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유니폼, 반쯤 입었다
한국 축구 ‘괴물 수비수’ 김민재(27)가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이 임박했다.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는 29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바이에른 뮌헨이 김민재와 2028년까지 5년 계약에 구두 합의했다. 뮌헨의 다음 단계는 나폴리에 바이아웃(최소 이적료)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에 글을 기고하며 공신력이 높은 로마노가 이적이 확실시 될 때 사용하는 문구 ‘Here we go’를 썼다. 김민재가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고 포효하는 합성 사진도 함께 올렸다.
김민재는 2022~23시즌 나폴리를 33년 만의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으로 이끌었다. 팀의 핵심 수비수로 활약하며 리그 최우수 수비수로 선정됐다.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뉴캐슬, 맨체스터 시티, 프랑스 파리생제르맹 등 빅클럽이 김민재에 러브콜을 보냈다. 경쟁에서 앞선 것처럼 보였던 맨유가 주저하는 사이, 뮌헨이 이달 중순부터 김민재 영입전에 본격적으로 참전했다.
뮌헨은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도르트문트와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에 앞서 가까스로 11시즌 연속 우승을 거뒀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탈락했다. 중앙 수비 다요 우파메카노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뤼카 에르난데스는 파리생제르맹으로 떠나는 게 유력하다. 팀 개편에 나선 토마스 투헬(독일) 뮌헨 감독이 김민재를 ‘1순위’로 점찍고, 마티아스 더 리흐트(네덜란드)와 함께 센터백 듀오로 세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뮌헨이 김민재 영입을 위해 지불할 이적료는 무려 4700만 유로~7000만 유로(673억원~1000억원)로 예상된다. 김민재의 예상 연봉도 1200만 유로~1700만 유로(172억원~243억원)에 달한다. 나폴리에서 받던 연봉 33억5000만원의 5배가 넘는다. 김민재가 2017년 K리그 전북 현대 신인 시절 연봉은 3600만원에 불과했다.
김민재의 부모는 2017년 경남 통영에서 테이블이 6개에 불과한 ‘통영바다막썰어횟집’을 운영했다. 김민재는 학창 시절 횟집에 달린 좁은방에 온 식구와 함께 살았고, 선배들의 축구화를 물려 신기도 했다. 그랬던 김민재가 중국(베이징 궈안), 튀르키예(페네르바체), 이탈리아를 거쳐 독일로 방향키를 돌려 인생역전을 이어가고 있다.
김민재 입장에서도 분데스리가 최다 33회 우승팀이자, ‘독일의 전설적인 수비수’ 프란츠 베켄바워가 뛰었던 뮌헨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또 대표팀을 자주 오가는 김민재 입장에서 인천~뮌헨 직항이 있다는 점도 메리트다.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혜택을 받은 김민재는 지난 15일 육군 논산훈련소에 입소해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있다. 전날 김민재가 군복을 입고 훈련소 동기들과 ‘사랑합니다’ 손팻말을 나눠 든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포르투갈 출신 에이전트가 유럽에서 협상을 벌여왔고, 김민재의 한국 에이전트까지 현지로 넘어갔다. 유럽에 머물고 있는 김민재의 한국 에이전트는 2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여러 구단이 김민재에 관심을 보여, 동시 다발적으로 협상을 펼치고 있다. 그 중에 바이에른 뮌헨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김민재가 현재 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만큼 세부 사항에 대한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뮌헨이 나폴리에 이적료를 지불한 뒤 김민재가 뮌헨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김민재가 훈련소에서 퇴소하는 다음달 6일 전후로 ‘오피셜(공식 발표)’가 나올 수 있다. 김민재가 군복을 벗자마자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을 수도 있는 셈이다. 물론 다른 팀이 끼어들어 김민재를 가로채는 하이재킹(hijacking·공중납치) 가능성도 남아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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