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컴도 예측 힘들다…게릴라 장마, 전국 돌며 기습 물폭탄
게릴라성 장마가 이어지면서 29일에는 서울 등 중부지방에 물폭탄이 쏟아졌다. 30일 남부지방에 또 한 번 강한 비가 쏟아진 뒤 주말에는 전국에 찜통더위가 나타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북상한 장마전선(정체전선)으로 인해 중부지방에 강한 비가 쏟아졌다. 강원도 춘천(북산)과 충남 서산에는 오후 한때 시간당 각각 59㎜, 59.4㎜의 폭우가 쏟아졌다. 통상 강수량이 시간당 30㎜ 이상이면 ‘매우 강한 비’로 분류한다. 서울도 마포구가 시간당 28㎜의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충남 일부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강한 비가 계속되면서 30일까지 예상 강우량은 서울·인천·경기 남부 등이 50~120㎜(많은 곳은 150㎜ 이상), 경기 북부·전라·제주는 100~200㎜(많은 곳은 250㎜ 이상)다.
중대본 집계(29일 오후 6시 기준)에 따르면 국립공원 12곳 322개 탐방로에서 출입을 통제했다. 전국의 둔치 주차장 71곳과 한라산·지리산 등의 둘레길 4곳도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또 인천~백령 등 여객선 15척의 발이 묶였다.
앞서 물폭탄이 휩쓸고 간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사망자도 나왔다. 지난 27일 전남 함평군에서 농수로 수문을 관리하다가 실종된 수리시설 관리원 오모(67·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오씨는 이날 오전 10시37분쯤 함평군 함평읍의 한 펌프장 교각 근처에서 발견됐다. 실종 장소에서 1㎞가량 떨어진 곳이다.
또 이날 오후 2시55분쯤에는 경기도 이천시 청미천 장호원교 인근에서 수영하던 10대 청소년이 실종됐다가 호흡이 멎은 상태로 발견됐다. 인명피해 집계에선 빠졌는데, 중대본 관계자는 “호우로 인한 피해가 아닌 안전사고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장마는 초기부터 제주에서 강원도 춘천까지 전국을 돌며 시간당 최대 70㎜의 폭포 비를 뿌렸다. 기상청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26~29일 시간당 50㎜ 넘는 비가 내린 지역이 12곳이었다. 이 정도 강수량이면 보행자가 안 보이고 차량 와이퍼도 소용없을 정도로 시야 확보가 어렵고, 침수 등 비 피해 가능성도 커진다.
대기가 불안정한 가운데 비구름이 순식간에 발달해 국지적으로 게릴라성 폭우가 내려 예측이 어렵다. 27~28일에도 수퍼컴퓨터가 계산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의 최대 강수량은 90㎜였다. 하지만 광주광역시에는 하루 만에 274.6㎜의 비가 내렸다. 장마 기간 비구름대가 매우 작은 규모로 곳곳에서 발달해 예측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수치 모델은 10㎞ 안팎의 격자 해상도로 날씨를 예측하는데, 최근 발생한 저기압 소용돌이 중에는 2㎞의 작은 규모도 있다 보니 탐지가 어려웠다”고 부연했다.
주말인 다음 달 1~2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장맛비가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남해안과 제주도는 1일 오전까지 비가 이어지는 곳도 있겠다. 비가 그친 뒤부터는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1일 서울의 한낮 기온이 34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에 최고 35도의 반짝 폭염이 나타날 전망이다. 여기에 계속된 비로 인해 습도도 높아 찜통더위가 주말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천권필·나운채·황희규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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