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인플레 통제 위해 연내 두번 금리 올려야"
"갈 길이 멀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9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연내 두 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이틀 연속 확인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스페인중앙은행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플레이션 완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에는 5%대 금리를 생각할 수 없었다. 이제 문제는 그것이 충분히 제약적인 정책인가"라고 반문하며 추가 긴축의지를 재확인했다. 또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대다수가 올해 두 번의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기존 발언도 되풀이했다.
앞서 Fed는 지난 14일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는 한편, 점도표 상 연말 금리 전망치를 기존 5.1%(중앙값)에서 5.6%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이는 올해 남은 네 차례의 회의에서 두 번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파월 의장은 이후 질의응답에서 추가 금리인상의 시기, 정도는 경제 향방에 달렸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를 연속으로 올리는 것을 배제하지 않았다"고도 확인했다. 당장 7월과 9월 연속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는 전날 매파 발언들과 대부분 유사하다. 그는 전날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도 "연속적으로 회의에서 움직이는 것(금리 인상)을 테이블에서 제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시장에서는 이달 금리를 동결하며 첫 숨 고르기에 나선 Fed가 차기 회의인 7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현재 7월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87% 가까이 반영 중이다. 다만 연내 두차례 인상을 예고한 Fed 점도표와 달리, 금리 선물 시장은 한차례 인상 후 계속 금리를 동결하는 시나리오를 여전히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날 경제지표 역시 호조를 보이면서 1년 이상 이어진 긴축에도 여전히 미 경제가 탄탄함을 시사했다. 이날 공개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는 연율 2.0%로 집계됐다. 지난달 발표된 잠정치(1.3%)에서 0.7%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이다. 최초 발표인 속보치는 1.1%였다. 미 상무부는 수출, 소비자지출, 정부 지출의 상향조정 등으로 1분기 성장률 확정치가 상향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성장률은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로 세 차례 나눠 발표된다.
같은날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는 23만9000건으로 전주 대비 2만6000건 감소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 26만5000건을 밑도는 수치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174만건으로 1만9000건 감소했다. 앞서 파월 의장이 물가안정목표치 2%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추세 이하의 저성장과 노동시장 둔화가 필요함을 거듭 언급해왔음을 고려할 때, 이러한 지표들은 Fed의 추가 긴축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다음날인 30일에는 Fed가 주시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공개된다. 시장에서는 5월 근원 PCE가 전년 대비 4.6%, 전월 대비 0.3% 상승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전월보다 소폭 둔화한 수준이다. 해당 지표가 예상을 웃도는 강력한 수준을 나타낼 경우 Fed를 둘러싼 긴축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앞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지역은행발 위기와 관련, 규제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그는 "과거 뱅크런은 ATM기 앞에 사람들이 줄서 있는 것이었으나, 우리가 SVB에서 본 것은 달랐다"고 돌이켰다. 아울러 당시 대형은행에서 유동성 부족사태가 발생했다면 그 혼란은 더욱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Fed는 전날 미 대형은행들이 심각한 경기침체 시나리오를 상정한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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