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무너진다' 기획, 되살리기 실패 사례도 다뤄달라
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6월 회의가 지난 27일 화상회의로 열렸다. 김준영 위원장(성균관대 전 이사장) 사회로 진행된 회의에서 독자위원들은 ‘지방이 무너진다’ ‘AI 패권전쟁’ ‘이제는 이민시대’ 등 한국 사회의 도전과 미래를 보여주는 다양하고 풍성한 기획을 높이 평가했다. 더 나은 지면과 콘텐트 제작을 위한 비판과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1일자 ‘지방이 무너진다’ 기획은 양양을 중심으로 순천·김천에서 창의적 사업으로 관광객이 늘어났고, 양양처럼 인구도 증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양하게 보여준 의미 있는 기사다. 다만 ‘지방 소멸’의 정의에 따라 대안이 달라질 수 있는데 그런 정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 사례나 주민 반응도 종합적으로 다루면 더 의미 있는 기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6월 중 ‘오염수’라는 단어가 등장한 기사가 32건 있었다. 상당 부분 여야 대립 맥락에서 간단히 언급되거나 총리나 일부 전문가의 “오염수 마실 수 있나” “마실 수 있다” 발언 등 가십성 차원에서 소비되는 경우들이 많이 있었다. 32건이 양적 측면에서는 적지 않다고 할 수 있겠지만 불안한 국민 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병율 차의과학대 보건산업대학원장=‘이제는 이민시대’ 기획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가 차원에서 해외 근로자를 받아들일 때 우리가 그 나라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그들에게 근무 환경을 사전에 잘 설명해주면 맞춤형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한 부분을 잘 지적했다. 재외동포청이 만들어진 것처럼 이민청 문제도 이 기회에 좀 더 점진적으로 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고민을 하면서 다뤄야 할 필요성을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7일자 1면과 10면 “의무병 택하는 의대생들 ‘공보의보다 현역’ 75%”는 우리 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준 기사다. 전문 영역에서 군 부대나 공중보건 근무를 기피한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정책 당국 특히 국방부를 중심으로 여기에 대한 논의가 좀 더 심각하게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2일자 B4면 “외국인 근로자 ‘계약해지’ 요구 급증, 중기 사장님들 속 탄다” 기사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있는 스타트업 대표이다 보니까 굉장히 와 닿았고 후속 기사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 근로자 컨트롤 시스템이 너무 빈약하다. 노동법 관련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면 스타트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상당히 피해가 크다. 미국은 외국인 근로자를 잘 활용도 하지만 비자 시스템을 통해 컨트롤도 굉장히 잘하고 있다. 다양한 벤치마킹이나 제도 제안이 있으면 어떨까 싶다.
2일자 1·6면 “타다 합법까지 4년 그새 혁신 망가졌다”는 대법원의 타다 무죄 확정 판결 기사에서 이재웅 전 대표 입을 빌어서 한 이야기는 정말 우리 스타트업 이야기다. 그동안 중앙일보에서 ‘타다’ 혁신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다뤄왔는데, 지금까지 기사보다 스타트업계 의견을 잘 반영한 기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AI 기사가 많았다. 거의 격일로 혹은 하루에도 3개씩 기사가 나와 반가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패권 전쟁’이라는 프레임에서 기사를 쓴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이겨야 하는데 일본이나 유럽이 하는 동안 뭐 할거야’ 식 프레임이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카카오는 큰 기업이지만 AI가 위주인 곳은 아니다. 전문가 견해가 필요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AI 회사를 직접 찾아가고 좀 더 실질적인 현장 이야기를 다뤘으면 좋겠다.
2일자 ‘타다’ 기사는 사건 정황을 단순하게 나열했구나 싶었다. 막대한 손실이 이미 발생했는데 이제와 무죄 판결 받은 건 사실 어이없는 거다. 보상은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안 된다면 뭐가 문제인지 그런 내용이 없어 아쉬웠다.
▶김준영 위원장=굵직한 기획 기사가 풍부한 한 달이었다. 주제들도 아주 좋았다. 주요 이슈의 경우 1면 톱이나 앞면에 쓰면서 오피니언면에서 좀 더 전문적으로 함께 다루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16일자 16면 “어항서 10㎝ 코이, 강물선 1m 자란다”는 김예지 의원 기사는 사회적으로 큰 울림과 감동을 준 것 같다. 이런 기사는 조금 앞당겨서 배치하는 것이 좋겠다.
사교육비 부분은 굉장히 큰 문제로 오랫동안 지속해 왔기 때문에 단기적 처방 또는 어떤 몇 개 변수 가지고 접근해 완화하기는 쉽지 않다. 중기적 측면에서, 교육개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후속 보도를 이어줬으면 한다. 공교육이 정상화해야 하고 수능의 성격을 어떻게 할 건가, 이런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이드라인을 잘 설정해야 할 것 같다. 중앙일보가 교육에 특히 관심이 많은 앞서가는 언론인만큼 역할을 해야 한다.
▶이영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장=12일자 1면 “김명수 법원 6년, 재판 병목만 키웠다”는 김 대법원장의 안목 부족과 리더십 결여로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는 폐단과 고통을 현실감 있게 다뤘다. 시의성과 필요성이 있다. 다만 대법원장에 대한 일부 내용은 형사처벌을 암시하거나 촉구하는 것으로 느껴져 불편한 마음이 있다. 사법부가 거듭 수사와 재판의 대상이 되는 건 사법 불신의 연장과 심화, 그로 인한 법치주의 정착에 엄청난 저해 요인이 될 게 자명하다는 측면의 시각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1일자 10면 “보육-돌봄 서비스, 경쟁 도입해 품질 높인다”에서 다룬 정책은 진보는 물론 비교적 중도적 학자까지도 취약계층 보호 같은 사회서비스 민영화에 깊이 우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목은 경쟁 도입을 긍정적으로 표현했고 야당 비판과 전문가 의견은 언급하지 않아 아쉬웠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18~19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많은 뉴스를 만들었고 중앙일보도 상세히 보도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주요국 이해관계를 상세히 다루는 데서 더 나아가 한국 외교 방향성에 도움이 되는 건전한 비판이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이런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변화의 조짐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한·미 동맹에 에너지가 집중되는 현재 상황을 점검할 필요는 없는지 독자들은 이런 분석 기사를 기대하게 된다.
러시아 용병 그룹 바그너 수장 프리고진 반란 기사는 “푸틴 리더십 큰 상처” “철권 리더십 타격” “푸틴 등에 칼 꽂히는 상황” 같이 대체로 자극적이고 푸틴의 곤경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었다. 이런 측면이 없진 않겠지만 핵심은 프리고진의 일탈 차원이어서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긴 호흡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지철호 고려대 특임교수(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1일자 1면 “새벽 요란한 경보…그런데 어디로 대피?”와 4면 “일부 지역, 사이렌에 ‘실제상황’방송까지…경보 오발 소동” 기사는 북한 발사체 발사에 따른 경계경보 발령이 늦었고 대피 사유나 대피소 안내가 없었고 서울시와 행안부가 오발 소동을 일으켰다는 내용이었는데 적절한 지적이었다.
1일자 1면 “선관위 아빠 찬스…감사원 유병호 직속 ‘타이거 부대’투입”은 선관위 특혜채용 의혹에 감사원 사무총장 직속의 이른바 ‘타이거 부대’라는 핵심 인력이 투입된다는 기사였다. 그런데 타이거 부대는 유병호 사무총장과 오랜 인연을 맺은 감사관들을 가리킨다라고 설명했는데, 공직에서 이런 형태 사조직이 존재하는지 의문이고 존재한다면 이를 먼저 비판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도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임유진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3일자 10면 “‘부산 돌려차기’ 남성 항소심서 징역 20년…강간살인미수 인정” 기사는 사진 사용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301호 법정 사진이 상당히 큰 크기로 게재됐다. 판결 선고 법정이고 방청객이 줄 설 정도로 관심이 높았음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대부분 블러 처리돼 기사와 관련성이 나타난다고 보기 어려웠다. 사건 당시 사진도 같이 실렸는데, 섬뜩한 발차기 사진은 노출만으로도 피해자에겐 엄청난 트라우마이자 또 다른 가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심한 처리를 기대한다.
14일자 8면 “광우병 때도 오염수투쟁 때도…이재명 옆에 선 ‘시위 단골들’” 기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시민단체의 특징을 보여주는데 시민단체는 정부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조직이기에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반드시 정부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정부 정책 방향과 같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리=임종주 정치에디터, 안은주 인턴기자 lim.j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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