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모드 바꾸자 ‘그르렁’… 630마력 맹수로 돌변

이용상 2023. 6. 29.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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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RS7 스포트백의 주행모드를 컴퍼트(comfort)에서 다이내믹(dynamic)으로 전환하자 차가 돌변했다.

통상 고성능차를 맹수에 비유하곤 하는데 이 차는 주행모드에 따른 차이가 너무 확연해 이중인격자 같았다.

RS7은 차의 높이(1435㎜)가 낮고 폭(1950㎜)이 넓은 편이었다.

이제 주행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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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고성능 신차 RS7·RS6 퍼포먼스 시승기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나파밸리의 한 호텔에 전시된 아우디의 고성능 준대형 쿠페 RS7 스포트백 신형 모델. 차의 높이가 낮고 폭이 넓은 편이다. 22인치 앞바퀴에 빨간색 캘리퍼가 고성능차임을 보여준다.


아우디 RS7 스포트백의 주행모드를 컴퍼트(comfort)에서 다이내믹(dynamic)으로 전환하자 차가 돌변했다. 점잖던 녀석은 갑자기 ‘그르렁’ 엔진소리를 내더니 치고 나갔다. RS7은 아우디의 고성능 준대형 쿠페다. 통상 고성능차를 맹수에 비유하곤 하는데 이 차는 주행모드에 따른 차이가 너무 확연해 이중인격자 같았다. 아우디는 RS7과 준대형 왜건 RS6 아반트의 신형 모델을 지난 27일(현지시간) 세계 시장에 내놨다. 출시 3일 전인 지난 24일 아우디의 초청을 받아 미국 샌프란시스코 나파밸리 인근에서 두 차량을 번갈아서 약 300㎞ 몰았다.

RS7은 차의 높이(1435㎜)가 낮고 폭(1950㎜)이 넓은 편이었다. 맹수가 웅크린 자세를 닮았다. 보닛에 세련된 주름이 4가닥 잡혀있었다. 바람도 미끄러질 것 같은 매끈한 곡선이 매력적이었다. 22인치 타이어를 장착했다. 앞바퀴에 있는 빨간색 캘리퍼(브레이크 부품)는 이 차량이 고성능이란 걸 보여줬다.

시승은 2인 1조로 진행됐다. 먼저 운전대를 잡았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라디오가 켜지며 클래식 음악이 흘렀다. 안전벨트가 이제부터 제대로 한 번 달려볼 테니까 잘 기대고 있으라는 듯 몸을 타이트하게 쪼여줬다. 아무리 운전에 자신 있어도 외국에서 고성능차를 운전하려니 살짝 긴장됐다.

가격부터 검색하게 됐다. 미국에서 12만8895달러(약 1억6900만원)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운전대가 알칸타라 소재로 덮여있어 손에 땀이 머물 틈이 없다. 알칸타라는 언뜻 스웨이드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크와 유사한 촉감을 가지면서 내수성·내구성이 훌륭해 고급차에 많이 쓰인다.

RS7의 내부 모습.


이제 주행할 차례다. 브레이크 페달에 있던 오른발을 가속 페달로 옮겼다. 물 위의 요트처럼 부드럽게 전진했다. 이중접합 유리가 외부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RS7과 RS6는 둘 다 4.0ℓ 8기통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최대 출력 630마력, 최대 토크 850Nm의 강력한 성능을 품고 있지만 요트 위에서 고요하게 클래식 음악만이 흐르는 것 같은 이 상황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다이내믹 모드로 바꾼 뒤 가속페달을 밟자 등짝이 시트에 턱 달라붙을 정도로 저돌적으로 뛰쳐나갔다. 이 차의 최고속도는 시속 305㎞,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4초다.

실제 주행에서 이런 성능을 100% 발휘할 일은 거의 없다. 이번 시승코스도 도로에 제한 속도가 걸려있고 곡선주로가 많아서 고속 주행감을 느껴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일반도로에서도 이 차의 진가를 느끼기 충분했다. 에어 서스펜션이 차의 흔들림을 잘 잡아줬다. 노면이 고르지 않은 도로에서도 크게 덜컹거리지 않았다. 2t이 넘는 무게에도 코너에서 가볍고 잽싸게 움직였다. 원심력에 따른 치우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바닥에 딱 붙은 채 주행했다. 도로 한복판에서 갑자기 누군가 멈추라는 신호를 했다. 뭔가 하고 창문을 살짝 내리니 도로 공사 소음이 요란했다. 창문을 닫자 바깥소리는 다시 완전히 차단됐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탑재했다.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 잡은 2개의 디스플레이에 실내 온도 조절, 내비게이션 등의 기능을 담았다. 시트에 통풍 기능을 더했다. 트렁크는 RS7은 최대 1390ℓ, RS6는 1680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서킷을 달릴 수 있는 성능을 품었지만 일상에서도 쉽게 탈 수 있는 자동차를 지향한 듯했다. 어제까지 몰았던 차량처럼 낯설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글·사진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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