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주관적 해석 배제 … 사실 그대로를 엮은 『6·25전쟁 1129일』
호국보훈의 달, 부영그룹 창업주 이중근 회장의 저서가 주목받는 이유
올해는 6·25 전쟁 정전 협정 70주년이다. 6·25 전쟁은 한국 역사의 가장 큰 비극이자 전환점이기도 했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와 절망을 딛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6·25 전쟁을 바로 알고 그에 담긴 역사적 의미와 교훈을 되새기고 미래를 전망해볼 필요가 있다. 부영그룹 창업주 이중근 회장이 발간한 『6·25전쟁 1129일』이 관심받는 이유다.
다양한 국내외 사회공헌활동으로 널리 알려진 부영그룹 창업주 이중근 회장은 인문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 2013년 ‘우정문고’를 설립하고 『6·25전쟁 1129일』 『광복 1775일』 『미명 36년 12768일』 『여명 135년 48701일』 『우정체로 쓴 조선개국 385년』 등 5종의 역사서를 출간해왔다.
객관성 확보 위해 우정체(宇庭体)로 발간
이중 『6·25전쟁 1129일』은 1950년 6월 25일 전쟁 발발부터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까지 1129일간의 날씨, 전황, 국내외 정세와 관련 국가들의 입장 등 전쟁과 관련한 내용을 집대성해 기록했다. 245장의 사진과 통계, 도표, 비밀전문과 공문들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 중요한 역사적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서술자의 입장이나 생각이 사실로 각인되는 오류를 막고 최대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당시에 있었던 일들을 ‘사실 그대로 일지 형식’으로 풀었다. 후에는 이런 기술 방식을 ‘우정체(宇庭?)’로 명명하고, 다른 4종의 도서도 같은 방식으로 집필했다. 우정체는 세계사의 중심을 한국에 두고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석을 배제한 채 양·음력과 간지(干支), 요일, 일기를 그대로 나열하는 편년체(編年體) 형식의 기술 방식이다.
6·25 전쟁은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242대의 탱크와 170대의 전투기를 앞세운 북한군이 무방비 상태의 남한에 전면 남침을 개시하면서 시작됐다. 3년 넘는 기간에 국군과 유엔군, 북한군과 중공군이 일진일퇴의 상황을 반복하며 전쟁을 치뤘고, 2년여 동안 765회(본회의 159회)에 이르는 회담 끝에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했다.
전쟁이 휴전 상태로 마무리되면서 남북은 다른 체제와 사회로 이질화됐다. 때로는 화해의 제스처를 주고받았지만, 대결적 갈등의 양상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70년이 흘렀고, 한국은 큰 발전을 이룩했다. 이제는 그 안에 관류하는 역사정신을 통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저자 이중근 회장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물질적 풍요와 함께 성숙한 정신적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일의 번영을 위해서는 전후 세대가 이 ‘끝나지 않은 전쟁’에 대한 무지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6·25전쟁 1129일』을 집필했다.
이 회장은 출간 당시 6·25 전쟁이 북침인지 남침인지를 논해야 한다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6·25 전쟁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명백한 사실이 이념적 잣대로 판단되기도 하고, 6·25 전쟁에 대한 학계의 각종 ‘주의’로 인해 혼란이 가중돼왔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서술자의 입장이나 생각이 사실로 각인되는 오류를 막기 위해 ‘당시에 있었던 그대로’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일 수 있지만 본질인 사실은 바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매일매일 발생한 사실을 가감 없이 기록해 독자들이 당시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공군 유가족 생활지원금 등 100억원 기부
이 회장은 “우리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있는 그대로 바로 알게 하는 것이 나이 든 사람의 의무”라며 사실 그대로의 역사서를 발간하고 다양한 보훈사업도 펼치고 있다. 6·25 전쟁 참전 용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용산 전쟁기념관에 참전비 건립비용을 지원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6·25재단에 참전용사들을 위한 후원금 1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설립한 부영그룹은 군부대들과 자매결연을 하고 매년 위문품을 전달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지금까지 약 1조10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사회에 기부해왔다.
최근에는 공군 유가족들의 생활지원금 및 장학기금으로 100억원을 기부했다. 공군 출신인 이 회장은 1961년 군입대 당시 신장 186cm의 장신으로 인해 항공병학교에서 불합격이 언급됐으나 군생활 5년 반 동안 매끼 식사 2인분을 제공받은 대가로 밥값을 갚는다는 생각을 갖고 기회 있을 때마다 공군에 기여하고자 했다.
『6·25전쟁 1129일』은 국문과 영문본을 합쳐 1000만부 넘게 발간됐다. 후대에 역사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이 회장이 사재를 들여 군부대·학교·도서관·박물관, 심지어는 해외 참전용사와 후손에게까지 무료로 책을 나눠줬다. 지금도 용산의 전쟁기념관에서 국내외 방문객에게 이 책이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이중근 편저, 우정문고 발간, 1권 1051쪽, 요약본 409쪽.
김승수 중앙일보M&P 기자 kim.se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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