 위한 정의 27/06/23(2023년 6월 27일)'이라고 적혀진 하얀색 티셔츠를 입고 직접 이끌었다. 나엘의 어머니는 프랑스 5 방송과 인터뷰에서 "저는 오직 제 아들을 죽인 남자, 단 한 사람에게만 화가 나 있다"며 "그 남자가 문제이지 경찰 시스템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 발생한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파리에 5000명을 포함한 총 4만명의 병력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전날 1만명 수준의 병력을 준비했던 프랑스 정부는 시위가 커지고 폭력 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지자 대응 방안을 확대한 것이다.
시위는 지난 27일 오전 8시 30분께 낭테르의 한 도로에서 17세 소년 나엘이 교통 법규 위반으로 경찰 앞에 차를 잠시 세웠다가 다시 출발하면서 경찰의 총격을 받고 숨진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나엘은 알제리계 가정 출신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두고 프랑스 경찰의 고질적인 인종차별 행태라는 비판이 이어지며 대중의 분노가 확산했다.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을 보면 경찰관 1명이 노란색 차량의 운전석을 향해 총구를 겨눈 채 대화하던 중 차가 진행 방향으로 급발진하자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 한 발이 울린 뒤 나엘이 몰던 차는 수십m 이동하다가 기둥에 부딪힌 뒤 멈춰 섰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조치를 취하려 했지만, 나엘은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프랑스 경찰의 행동에 분노한 대중이 검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왔고 시위대가 돼 나엘을 위한 정의 구현을 외쳤다. 시위대는 전날 밤 경찰서와 시청 등 공공기관에 돌 등을 던졌고, 거리에 주차된 자동차와 쓰레기통, 트램 등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시위 현장에 나온 한 청년은 가족이 3대째 프랑스에 사는 데도 "그들은 우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또 다른 청년은 "우리는 그렇게 대우받는 것에 신물이 난다. 우리가 곧 나엘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위가 폭력 사태로 확산하면서 프랑스 정부에서는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경찰 조직을 총괄하는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지난 28∼29일 사이 툴루즈, 디종, 리옹 등 프랑스 전역에서 180여명을 체포했고 경찰 170명이 다쳤다며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시위가 벌어지는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이를 검토할 단계에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긴급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가 기관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다"며 나엘을 추모하는 행사가 "배려와 존중" 속에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총격을 가한 경찰관은 이날 살인 혐의로 예비 기소돼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게 됐다.
검찰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 2명을 조사하고, 사건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보니 해당 경찰관이 총기를 사용할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부검 결과 나엘의 사인은 왼팔과 흉부를 관통한 총알 한 발이었고 나엘이 운전한 차 안에서 마약이나 위험한 물건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경찰관은 당초 나엘이 자신들을 향해 운전을 해 위협을 느끼고 총격을 가한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그 발언이 SNS에 공개된 영상과는 달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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