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잇단 ‘우편향’ 발언, 수도권 與 후보들 ‘전전긍긍’
“일부 의원, 일찍 총선 포기…대신 尹 눈총 들어 장관직 바라는 분위기”
이종훈 “연말까지 尹 지지율 낮을 땐, 여권서도 이견 나올 것”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우편향’ 발언으로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 의원들의 마음이 좌불안석이다. 중도층 표심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선거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큰데 극단적 발언이 연달아 나오며 민심 잡기에 방해가 되고 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일부 현역 의원과 출마 준비자들은 우스갯소리로 내년 총선을 ‘반포기한 상태’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69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고 말했다.
‘반국가세력’이 정확히 누구인지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경찰제도발전위원장에 임명된 검찰 출신 박인환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은 간첩”이라는 주장을 해 상당히 논란을 일으킨 직후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의도성이 담긴 ‘우편향’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전통적인 국민의힘 지지층들을 결집하는 데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 다만 극단적인 발언이나 행보 등을 불편해하는 중도 성향 유권자들에게는 반감 요소가 될 수 있다.
내년 총선 수도권 출마를 준비 중인 후보자들은 중도층의 표심이 선거의 판도에 영향이 큰 만큼 대통령의 ‘우편향’ 발언이 달갑지만은 않다. 보수정당 이념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의하지만, 선거만 봐서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천이 확정되지 않는 시점에서 괜히 나섰다가 공천에 영향이 미칠까 봐 일단은 ‘침묵 모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국민의힘 출마 희망자는 “대선 국면에서는 ‘강남좌파’로까지 불리던 윤석열 대통령이었기에 중도층의 지지를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수도권 출마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효과를 기대했다”며 “하지만 최근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를 보면 많이 오른쪽으로 오신 것 같다. 총선까지 기간이 많이 남았으니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사실 지금 원내를 보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나 ‘장핵관(장제원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일부 의원들 빼고는 숨죽이면서 지역 관리에만 전념하고 있다”며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처럼 현재 분위기상 굳이 나섰다가는 득 볼 게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수도권 열세 지역 당협위원장직이라도 주면 마다치 않고, 가서 뛰겠다는 비례 의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당협위원장 공모도 꽤 저조한 것으로 안다”며 “대신 대통령에게 잘 보여 장관이나 주요 요직에 뽑혀보자는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고 당내 상황을 설명했다.
정치 평론가들은 윤 대통령의 우편향 발언은 어떠한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기보다는 본래 본인의 생각이 투영된 결과일 거라고 평가했다. 내년 총선을 생각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발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에는 중도 성향으로 인식됐지만 집권 이후 각종 인사, 발언들까지 볼 때는 원래 가졌던 성향이 드러난 것뿐”이라며 “총선이 많이 남아 중도층까지는 안 챙겨도 된다는 생각에 따른 발언일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총선이 다가올수록 지금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침묵하는 수도권 여당 의원과 출마 준비자들의 발언도 달라질 수 있다고도 관측했다. 그는 “올해 정기국회 후 본격적으로 총선 국면에 돌입한 시점에 대통령 지지율이 지지부진하거나 중도층을 자극하는 우편향 행보가 계속될 때는 지금과 달리 여러 소신 발언도 나올 것”이라며 “총선 전까지 얼마나 대통령 국정 지지율을 올리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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