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개미가 무이자 현금인출기인가

권재희 2023. 6. 3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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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은 그저 현금자동인출기(ATM)에 불과할 뿐."

CJ에 이어 SK까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줄줄이 유상증자에 나서자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이같은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CJ CGV 주가는 유상증자 계획 발표 이후 급락해 1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도 일반 공모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해 소액주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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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은 그저 현금자동인출기(ATM)에 불과할 뿐….”

CJ에 이어 SK까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줄줄이 유상증자에 나서자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이같은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발단은 이렇다. 지난 20일 CJ CGV는 총 1조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상장 주식수(4772만8537주)의 1.5배에 이르는 주식이 새로 쏟아져나온다. CJ그룹은 코로나19 이후 고전하고 있는 CJ CGV의 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CJ CGV 주가는 유상증자 계획 발표 이후 급락해 1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CGV의 주가가 1만원 아래로 내려온 건 2008년 10월 이후 15년 만이다. CJ CGV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SK이노베이션도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1조1777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다. 이같은 소식에 SK이노베이션의 주가도 큰 폭 하락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유상증자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유상증자의 목적이 신규 사업 또는 타 법인 인수 등 미래가치를 위한 투자라면 중장기적으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투자자나 최대주주를 대상으로 증자를 한다면 투자자들은 주가 희석의 악영향이 덜할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오르고 채권발행도 어려워지자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손쉽게 자금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CJ CGV 최대주주인 CJ는 1조원대 유상증자에 겨우 600억원만 참여한다. SK이노베이션도 일반 공모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해 소액주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주주는 자금을 보태는 시늉만 하고 개미 주머니만 털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더구나 유상증자 때 발행가액은 현재 주가에 할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주가에 악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주가보다 싼 신주가 대거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떨어지는 걸 감수하고도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건 그만큼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해석되기도 한다.

두 회사의 유상증자 목적도 개인 주주들을 납득시키기엔 불충분하다. SK이노베이션은 1조1777억원 중 3500억원을, CJ CGV는 1조200억원 중 3800억원을 채무상환에 쓴다고 밝혔다. 개인 주주 돈으로 빚을 갚는 셈이어서, 경영 실패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주주들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쓰려면, 그 이상을 줄 수 있는 '뭔가'를 마련해야 마땅하다. 기업이 주주들을 무이자 현금인출기로만 생각한다면, 어느 누가 회사를 믿고 투자할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꾸려면 기업들이 주주를 보는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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