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트럼프 재집권하면 한국에 어떤 영향 줄까
2021년 1월 발생한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하원에서 통과될 때만 해도 트럼프 시대가 막을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사전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의 정계 귀환 가능성이 엿보인다. 비록 두 번 탄핵 소추됐고 여러 혐의로 기소됐으며 유권자 다수의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경쟁 후보 6명과 비교하면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은 50대 50으로 예상되는데 본선에 진출할 경우 당선 가능성을 필자는 20%로 전망한다. 트럼프 2기 출범 가능성이 여전히 희박해 보이지만, 혹시라도 트럼프가 재선할 경우 한국에 어떤 영향을 줄지 미리 따져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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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능성 작아도 대선 변수 많아
재선되면 미군 철수 시도할 듯
한국 정부도 할 말 당당히 해야
」
재선에 성공하면 이전처럼 호전적이고 국수주의적이되 변덕스러운 기조를 이어갈 것이다. 트럼프는 한국·일본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에 미군이 주둔하는 데 대해 오랜 반감을 갖고 있다. 그는 1980년대부터 “동맹국이 미국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이 미국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해 미국의 무역수지 흑자에 일조하는 방식으로 주한미군 배치에 대해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라는 것이 트럼프의 단순 사고다.
주한미군에 부정적인 트럼프는 설상가상으로 북한 독재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칭 ‘밀월’ 관계를 과시한다. 트럼프가 휘말린 법적 문제 중 일부는 김정은의 친서를 기념품인 것처럼 사저로 반출한 행위에 기인한다. 트럼프의 한반도 인식은 거래 관계에 치우쳐 있고, 자아도취에 뿌리를 두고 있다. 평화조약을 체결해 한국전쟁을 종식하고, 주한미군 철수로 미국의 재정 지출을 절감해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자신의 모습에 도취해 있다.
대통령 재임 시절 트럼프는 종종 국가안보보좌진과 공화당 의원에게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보라 했다. 한 전직 보좌관에 따르면 이는 트럼프 집권 시기에 주례 행사나 다름없었다. 트럼프는 심지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1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최고위급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이들은 공개석상과 사석에서 트럼프가 재선되면 주한미군 철수를 시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 여부를 처음 고민했을 당시 행정부 국가안보 참모진과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함께 물밑 작업을 펼치고 입법 절차를 활용해 주한미군 철수 시도를 저지했다. 공화당 의원 대다수가 트럼프의 대외 정책에 이견이 있는 데다 미국인의 한·미동맹 지지도가 역대 최고를 기록해 트럼프는 당정 내부에서 상당한 난관에 직면했다.
트럼프를 만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역시 만찬과 골프 라운딩 등 여러 자리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만류하며 주한미군 유지에 큰 공을 세웠다. 아베가 한국에서 인기가 없었지만, 당시에는 한국의 최대 지원군이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이들 다수가 공개적으로 트럼프와 결별하거나 의회 습격 사건 직후 사임했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이들이 복직할 가능성은 작다. 한때 트럼프의 최고 충복들은 ‘아메리카 퍼스트 연구소’ 같은 싱크탱크에서 그림자 정부를 구성했지만, 이들이 요직 인사를 압도할 만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할 거다.
게다가 트럼프는 대외 정책에 문외한이라 거창한 계획을 내놓더라도 행동보다 말이 앞선다. 그래도 미국의 동맹국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이전보다 더 격렬하게 공개적으로 벌어질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 행정부 및 공화당의 구도가 예상된다.
호주·일본·캐나다·나토와 미국 의회·언론·싱크탱크·미국민은 한국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 미국과 공유하는 민주주의 가치, 윤석열 정부 들어 적극적인 역내 외교 참여를 고려할 때 한국도 미국에 당당하게 할 말이 있다. 트럼프 본인은 한국의 기여에 무심한 반응을 보이더라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다지려는 고위급 참모진에게는 통할 수 있는 이야기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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