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언어치료 받은 아이, 발음 명확해지고 의사 표현도 많이 부드러워져”
두나무 ‘조잘조잘 아이자람’ 사업 이인희 임상심리상담원 인터뷰
언어 발달 놀이터 ‘두나무방’ 조성
취약계층 아동에 언어교육 지원
어순에 맞게 말하고 이해력도 향상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가 영·유아의 언어 발달에 악영향을 끼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이를 극복하고자 두나무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굿네이버스 서인지역본부와 함께 보육원 아동들의 언어 교육과 치료를 지원하는 ‘조잘조잘 아이자람’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 경기지역 13개 아동양육시설에 거주하는 121명의 아이들에게 전문 언어 교사를 파견해 2964회의 언어 교육을 했다. 언어 발달 지연 진단을 받았거나 의사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 30명에게는 1급 언어치료사를 파견해 496회의 개별 언어 치료를 지원하고, 언어 교육 환경이 열악한 곳에 대해서는 공간 개선도 진행했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꿈나무마을 초록꿈터의 이인희 임상심리상담원으로부터 이 사업이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끼친 영향에 대해 들어봤다.
Q : -‘조잘조잘 아이자람’에 참여한 계기는.
A : “초록꿈터는 미혼모 아동이나 베이비박스를 통해 입소한 아동을 보호하는 아동양육시설이다. 조잘조잘 아이자람 사업에 신청한 지난해 4월 당시 초록꿈터에는 취학 전 코로나 시기를 겪었던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 23명이 있었다. 이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언어를 익히고 사회성을 습득하는 시기에 소통의 기회가 부족했다. 또 언어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입 모양과 표정 읽기가 마스크 착용으로 차단돼 발음 발달이 저해되는 등 어려움이 있어 아이들의 교육과 치료를 위해 지원했다.”
Q :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됐나.
A : “언어 발달 놀이공간인 ‘두나무방 1호’ 조성 사업, 취약계층 아동 언어교육 지원, 전문 언어재활치료 등 3가지다. 먼저, 두나무방은 초록꿈터 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부족한 현실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설계 전부터 아동 참여 캠페인을 통해 아이들이 원하는 방은 무엇인지 의견을 수집해 반영했다. 여기에 전문가의 손길이 더해져 완성됐다. 둘째로 ‘언어 교육’을 받았다. 언어학습이나 언어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9명의 아이들에게 주 1회씩 6개월간 언어 교육을 했다. 마지막으로 ‘전문 언어 재활 치료’를 했다. 국가1급 언어치료사가 초록꿈터를 방문해 언어발달 지연 아동 4명에게 각각 16회씩 진행했다.”
Q : -이번 사업이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됐나.
A : “발음이 부정확하고 의사 표현이 미숙했던 아이가 언어치료 후 발음이 명확해지고 표현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치료 선생님이 화용 언어(상황·맥락 등에 맞는 적절한 언어)를 중점적으로 교육한 결과 또래 아이들보다 어휘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됐고, 감정 표현이 향상됐다. 또 다른 아이는 개입 전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었고, 발음이 정확하지 않으며, 긴 문장 읽기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언어교육 이후 어순에 맞게 말하고 이해력이 향상됐다. 또래와 편안하게 장난을 치며 상황에 어울리는 대화도 하게 됐다. 책에서 읽은 의성어·의태어·고사성어를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고, 받아쓰기 시험 점수를 자랑할 정도로 학습 자신감이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Q : -‘두나무방 1호’가 갖는 의미는.
A : “두나무방은 아이들에게 ‘친절한 공간’이 돼줬다. 특히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긍정적 자극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일례로 ‘두나무 북클럽’ 프로그램을 운영해 아이들이 두나무방에서 책을 읽고 낭독도 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하는 등 즐거움과 발달 요인을 섞어 진행하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언어뿐 아니라 사회성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Q : -이런 사업이 향후에도 필요한 이유는.
A : “언어 발달과 문해력은 학업 성취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아이들이 겪는 문제에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고 아이들의 출발선을 동일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향후엔 ‘언어 치료’에 대한 부분이 강화됐으면 좋겠다. 언어 치료를 하면서 언어발달뿐 아니라 인지 능력, 심리적 어려움 등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통해 전인적 발달에 개입할 수 있도록 30회 이상의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
김승수 중앙일보M&P 기자 kim.se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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