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검문하다 10대에 총 쏜 프랑스 경찰…“총기사용 조건 충족 못해”

이지영 2023. 6. 2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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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열린 시위 도중 불이 난 자동차. AFP=연합뉴스


프랑스 경찰이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하려던 10대에게 총을 쏠 당시 총기를 사용할 법적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9일(현지시간) 낭테르 검찰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27일 나엘(17) 군을 사망에 이르게 만든 경찰관을 구속 상태에서 살인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부검 결과 나엘 군의 사인은 왼팔과 흉부를 관통한 총알 한 발이었으며, 운전한 차 안에서는 마약이나 위험한 물건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찰관 2명은 위험하게 운전하던 나엘 군을 길 한쪽으로 불러 세웠는데 차를 몰아 달아나려는 것을 막으려고 총을 쐈으며, 그 당시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경찰관 1명이 운전석을 향해 총구를 겨눈 채 대화하던 중 차가 진행 방향으로 급발진하자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만 담겼다.

총성 한 발이 울리고 나서 나엘 군이 몰던 차는 수십m 이동했고 기둥에 부딪힌 뒤 멈춰 섰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처치를 시도했으나, 나엘 군은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나엘군은 알제리계 가정 출신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사건은 프랑스 경찰의 고질적인 인종차별 행태를 보여준다며 프랑스 전역에 분노를 확산시켰으며 낭테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틀 연속 이어졌다.

시위대 공격으로 망가진 프랑스 경찰서. 로이터=연합뉴스


나엘 군을 위한 정의 구현을 외치며 길거리로 나온 시위대는 전날 밤 경찰서와 시청 등 공공기관에 돌 등을 던졌고, 거리에 주차된 자동차와 쓰레기통, 트램 등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경찰 조직을 총괄하는 제랄드 다르마냉 장관은 밤사이 툴루즈, 디종, 리옹 등 프랑스 전역에서 150여명을 체포했고 경찰 170명이 다쳤다며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긴급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가 기관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오후 낭테르에서 나엘 군을 추모하는 행사가 “배려와 존중” 속에서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국무회의가 끝나고 나서 다르마냉 장관은 프랑스 전역에 배치하는 경찰과 군경찰 인력을 4만명으로 늘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나엘 군의 사망 사건은 지난 2005년 흑인 10대 소년 2명이 파리 외곽에서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감전사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이 사건은 인종차별과 빈곤에 시달려 불만이 쌓인 이민자 사회에 분노를 확산시켰고 그 여파로 폭동이 두 달간 이어져 약 6000명이 체포됐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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