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강한 美경제지표 속 긴축 경계...나스닥만 약보합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상반기 거래 마감일을 하루 앞둔 29일(현지시간) 혼조 마감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 확정치가 2%로 상향되는 등 미 경제가 당초 추산보다 강력한 것으로 확인되는 가운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틀째 매파 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69.76포인트(0.8%) 오른 3만4122.4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9.58포인트(0.45%) 높은 4396.44를 기록했다. 다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42포인트(0.0%) 하락한 1만3591.33에 장을 마감했다. 탄탄한 경제지표에 상승 출발한 3대지수는 직후 나스닥지수만 하락세로 돌아섰다.
S&P500지수에서 통신,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관련주를 제외한 8개 종목은 상승했다. 전날 Fed가 대형은행들의 스트레스테스트 통과 결과를 발표하면서 은행주가 1.6%대 랠리를 보였다. JP모건체이스는 3.49%, 웰스파고는 4.51% 뛰었다. 골드만삭스도 3%대 상승을 기록했다. 유가상승에 힘입어 에너지 관련주도 1%대 상승했다.
반면 미국의 추가 대중국 수출 규제 보도로 전날 하락했던 엔비디아는 이날도 약보합권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장 마감 후 실적을 공개한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역시 중국 관련 우려로 4%이상 내려앉았다. 조비 에비에이션은 SK텔레콤으로부터 1억달러 투자를 확보하며 기존 파트너십을 확장했다는 소식에 11%이상 뛰었다. 애플은 소폭 오르며 시가총액 3조달러에 한층 근접했다.
투자자들은 2분기 및 상반기 마지막 거래일(30일)을 앞두고 파월 의장을 비롯한 Fed 당국자들의 발언, 경제 지표 등을 주시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인플레이션 완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연내 두 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이틀 연속 확인했다. 그는 "팬데믹 이전에는 5%대 금리를 생각할 수 없었다. 이제 문제는 그것이 충분히 제약적인 정책인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Fed는 지난 14일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는 한편, 점도표 상 연말 금리 전망치를 기존 5.1%(중앙값)에서 5.6%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이는 올해 남은 네 차례의 회의에서 두 번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파월 의장은 추가 금리 인상 시기, 정도는 경제 향방에 달렸다면서 "연속으로 올리는 것을 배제하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그는 전날 유럽중앙은행(ECB) 신트라 포럼에서도 7월과 9월 연속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재 시장에서는 Fed가 차기 회의인 7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현재 7월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90% 가까이 반영 중이다. 일주일전 74%대에서 전날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81%대, 이날 추가 발언 후 86%대까지 뛰었다. 다만 연내 두차례 인상을 예고한 Fed 점도표와 달리, 금리 선물 시장은 한차례 인상 후 계속 금리를 동결하는 시나리오를 여전히 유력하게 보고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더블린에서 진행된 연설의 모두발언에서 "너무 긴축해 경제 모멘텀을 뺏기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연내 금리 인상도, 인하도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올해는 물론 2024년에도 인하 필요성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스틱 총재는 올해 FOMC 투표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경제지표는 호조를 보였다. 이날 공개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는 연율 2.0%로 집계됐다. 지난달 발표된 잠정치(1.3%)에서 0.7%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이다. 최초 발표인 속보치는 1.1%였다. 미 상무부는 수출, 소비자지출, 정부 지출의 상향조정 등으로 1분기 성장률 확정치가 상향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성장률은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로 세 차례 나눠 발표된다.
같은날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는 23만9000건으로 전주 대비 2만6000건 감소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 26만5000건을 밑도는 수치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174만 건으로 1만9000건 감소했다. 앞서 파월 의장이 물가안정목표치 2%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추세 이하의 저성장과 노동시장 둔화가 필요함을 거듭 언급해왔음을 고려할 때, 이러한 지표들은 Fed의 추가 긴축에 힘을 싣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음날인 30일에는 Fed가 주시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공개된다. 시장에서는 5월 근원 PCE가 전년 대비 4.6%, 전월 대비 0.3% 상승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전월보다 소폭 둔화한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을 웃도는 강력한 수준을 나타낼 경우 Fed를 둘러싼 긴축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상승세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3.83%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4.86%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장 대비 0.4%이상 올라 103.3선을 나타냈다.
상반기 거래 마감은 이날과 다음날 단 2거래일만 남았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올 들어 각각 14%, 30%가량 뛰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은 관련주 랠리 덕분이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983년 이후 최고의 상반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는 올 들어 2%대 상승하는 데 그쳐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경제매체 CNBC는 이러한 견조한 상반기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자들이 불안정한 하반기를 내다보고 있다고 짚었다. 제이슨 드라호 UBS 글로벌자산운용 자산배분책임자는 투자자 메모를 통해 "S&P500지수는 이미 거의 완벽한 연착륙을 가격에 반영한 상태로, 자칫 하락세로 이어질 수 있다"며 Fed의 행보, 데이터, AI 관련 소식 등을 변수로 꼽았다.
국제유가는 이틀연속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0센트(0.43%) 오른 배럴당 69.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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