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우리에겐 삶의 터전"…2년 뒤엔 탄광 한 곳만 남는다 [영상]

최경호 2023. 6. 30. 0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28일 오전 전남 화순군 동면에 있는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 탄광 갱도에 들어서자 채탄원을 실어나르던 인차(人車)가 멈춰서 있었다. 갱도 밖에 있는 대형 컨베이어벨트 등도 작동을 멈춰 사방이 고요했다.

손미희 화순광업소 총무과장은 “이달 폐광을 앞두고 한 달 전부터 채탄이 중단됐다”며 “인력 50여명만 남아 시설관리나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1호 탄광 118년 만에 폐광


지난달 31일 전남 화순군 동면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 동갱 내부에서 광부들이 이동수단인 '인차'에 올라타 있다. 지난 4월 생산을 전면 중단한 화순탄광은 이달 30일 폐광을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공영탄광 3곳 중 하나인 화순탄광이 30일 문을 닫는다.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축소) 정책에 따라 조기 폐광이 결정돼서다. 화순탄광은 일제강점기인 1905년 문을 연 대한민국 1호 탄광이다. 총면적 30.7㎢, 갱도 길이 80㎞인 탄광에선 고품질 무연탄이 생산됐다.

화순탄광은 호황기인 1960년대 삼척·영월·음성탄광과 함께 4대 탄광으로 불렸다. 산업화 시기 정부 석탄·광업 육성정책과 맞물려 연간 60만t을 생산했다. 1989년엔 70만5000t을 생산한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당시 1100명이던 근로자 수도 현재 263명까지 줄었다.


“막장? 삶의 터전이자 희망의 공간”


화순탄광에서 33년간 채탄원으로 일해온 이영근(63)씨가 탄광 내 시설들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화순탄광 종사자들은 삶의 터전이 문을 닫는 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 또한 대체산업의 발굴·육성을 촉구하고 있다.

화순탄광에서 33년간 채탄원으로 일해온 이영근(63)씨는 “남들은 막장이라지만 우리에겐 소중한 삶의 터전이자 희망의 공간”이라며 “대한민국 산업화를 견인한 첫 번째 탄광이 문을 닫게 돼 착잡하다”고 말했다.


공영탄광 3곳, 매년 1개씩 폐광


지난 28일 폐광을 이틀 앞둔 화순광업소의 모습. 채탄원을 실어나르던 인차(人車)와 대형 컨베이어벨트 등이 작동을 멈췄다. 프리랜서 장정필
정부는 예산 절감과 탄광 근로자 안전 등을 위해 2025년까지 공영탄광 3곳을 폐광키로 했다. 올해 6월 화순광업소를 필두로 2024년 강원 태백 장성광업소, 2025년 강원 삼척 도계광업소가 문을 닫는다. 2025년 이후 국내 탄광은 민간이 운영하는 삼척 경동탄광만 남는다.

탄광 폐광은 석탄 대신 석유가 주연료로 사용되며 채산성이 급감한 게 주된 요인이 됐다. 매년 갱도가 깊어지고 생산설비가 노후화하면서 안전사고 우려가 커진 점도 한몫했다.


탄광 근로자들 “일자리 마련해달라”


지난 28일 폐광을 이틀 앞둔 화순광업소의 모습. 채탄원을 실어나르던 인차(人車)와 대형 컨베이어벨트 등이 작동을 멈췄다. 프리랜서 장정필
정부는 1988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석탄 생산량을 107만t까지 낮췄다. 정부는 조기 폐광조치로 1조원가량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공영탄광의 조기 폐광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당장 탄광 근로자 일자리가 사라지고 지역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

장성탄광, 내년 폐광 앞두고 127명 감축


지난 28일 폐광을 이틀 앞둔 화순광업소의 모습. 채탄원을 실어나르던 인차(人車)와 대형 컨베이어벨트 등이 작동을 멈췄다. 프리랜서 장정필
내년에 폐광되는 태백 장성광업소는 이달 말 대규모 인력을 감축한다. 29일 태백시 등에 따르면 장성광업소는 이달 말 127명이 정년·명예퇴직을 한다. 이번 감축으로 장성탄광 인력은 416명으로 줄게 됐다.

장성탄광은 이르면 내년 초부터 채탄작업을 중단하고 폐광절차를 밟게 된다. 무연탄 생산량도 지난해 12만8000t에서 올해는 10만t 이하로 감산해놓은 상태다. 오대현 장성광업소 소장은 “노사 합의를 통해 폐광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말했다.


정부, 화순탄광에 167억원 지원금 배정


산업화시기에 활황을 누렸던 화순탄광의 채탄원들이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 화순군
산업통상자원부는 화순탄광 폐광 보상을 위해 올해 167억원의 예산을 반영했다. 이 돈으로 근로자 1명당 특별위로금과 전업준비금 등 평균 2억6000만원을 지원한다.

이에 대해 화순탄광 근로자들과 인근 주민들은 실직보상 외에도 취업지원과 부지 활용 방안 등을 촉구하고 있다. 실직한 근로자 대부분이 재취업을 희망하고 있지만, 경기 위축 등과 맞물려 취업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화순탄광 근로자의 조선업 재취업 등을 통해 일자리 지원에 나섰다.


장성탄광선 “폐광부지 활용 방안 내놓아야”


산업화시기에 활황을 누렸던 화순탄광의 채탄원들이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 화순군
장성광업소 안팎에서는 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폐광 후 부지 활용이나 대체산업 유치 방안 등이 확정되지 않아서다. 장성탄광 인근에 사는 박모(64)씨는 “폐광은 지역 주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지만 폐광 후 대책이 없는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화순·태백=최경호·박진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