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레코드]장동윤 "본능적으로 끌리는役 연기…영화 사랑해"
영화 '악마들' 사이코패스 살인마役
"연기=도전, 새로운 모습 찾는 재미"
배우 장동윤(30)은 편의점에서 강도를 잡고 배우가 됐다. 2015년 흉기 강도를 검거하는 데 기여해 경찰 표창을 받았다. 고향 대구에서 상경해 한양대학교 재학 중이던 23세 나이에 일어난 일이다. 용감한 시민으로 뉴스에 나온 모습이 훈훈해 화제가 됐고, 이를 본 당시 소속사에서 그를 영입했다. 우연인 듯 운명처럼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장동윤은 "배우는 운이 좋아서 하게 된 일"이라며 "청소부가 청소하고, 의사가 진료하듯이 나도 연기를 하고 돈을 받는 직장인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2016)로 데뷔해 드라마 '학교 2017' '땐뽀걸즈'(2018) '조선로코 녹두전'(2019) '써치'(2020), 영화 '뷰티풀 데이즈'(2018) '늑대사냥'(2022) 등에서 활약했다.
말갛고 뽀얀 얼굴에 짓궂은 미소, 호탕한 웃음을 지닌 장동윤에게는 관객을 무장해제 시키는 힘이 있다. 다양한 배역을 오가면서도 이질감 없이 착 붙는 건 그에게서 풍기는 '사람 냄새' 덕분이다. 1년 만에 인터뷰로 마주한 그는 여전히 솔직하고 소탈했다.
장동윤은 다음달 5일 개봉하는 영화 '악마들'(감독 김재훈) 사이코패스 살인마 진혁을 연기했다. 그동안 달달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주로 맡아온 그가 새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강도 높은 액션 연기에 몸도 사리지 않았다. 촬영 도중 크고 작은 상처도 생겼지만,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달렸다.
배우로서 이미지 변신에 갈증을 느낀 걸까. 그는 "사람들이 나에게서 기대하는 이미지가 뭔지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영화는 우선 재밌어야 한다고 본다. 연기자는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직업이기에 끌리는 배역을 맡게 된다. 그건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이라고 했다.
장동윤은 "한번 사용한 무기를 계속 사용하면 물론 좋겠다. 축구선수도 슛만 잘 쏴도 세계적인 스타가 되지 않나. 배우로서도 무언가 하나 두각을 드러낸다면 좋겠지만, 저는 한가지 엄청나게 잘하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연기가 매력적이라고 했다. 그는 "한 작품이 너무 잘되거나 좋아도 다른 것을 찾지 않았을까. 새로운 배역이나 작품에 도전하면서 늘 매력을 느낀다. 나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다. 대중문화 예술인인 배우로서 다양한 관객과 장르에서 충족되고 싶다"고 했다.
진지해지던 찰나, 솔직한 말이 날아왔다. 장동윤은 "혹자는 '장동윤이 연쇄살인마를 연기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우려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면 우려를 떨칠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악마들' 시사회 때 동료 배우, 선배, 감독님들, 제작자분들이 많이 왔는데 영화를 보고 '또 다른 작품에 어울리겠다'는 인상을 주지 않았나 싶다. 이런 모습이 있으리라 생각 못 해 선뜻 캐스팅 제안을 못 했는데,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았나.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배우로서 가치가 높아졌다는 데 만족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건 백수 될 일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덧붙여 재차 웃음을 줬다.
장동윤은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에서 경제금융학을 전공했지만, 흔한 주식계좌나 신용카드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여전히 그러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재테크로 수익을 올릴 만큼 내게 능력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온종일 뭔가 들여다보면서 하는 일이 안 된다. 정직하고 우직하게 뭔가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육체와 정신 건강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려 노력한다. 연기는 내가 하는 일일 뿐,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특별하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커진다. 명예와 사생활을 지켜야 하고 더 잘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스트레스받는 게 싫을 뿐"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이자 누벨 바그를 이끌었던 프랑수아 트뤼포는 이렇게 말했다. "영화를 사랑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 둘째는 영화에 대한 글(비평)을 쓰는 것, 마지막 세 번째는 직접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장동윤은 영화를 사랑하는 마지막 방법을 최근 이뤘다. 그는 29일 개막한 제27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된 21분짜리 단편영화 '내 귀가 되어줘'로 첫 연출에 도전했다.
그는 "영화를 사랑한다. 중학교 때부터 독립, 예술영화를 많이 봤다. 씨네필로서 팬심이 크다. 영화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영화시장이 어려워져서 아쉽다"고 말했다.
연출 작업은 녹록지 않았다고 했다. "학창 시절 취미로 시를 쓰곤 했는데, 시나리오를 쓰고 창작 작업에 대한 욕심이 컸다. 사람들을 관찰하는 습관에서 영감을 얻었다. 의미 있는 어떤 인연도 있다. 우연히 배우가 돼서 영화감독이란 직업과 가까워지면서 용기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첫 연출이 서툴렀지만, 도와준 분들이 많아서 배웠다. 연기에도 도움이 됐다. 연출자로서 객관적 시각도 생겼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다만 연출과 배우를 동시에 하는 게 고된 작업이라는 걸 알았다"며 웃었다.
장동윤은 영화제 기간 열리는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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