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컴도 예측 힘들다…게릴라 장마, 전국 돌며 기습 물폭탄

천권필, 나운채, 황희규 2023. 6. 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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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성 장마가 이어지면서 29일에는 서울 등 중부지방에 물폭탄이 쏟아졌다. 30일 남부지방에 또 한 번 강한 비가 쏟아진 뒤 주말에는 전국에 찜통더위가 나타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북상한 장마전선(정체전선)으로 인해 중부지방에 강한 비가 쏟아졌다. 강원도 춘천(북산)과 충남 서산에는 오후 한때 시간당 각각 59㎜, 59.4㎜의 폭우가 쏟아졌다. 통상 강수량이 시간당 30㎜ 이상이면 ‘매우 강한 비’로 분류한다. 서울도 마포구가 시간당 28㎜의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수도권 등 전국 곳곳에 호우특보가 내려진 29일 세차게 내린 장맛비로 주택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충남 태안군 태안읍 시내 도로에 빗물이 가득 고여 있다. [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충남 일부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강한 비가 계속되면서 30일까지 예상 강우량은 서울·인천·경기 남부 등이 50~120㎜(많은 곳은 150㎜ 이상), 경기 북부·전라·제주는 100~200㎜(많은 곳은 250㎜ 이상)다.

중대본 집계(29일 오후 6시 기준)에 따르면 국립공원 12곳 322개 탐방로에서 출입을 통제했다. 전국의 둔치 주차장 71곳과 한라산·지리산 등의 둘레길 4곳도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또 인천~백령 등 여객선 15척의 발이 묶였다.

앞서 물폭탄이 휩쓸고 간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사망자도 나왔다. 지난 27일 전남 함평군에서 농수로 수문을 관리하다가 실종된 수리시설 관리원 오모(67·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오씨는 이날 오전 10시37분쯤 함평군 함평읍의 한 펌프장 교각 근처에서 발견됐다. 실종 장소에서 1㎞가량 떨어진 곳이다.

또 이날 오후 2시55분쯤에는 경기도 이천시 청미천 장호원교 인근에서 수영하던 10대 청소년이 실종됐다가 호흡이 멎은 상태로 발견됐다. 인명피해 집계에선 빠졌는데, 중대본 관계자는 “호우로 인한 피해가 아닌 안전사고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서울 관악구에서 한 상인이 폭우로 침수된 상점 바닥을 청소하는 모습. [뉴시스]

이번 장마는 초기부터 제주에서 강원도 춘천까지 전국을 돌며 시간당 최대 70㎜의 폭포 비를 뿌렸다. 기상청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26~29일 시간당 50㎜ 넘는 비가 내린 지역이 12곳이었다. 이 정도 강수량이면 보행자가 안 보이고 차량 와이퍼도 소용없을 정도로 시야 확보가 어렵고, 침수 등 비 피해 가능성도 커진다.

대기가 불안정한 가운데 비구름이 순식간에 발달해 국지적으로 게릴라성 폭우가 내려 예측이 어렵다. 27~28일에도 수퍼컴퓨터가 계산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의 최대 강수량은 90㎜였다. 하지만 광주광역시에는 하루 만에 274.6㎜의 비가 내렸다. 장마 기간 비구름대가 매우 작은 규모로 곳곳에서 발달해 예측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수치 모델은 10㎞ 안팎의 격자 해상도로 날씨를 예측하는데, 최근 발생한 저기압 소용돌이 중에는 2㎞의 작은 규모도 있다 보니 탐지가 어려웠다”고 부연했다.

주말인 다음 달 1~2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장맛비가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남해안과 제주도는 1일 오전까지 비가 이어지는 곳도 있겠다. 비가 그친 뒤부터는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1일 서울의 한낮 기온이 34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에 최고 35도의 반짝 폭염이 나타날 전망이다. 여기에 계속된 비로 인해 습도도 높아 찜통더위가 주말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천권필·나운채·황희규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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