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전제해야 우주 생성 의문 풀려… 천문학자 중 신앙인이 많은 이유죠”
누리호와 다누리 등 대형 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발사 순간 두 손을 모았다. 발사 때마다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우주로 연결되는 하늘을 바라보며 과학자들은 창조주의 섭리를 체감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신우회(회장 이금오) 회원들의 이야기다.
지난해 국내 첫 달 탐사선 다누리가 임무 궤도에 무사 안착하면서 한국의 항공우주 기술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지난달 25일에는 누리호 3차 발사를 통해 처음으로 실제 위성을 우주 궤도에 띄우는 데 성공했다. 잇따른 쾌거였다. 28일 대전 유성구 항우연 도서관에 월례 독서모임으로 모인 신우회 회원들의 표정에서도 여유가 느껴졌다.
1000여명의 연구원 가운데 신우회 회비를 내는 기독교인은 60명 남짓이다. 3차에 걸친 누리호의 엔진 개발에 모두 참여한 이금오(소형발사체연구부 책임연구원) 회장은 “아주 작은 실수가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발사 날의 긴장은 상당하다”며 누리호 발사 현장의 분위기를 소개했다. 조남경(우주추진연구부 책임연구원) 박사도 발사 프로젝트의 부담감을 토로했다. 로켓 엔진을 시험하기 위해 매주 전남 고흥의 우주센터를 방문했다는 조 박사는 “수없이 엔진을 시험하고 검증했지만, 발사가 다가오면 어김없이 악몽을 꾼다”며 “발사를 앞두고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함께 기도한다. 로켓의 경우 첫 비행을 전 세계에 중계하기 때문에 중압감이 말도 못 한다”고 말했다.
잇따른 성공은 부담과 갈등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신우회 반주자인 류은진(윤리경영팀) 팀장은 “워낙 큰 과업이다 보니 구성원의 심리적 부담감이 크고 각자 주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갈등을 조율하는 업무를 맡고 있기도 하지만 신우회가 조직 내에서 평화를 전하는 역할로 쓰임받게 해달라고 항상 기도한다”고 말했다. 다누리 프로젝트 구상 단계부터 4년간 팀장으로 과제를 이끌었던 신우회 직전 회장 김방엽(지상국기술연구부 책임연구원) 박사는 “만에 하나라도 실패했을 때는 책임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혹시라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싸우지 않게 해달라는 게 신우회의 기도 제목”이라고 소개했다.
항공우주 분야의 최첨단을 달리는 과학자들답게 신앙에서도 이론을 세우고 검증하는 식의 과학적 사고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김 박사는 군 생활 중 교회에서 하는 제자반에 참여했다가 예수를 믿게 됐다. 김 박사는 “아인슈타인 같은 소위 천재들도 하나님을 믿었다는 사실에 자극받았다”며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풀리지 않던 의문들이 해소됐다”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 우주론을 배웠는데 우주의 생성 환경을 수학적으로 모형화하면 확률적으로 누군가 의도적으로 설계하지 않았다고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웠다”며 “천문학자 가운데 신앙인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과학고를 나온 이 회장은 당시 생물 교사의 영향으로 신앙을 확장하게 됐다. 이 회장은 “당시 선생님께서 진화론과 창조론을 같은 비중으로 가르치셨다”며 “학생들과 함께 토론도 적극적으로 하셨는데 이 경험으로 논리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유대인은 하늘을 ‘스카이’와 ‘유니버스’ ‘헤븐’의 세 단계로 구분한다”며 “우리 연구소는 첫째 하늘과 둘째 우주를 탐구하는 곳이고, 신우회는 나아가 천국까지 꿈꾸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창백한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하다. 우리는 하나님이 창조한 작은 피조물”이라며 “위성 사진 속 좁쌀만 한 건물들 사이에서 헛된 것들을 추구하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대신 하늘과 우주의 차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감사한 일터”라고 표현했다.
항우연 신우회는 1993년 결성 후 수십 년간 모임을 이어왔다. 2020년 코로나 확산 상황에서 잇따른 대형 프로젝트가 겹쳐 모임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지난해 재개해 비록 소수일지라도 꾸준히 회원이 모이고 있다. 네비게이토선교회 간사인 이 회장이 인도하는 성경 공부를 매주 수요일 진행하고 있으며 매달 독서 모임도 열리고 있다.
대전=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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