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 하루천자]예술을 표현하며 감각을 깨운다…치매학회 '일상예찬'
대한치매학회는 학회 설립 10주년이던 2012년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수행능력의 중요성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일상예찬’이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첫해에는 ▲일상예찬 봄소풍 ▲환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수행능력에 대한 인식조사’ 등을 진행했다. 치매학회는 2015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MMCA)과 업무협약을 맺어 경도 인지장애 시니어와 가족 대상의 미술감상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현대미술을 매개로 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예술경험을 제공하고 치매환자와 보호자 모두의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올해는 미술-무용 융합 프로그램 을 서울관과 과천관에서 각각 개최한다. 서울관에서는 지난 16일 개막한 MMCA 소장품 특별전 2023《백 투 더 퓨처: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 탐험기》와 연계한 융합 프로그램을 6월 28일, 7월 6일, 7월 13일 총 3회 실시한다. 현대미술 작가 최정화와 함께하는 작품 감상·창작 워크숍과 무용가 명나리와 함께하는 수화·움직임 워크숍으로 구성된다. 전시 출품작인 최정화 작가의 (2015)을 주요 작품으로 선정해 작품의 조형미를 토대로 각자의 ‘꽃 조각’을 만드는 창작 워크숍, ‘꽃’이라는 주제를 온몸으로 표현하며 신체의 다양한 감각을 일깨우는 움직임 활동이 펼쳐진다. 그간의 프로그램이 경도 인지장애 시니어들의 기억과 회상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 프로그램은 미술 작품의 조형성 속에서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일상적 가치를 발견하는데 주목한다.
지난 28일 서울관에서 진행한 1회차 워크숍은 각자가 꽃을 활용한 조각을 만들어보고, 수화와 몸짓으로 ‘꽃’을 표현하며 ‘당신은 꽃’을 서로 명명해봄으로써 미술관과 참여자가 함께 ‘오늘’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과천관에서는 야외조각공원 작품과 연계해 음악 선율 속에서 몸짓으로 작품의 조형성을 감각하는 쉼과 움직임이 있는 융합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9~10월 중 약 3회 진행된다. 오는 12월에는 서울관-과천관에서 실시한 프로그램의 기록을 담은 영상을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 및 유튜브에 공개한다. 현장 스케치 영상을 통해 공간, 자연, 작품을 기반으로 펼쳐진 참여자들의 다양한 활동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치매학회와 MMCA는 치매환자와 가족이 미술관 소장품을 집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교육자료 을 개발했다. 난이도 단계별(1∼4단계, 단계가 낮을수록 쉬움)로 분류한 교구재 4개를 통해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작품 속 키워드를 활용해 ‘기억-대화-표현’을 연결 짓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단계별로 1단계는 김환기의 (1961)로 그림을 기억해 따라 그리는 것이다. 2단계는 유영국 작품으로 조각 모양 맞추기로 진행된다. 3단계는 오지호의 으로 나만의 색으로 표현하기, 4단계는 김중현의 으로 기억을 떠올리며 표현하기 등으로 참여할 수 있다.
양동원 대한치매학회 이사장(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은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작년보다 더욱 확장된 규모의 일상예찬을 통해 많은 환자와 보호자를 만날 수 있어 기쁘다"면서 "치매 환자 및 보호자들이 치매라는 질환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캠페인을 더욱 확대 실행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연구, 학술, 교육, 정책 개발 부분에 있어서도 학회가 더욱 앞장서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치매환자에 대한 음악치료와 미술치료, 인지훈련 등을 포함하는 통합인지프로그램은 환자의 인지 및 일상생활 능력을 향상시키고 우울증 개선에 도움을 준다. 2021년 대한치매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명지병원 정영희(신경과)·이소영(예술치유센터) 교수팀의 연구논문(인지기능장애 환자에 있어서 통합인지프로그램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에서다.
2014년부터 5년간 명지병원이 운영하는 경도인지장애 어르신 대상 인지훈련, 미술치료, 음악치료 프로그램인 백세총명학교 학생 5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통합인지치료를 받은 치매환자들은 치료 전보다 일상생활능력, 정서불안, 우울증, 인지기능 장애, 치매 등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검사항목별 치료 효과를 보면, 전화, 요리, 외출 등 일상생활에 대한 문항과 함께 복합적인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일상생활능력평가가 개선됐다. 정서 불안 정도를 검사하는 단축형 노인성 우울증 검사(S-GDS)도 개선됐다. 정영희 교수는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 사회에서 치매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는 필수적이다"며 "인지훈련과 미술, 음악치료를 포함한 통합인지치료의 효과가 입증되어 향후 치매의 예방과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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