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오류' 논란에, 공공SW 대기업 장벽 낮춘다는데…[팩플]
교육부의 4세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오류 사태로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개선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제도를 유지하되 대형 사업에 한해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기로 하고 세부 조정에 나섰다.
무슨 일이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은 30일 시스템통합(SI) 업계와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공공SW 사업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간담회에는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기업과 쌍용정보통신 등 중견 기업, 드림시큐리티 등 중소 기업 외에 국가보훈처, 근로복지공단 등 발주 기관도 참석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기업별 의견 수렴을 통해 제도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간담회에서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입장을 밝히고 이견을 좁혀가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최근 나이스 오류 사태는 제도 개선 논의에 불을 지폈다. 지난 21일 개통한 4세대 나이스는 약 28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였지만 로그인이 안 되거나 서울·경기 지역 학교의 시험 정답지가 유출되는 등 오류가 잇따라 발생했다. 당초 교육부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감안해 대기업 참여 허용을 요청했지만, 과기정통부가 규정을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공공SW 사업 제도는 지난해 말 국무조정실이 규제 개선 대상으로 지목하며 진작부터 논의하던 사안”이라면서도 “최근 상황을 감안해 제도 정비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바뀔까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과 발주 전 컨설팅 사업에 대해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 사업의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각 기업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시장 전체의 파이(규모)가 커지는 게 아니라 (대기업이 들어오면 중소기업 몫이 줄어드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기업 간 입장이 첨예할 수 밖에 없다”며 “500억원·1000억원 등 가안을 잡고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소시엄 평가 기준과 구성 기업 수 제한도 바뀔 전망이다. 현재는 컨소시엄이 수주한 사업의 절반 이상을 중소기업에 할당해야 가산점을 받는 구조인데, 소규모 기업이 역량을 뛰어넘는 대규모 사업을 수행하다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한 대형 SI업체 관계자는 “10년 전 제도를 처음 도입할 당시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며 “면밀한 분석을 통해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들어와도 괜찮을까
근본적인 문제는 참여 기업의 규모가 아닌 사업에 적합한 개발·운용 능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SDS가 참여한 3세대 나이스나 LG CNS 컨소시엄의 보건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복지로) 등 대기업이 구축에 참여한 공공 시스템에서도 오류가 발생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중소 SI 기업인 VTW의 조미리애 대표는 “대기업이 품질 관리 등 사업 전체를 책임진다고 해도 결국 실무는 하도급 업체들이 한다”며 “대기업이 참여하더라도 정부측 발주 내용이 중간에 자꾸 바뀌면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적정한 구축 기간과 합당한 예산 책정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공공SW 사업 예산이 전반적으로 빠듯하다보니 시스템 품질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추가 과업 등에 비용이 제대로 지급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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