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 날린 사고뭉치, 퍼펙트게임 ‘속죄투’
메이저리그(MLB)에서 11년 만에 퍼펙트 게임이 나왔다. 뉴욕 양키스의 ‘사고뭉치’ 투수 도밍고 헤르만(31·도미니카공화국)이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헤르만은 29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안타를 1개도 맞지 않고, 무사사구 무실점(9탈삼진)을 기록하면서 퍼펙트 게임을 달성했다. 27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99개(스트라이크 72개)의 공을 던졌고, 단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헤르만은 MLB에서 퍼펙트 게임을 기록한 24번째 선수가 됐다. 가장 최근 퍼펙트를 달성한 투수는 2012년 8월 16일 시애틀 매리너스의 펠릭스 에르난데스(37)였다. 양키스 투수로는 1956년 돈 라슨, 1998년 데이비드 웰스, 1999년 데이비드 콘에 이어 네 번째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선수로는 최초다.
헤르만은 1회 말 토니 켐프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걸 시작으로 오클랜드 타자들을 손쉽게 요리했다. 4회까지 삼진 5개를 잡아냈고, 잇따라 땅볼을 이끌어냈다. 야수들의 도움도 받았다. 양키스 타자들은 5회 초 6점을 뽑아 헤르만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8회까지 93개의 공을 던진 헤르만은 11-0으로 크게 앞선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알레디미스 디아즈를 유격수 땅볼로 잡은 헤르만은 셰이 랭겔리어스를 공 1개로 처리했다. 마지막 타자 에스테우리 루이즈를 3루 땅볼로 잡아내면서 대기록을 세웠다.
헤르만은 경기를 마친 뒤 “너무 신난다. 정말 흔치 않은 기록”이라며 “마지막 이닝에선 정말 색다른 기분을 느꼈다. 그 어떤 때도 느끼지 못했던 압박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틀 전 사망한 삼촌에게 승리를 바친다고 했다. 헤르만은 “어제 정말 많이 울었다. 경기 내내 삼촌을 마음속에 품고 공을 던졌다”고 털어놨다.
헤르만의 장기는 ‘파워 커브’다. 시속 130㎞가 넘을 정도로 빠른 데다 큰 낙차로 떨어지는 커브를 구사한다. 커브 구사(41%)가 빠른 공(27%)을 던지는 경우보다 훨씬 많다. 이날도 27개의 아웃 카운트 중 무려 20개를 커브로 이끌어냈다.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도 “커브가 퍼펙트 게임의 비결”이라고 했다.
헤르만은 2009년 플로리다 말린스에 입단했다. 2014년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팔꿈치 수술을 받느라 2017년에야 빅리그에 데뷔했다. 2019년 18승을 거두며 잠재력을 발휘했지만, 이듬해 가정 폭력 문제로 징계를 받아 1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야구를 포기하려는 마음마저 먹었지만,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마운드에 복귀했다.
2021년과 지난해에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올해도 이날 경기 전까지 14경기에 나와 4승 5패, 평균자책점 5.10에 머물렀다. 지난달 17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는 경기 도중 손에 이물질이 묻은 게 확인돼 퇴장당했다. 헤르만은 “손에 묻은 건 송진과 땀이며, 유니폼에 묻은 건 씹는 담배”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지난 23일 시애틀전에선 2와 3분의 1이닝 동안 무려 10점을 내주고 교체됐다. 하지만 다음 경기인 이날 오클랜드와의 경기에서 투수들의 꿈인 퍼펙트 게임을 이뤄냈다.
일본 프로야구에선 총 16명의 투수가 퍼펙트 게임을 기록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선 아직 나온 적이 없다. 2011년 롯데 자이언츠 이용훈이 2군 경기에서 기록한 게 유일하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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