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챗GPT에 대한 조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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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개가 작년 11월 말이었으니 챗GPT는 정말 빠르게 대중의 관심 한복판을 차지했다.
퓨리서치센터가 3월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 성인 중 챗GPT를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58%, 사용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14%였다.
3월 라인리서치 조사에서는 사용해봤다는 일본인이 4.8%에 불과했고, 챗GPT 자체를 들어보지 못했다는 응답자도 70%에 달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3월 조사에서는 개신교 목회자 중 47%가 챗GPT를 사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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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개가 작년 11월 말이었으니 챗GPT는 정말 빠르게 대중의 관심 한복판을 차지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무엇을 물었더니 뭐라 답하더라는 둥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관련 보도가 넘쳐나고 다양한 분야에서 신생 테크놀로지가 바꿔놓을 세상을 열렬히 환호하거나 혹은 심각하게 우려하는 자리가 줄을 잇고 있다.
전 세계가 다 이런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퓨리서치센터가 3월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 성인 중 챗GPT를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58%, 사용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14%였다. 이보다 앞선 2월 말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성인 중 35.8%가 사용해봤다고 답했다. 일본과의 격차는 더 크다. 3월 라인리서치 조사에서는 사용해봤다는 일본인이 4.8%에 불과했고, 챗GPT 자체를 들어보지 못했다는 응답자도 70%에 달했다.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이달 초 방한해 한국이 AI 생태계의 리더가 될 거라고 한껏 추켜세운 건 그만큼 한국 반응이 남다르다는 방증일 테다. 이쯤 되면 챗GPT의 실체보다 더 궁금한 건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유별난 관심이다. 왜 유독 한국은 AI가 불러올 변화에 대해 조급증에 가깝게 반응할까?
커뮤니케이션학자 제임스 케리는 미디어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는 시기별로 다르게 측정된다는 주류 학계의 결론을 두고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시간 흐름에 따라 미디어의 힘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각 시기의 역사적 배경 때문에 그 힘에 대한 ‘신념’이 달라질 뿐이라고 주장한다. 즉 범죄, 전쟁, 경제 위기, 도덕적 공황 등 사회적 혼란기에는 미디어가 강력한 힘을 지녔다고 인식하는 반면 안정기에는 그 힘이 미미하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빌리면 현재 한국에서 발견되는 챗GPT에 대한 ‘광풍’은 우리가 결코 안정적이지 않은 현실을 살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 준다. 지금 경험하는 각종 사회적 난제와 그에 따른 불안한 미래가 낯선 기술의 등장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만드는 배경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 안에서도 유별난 관심을 보이는 집단이 개신교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3월 조사에서는 개신교 목회자 중 47%가 챗GPT를 사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일반인보다 11% 포인트나 높다. 최근 개신교 관련 전문지 중에서 챗GPT를 특집으로 다루지 않은 걸 찾는 게 어렵다. 앞선 추론에 따르면 한국 교회의 매우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현실의 반영이다. 결국 20여년 전부터 두드러지고 팬데믹을 거치며 돌이키기 힘들어진 개신교의 신뢰도 하락과 참혹한 위상이 낯선 테크놀로지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촉발했다고 볼 수 있다. 챗GPT에 관한 개신교의 논의가 주로 설교문 작성이나 목회 기능 대체 등 교회의 미래에 대한 불안에 기초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조급증의 근본 원인이 공공 영역에서 개신교의 역할 실패에 있다면 이런 차원의 논의는 못내 아쉽다. 정작 주목해야 할 주제는 따로 있다. AI 전문가 윤송이 박사는 AI가 초래할 여러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존 데이터에 대한 방대한 학습을 통해 확률적 결과값을 내놓는 AI 작동원리는 편향과 허위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지만, 우리가 이상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학습시킴으로써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종교의 역할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바를 제안하고 합의하는 과정에 적극 참여해 인간의 보편적 가치와 지향점을 책임 있게 제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곧 맞이할 AI 시대의 공공 영역에서 한국 교회가 담당해야 할 사회적 역할이다. 조급증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박진규(서울여대 교수·언론영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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