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에서 물러나달라'고 했다"

이한기 2023. 6. 29.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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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TV '오연호가 묻다' 통해 추 전 법무부 장관, 2021년 사퇴 과정 첫 공개

[이한기, 이희훈 기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오마이TV스튜디오에서 오마이TV<오연호가 묻다>에 출연하고 있다.
ⓒ 이희훈
"저도 (그동안) 진실을 말할 수 없는 것이 좀 답답했어요. (문재인) 대통령께서 저한테 '물러나달라'고 말씀 하셨어요.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의결을 준비하느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몇 달을 버텨왔는데, 그 결론이 제가 물러나는 거라고 하니까 '이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는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먹먹하고 무척 힘들었습니다.

(저를 물러나게 하면) 밖으로 나가는 시그널이 무엇이겠어요? 그 후폭풍이 너무나 겁나는 거예요. (윤석열) 검찰총장이 쾌도난마처럼 달리는 것만 남은 거지요. '내 앞에는 어떤 장애물도 없다'고 생각할 거 아니겠어요. 그러면 검찰 국가의 탄생을 아무도 못 막아요. 거의 촛불 국민에 대한 역모가 일어난 거예요."

추미애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월, 1년만에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나게 된 당시의 상황에 대해 처음 입을 열었다. 6월 29일 오후 <오마이TV> '오연호가 묻다'에 출연한 추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나달라는 대통령의 이야기를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전달받았다"면서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고, 중간에서 농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문 대통령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의결) 사안의 심각성을 말씀드리고, 최종 결재권자인 대통령의 사인도 받기 위해서 청와대에 찾아가 대통령과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검찰개혁이 여기까지 오는데 추 장관이 없었다면 가능했겠느냐며 덕담을 해주었다"면서도 "저를 유임시켜야 윤 총장 징계 건이나 검찰개혁 등을 잘 마무리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법무부 장관직에서 물러나달라는) 결론은 똑같았다"고 회고했다.

"장관직 사의를 표명하면서 '나는 왜 물러나는가' 같은 퇴임의 변을 언론에 발표하는데, 추 전 장관은 물러나면서 별다른 얘기가 없었던 것 같다"는 물음에 그는 "타의에 의해 물러나는 거였고, 당시 상황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감정이나 표정 등을) 수습하기 어려웠다"면서 "당시 민주당에서 재보궐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검찰개혁 이슈가 퇴장해야 한다는 논리로 저의 사퇴를 요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뿐만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도 곧 물러나게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추 전 장관은 "그러나 저는 (윤석열 총장) 핸들링이 쉽지 않다고 느꼈다"면서 "그때 제가 절망감을 느꼈던 것은 대통령도 검찰총장을 핸들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이미 느꼈다는 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를 물러나게 하면 어떤 시그널이 되겠냐"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잘못한 게 없는데 (추미애) 장관이 무리수를 뒀다'는 게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추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첫 단추가 인사 실패,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하면서 (검찰의) 인사권을 모두 줘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검찰의 적폐 수사 효능과 성과를 우선순위에 두고 무소불위의 힘을 실어줬다"면서 "너무 신임한 나머지 어두운 면, 부정적인 면을 간과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윤석열 총장 징계 결정문' 의미? "범죄자 아닌가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6월 29일 오후 오마이TV '오연호가 묻다'와 인터뷰를 통해 2021년 법무부 장관 사퇴 과정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 오마이TV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오마이TV스튜디오에서 오마이TV<오연호가 묻다>에 출연하고 있다.
ⓒ 이희훈
2020년 11월 24일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하고, 징계를 청구해 같은해 12월 16일 윤석열 총장 정직 2개월을 결정했다. 2021년 10월 14일 서울행정법원이 1심에서 윤석열 총장의 정직 징계 처분이 정당한 결정이었다는 판결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현재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중이다.

이날 오마이TV '오연호가 묻다'에 출연한 추미애 전 장관은 120쪽에 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결정문'을 보면서 그 의미를 되짚었다. 당시 윤석열 총장 직무정지 및 징계 사유의 핵심 내용은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사법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 채널A 사건과 한명숙 총리 사건 등에서 측근을 비호하기 위한 감찰·수사 방해, 언론과의 감찰 관련 정보 거래, 검찰총장 조사 관련 협조 의무 위반 및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총장으로서 위엄과 신망 손상 등이다.

'윤석열 총장 징계 결정문'에 대한 의미를 묻는 질문에 추 전 장관은 "(징계 결정문 안에 윤석열 총장의) 범죄 혐의가 다 들어있지 않냐"고 답했다. 이어 그는 "재판부가 1심에서는 판사 사찰 문건, 채널A 감찰·수사 방해가 굉장히 심각하고, 검찰 사무의 공정성과 적법성을 침해했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그렇다면 그게 무엇인가? 범죄자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징계위원회마저 정무적인 판단을 해서 정직 2개월에 그쳤지만, 판사가 볼 때는 엄청난 권한을 가진 검찰총장이 수사를 방해하고, 감찰을 방해했다는 걸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니까 반민주적으로 갈 수 있는 검찰 국가 탄생을 예고하는 걸 느꼈다고 저는 보는 거죠. 이 엄청난 사건에 대해서 (재판부가) 제대로 판단을 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추 전 장관은 "저는 (검찰이) 군대보다 더 큰 위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면서 "군대는 물리력 때문에 사람들이 위협을 느끼지만, 검찰총장은 2300명 검사에 대한 지휘권을 갖고 있고 마음대로 수사의 방향을 틀 수 있어서 단순한 증권 범죄 사기범을 정치 사건으로 만들 수도 있고, 실제 그렇게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직에 있는 이성윤 검사장이 오연호가 묻다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문을 거론하면서 '이게 윤석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표현했다"고 묻자, 추 전 장관은 "(그 의견에) 동의한다"면서 "대통령 재임 기간에서는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민형사상의 소추를 피할 수 있지만, 임기가 끝나고 사인으로 돌아가면 다시 수사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오마이TV스튜디오에서 오마이TV<오연호가 묻다>에 출연하고 있다.
ⓒ 이희훈
추 전 장관은 "희한하게도 처음 이 재판의 원고가 윤석열 총장이고, 피고가 추미애 장관이었는데 지금은 원고가 대통령이 되었고, 피고인 법무부 장관을 본인이 임명했다"면서 "소송은 대립되는 두 당사자의 다툼이 있다는 걸 전제로 하는 것인데 원고와 피고의 이해관계가 같아졌다"고 지적했다.
  
'2심 판결에서 (결과가) 뒤집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에 대해 추 전 장관은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가 아예 패소를 작정하고, 패소할 결심을 넘어 패소할 목적과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대통령 임기 안에 무죄를 받아) 사법 세탁을 완벽하게 하려고 (최측근인) 한동훈 장관을 임명하고, 이 사건 해결을 미션으로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의 정의가 땅 속에 매장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기 때문에 재판부가 (윤 대통령 임기 중에는) 항소심 진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사동일체'에서 '권력동일체'로 가고 있다"

'검찰 대통령이 된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년 2개월을 지켜보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추 전 장관은 "대한민국의 회복 탄력성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윤석열 정부가 역행하고 있다는 걸 다 느낄텐데, 그래도 되돌아갈 수 있는 걸 회복 탄력성이라고 하는데, 그것마저 파괴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답했다.

추 전 장관은 "최근 모습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위험한 자기 도취에 빠져있다"면서 "징계 결정문에 등장하는, '내 명령대로, 내가 말하는대로 해'라는 검찰총장의 모습이 국정 운영 전반에서도 보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총장 당시) 검사동일체에서 (대통령이 된 뒤) 권력동일체가 돼버렸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에게는) 열등감이나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 환영적인 우월감으로 다 아는 척하면서 내 뜻대로 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 권력의 우월감으로 열등감이나 낮은 자존감을 덮으려고 하지만, 완전히 덮어지진 않아요. 이런 사람이 권력을 쥐면 무한 도취되는 경향이 있어요. 

어떤 걸 본인이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잘못 판단하고 잘못 결정했는데도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잘못을 인정 못해요. 그리고는 다른 걸로 덮어버리는 거죠. 보통 사람 같으면 안 만나면 그만이지만, 최고 권력을 쥔 대통령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치죠. 밑에서는 그런 대통령을 추종하고 맹종하면 나라가 위험에 빠집니다."

'우리 사회의 정의가 땅 속에 묻히지 않고 꽃을 피울 수 있다는 데 대해 회의적인지, 그래도 낙관하는지'를 묻자 추 전 장관은 "낙관이냐, 비관이냐는 사치"라며 "(고난과 시련을 이겨 내면서 있는 힘을 다하여 싸우는) 간고분투(艱苦奮鬪)의 자세로 더욱 단단해져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시민 정신이 살아있으면 우리는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서 "역사는 한 분 한 분이 주인공이니까, 주체의식이 살아 있으면 그 나라의 역사는 궤도 이탈을 했더라도 다시 올라오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오마이TV <오연호가 묻다>를 진행하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초청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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