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왜 내 지시와 딴판으로 가나" 교육부 철밥통 분노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가 국립대 사무국장(공무원 2·3급) 자리를 타 부처와 인사 교류 수단으로 삼으며 '나눠먹기'하고 있다는 지적(중앙일보 28일자 1ㆍ8면)에 관련자를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부처별로 부적절한 인사 교류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섰다.
2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관련 보도를 접한 윤 대통령은 참모들을 향해 “어떻게 내 지시와 전혀 딴판으로 갈 수 있느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 안 되는 행태”라는 취지로 질타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전, 인수위 때부터 전문성이 부족함에도 대학 내 인사권과 예산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립대 사무국장에 대한 문제 의식이 있었다. 지난해 6월 국무회의에선 직접 “교육부에서 지방 국립대에 사무국장을 보내 총장이 눈치 보게 하는 게 정상이냐. 사무국장 파견제도를 없애지 않으면 교육부를 없애겠다”라고 했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이를 개선하기는커녕 ‘자리 나눠먹기’로 활용하는 정황이 불거지자 항명에 가까운 행태로 판단했다고 한다. 최근 윤 대통령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언급하며 교육부 개혁, 나아가 교육 개혁의 속도를 올리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국립대를 관할하는 교육부뿐 아니라 국민권익위원회·국무조정실·국방부·보건복지부·인사혁신처 등 다수 부처의 고위 공무원이 국립대 사무국장에 보임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온종일 용산이 술렁였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국토교통부ㆍ해양수산부ㆍ환경부ㆍ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으로 내정된 대통령실 비서관들을 만나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카르텔을 잘 주시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맥락과 닿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질책은 단순 경고로 끝나지 않았다. 당장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부처별 점검을 시작했다고 한다. 서울 광화문과 세종시에 있는 각 부처로 공직기강비서관실 직원들이 내려가 부처별 부적절한 인사 교류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장선에서 윤 대통령은 애초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유력했던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에 대해서도 인사 보류를 지시했다. 우선 국무조정실 국장들이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인사 보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개별 부처 이슈가 아닌, 부처 간에 엮여 있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조율·관리하는 것이 국무조정실의 역할인데, 이를 제대로 안 했다는 이유도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개방직 자리를 일부 부처 공무원이 돌려막는 행태를 바꾸라고 지시한 게 국무회의에서도 이미 수차례”라고 말했다.
방 실장 인사와 관련해선 산업부 안팎에서 반대 여론도 적잖았다고 한다. 현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수차례 교체 대상으로 언급되는 등 부처 장악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기획재정부 출신인 방 실장이 장관으로 부임할 경우 산업부의 위상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ㆍ현직 관료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국립대 사무국장 나눠먹기와 관련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타당한 문제 제기인 만큼, 잘 들여다보고 개선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국립대 사무국장 인선을 백지화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 내부 회의에선 “교육부가 국립대 사무국장 인선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국립대에 자율권을 주는 방식 등 이미 정답이 나와 있는데, 실행을 안 한 게 아니냐”는 언급도 있었다고 한다.
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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