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상무기 된 드론…더 필요해진 ‘드론 헌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장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무기가 있다. 바로 ‘드론’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운영하는 드론은 전장 곳곳을 누비며 러시아 군의 전차와 지상군을 무력화시켰다. 드론은 이제 단순 수색·촬영만 하는 장비에서, 인명 살상까지 가능한 공격 수단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드론이 각광받으면서 드론을 잡는 ‘안티드론’ 산업 역시 덩달아 주목받는다. 드론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국가가 급증한 덕분이다. 테러, 적국으로의 공격 등 드론의 위협을 심각하게 느낀 각국 정부는 드론 방어 체계를 앞다퉈 구축하고 있다. 북한 무인기의 공습에 시달렸던 한국 정부 역시 안티드론 시스템 개발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캐나다 시장조사기관인 프레시던스 리서치는 전 세계 안티드론 시장 규모가 2022년 17억9000만달러에서 2030년 128억달러까지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연평균 28%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드론 방어에 ‘절대 필수품’
안티드론은 드론으로 인해 야기되는 범죄, 테러 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무인비행체를 사전에 탐지하고 식별, 무력화하는 시스템이다. ‘C-UAS(Counter-Unmanned Aircraft Systems)’ 또는 ‘대(對)드론 체계’로 불리기도 한다.
안티드론을 구성하는 핵심 기술은 크게 3가지다. 무인비행체를 발견하는 ‘탐지’, 탐지된 드론의 종류를 파악하는 ‘식별’, 마지막으로 식별된 드론을 제거하는 ‘무력화’다. 탐지와 식별 단계에서는 음향·레이더·RF 등 다양한 센서 기술이 사용된다. 탐지용 장비들은 레이더, 소음, 광학, 적외선 등을 활용해 비행체를 찾거나, 드론과 조종기 간의 통신 신호를 포착해 드론을 탐지한다.
탐지 이후에는 드론의 특징을 식별해야 한다. 레이더반사면적(RCS)으로 적 드론의 출현을 판단한다. 기종이 확인되면 드론과 조종사 간 오가는 전파를 분석, ID를 판별해 소유자, 비행의 합법성 등을 파악한다. 이때, 비행이 허가된 드론이라면 추적을 종료한다. 반대로, 불법 비행체임이 확인되면 바로 무력화 단계에 진입한다. 무력화는 말 그대로 드론이 더 이상 비행하지 못하도록 제지하는 단계다. 무력화 단계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드론에 총탄, 레이저 등으로 직접적인 물리적인 타격을 가하는 ‘하드킬’과 전파 교란(재밍)으로 드론과 조종자 간의 통신을 끊는 ‘소프트킬’이다.
안티드론 기술이 각광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드론을 기존 대공방어체계에서는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군용·대테러용 방공(공중 공격을 막는) 기술은 전부 대형 비행기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테러 단체나 적군의 전투기·헬리콥터를 막는 게 끝이다. 그러다 보니 기존 방공 레이더는 대형 비행체가 아닌 소형 비행체는 잘 잡아내지 못한다. 전투기 소음만 찾아내는 음파 탐지기 역시 무용지물이다. 드론은 전투기처럼 큰 소음이 나지 않는다. 설령 운 좋게 찾아내더라도 하늘에 점처럼 보이는 드론을 기관총과 미사일로 맞히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공에 뜬 무인기를 전투기로 격추 시키기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다. 드론이 미니카라면, 전투기는 중형차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미니카를 중형차에 탄 채 잡으라고 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요구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2년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한국 상공에 진입했을 때, 한국 공군 전투기가 출격해 무인기를 격추시키려 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국내 방산 업체 속속 진출
LIG넥스원·한화에어로 적극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국내 업체들도 안티드론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북한 무인기 사태 이후 진출 속도를 더 높이는 중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은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방산에서 쌓아올린 역량을 바탕으로 안티드론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LIG넥스원은 5월 31일 김포공항의 불법 드론을 탐지하는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김포공항에 공중에서 접근하거나 침입한 드론의 위치, 이동 상황을 파악해 항공기와 시설, 이용객 등을 보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사업에서 불법 드론 탐지·추적·무력화를 포함한 통합 안티드론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LIG넥스원은 안티드론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정부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경찰청 등이 주관하는 불법 드론 지능형 대응 기술 과제 중 지상 기반 불법 드론 탐지·식별·추적·무력화 기술과 운용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록히드마틴 등과 함께 안티드론 기술 기업 포르템테크놀로지스에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방식으로 총 225억원을 투자했다. SAFE는 투자금을 선지급하고 추후 할인된 가격에 지분을 취득하는 입도선매 형태 투자 방식이다. 포르템테크놀로지스는 탐지·식별·무력화 등 모든 안티드론 단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자체 개발 레이더로 불법 드론을 탐지한 후 자율주행 드론을 띄워 그물로 포획해 무력화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포르템테크놀로지스와 협력해 기존 무기 체계와 결합한 드론 대응 기술을 확보하고, 향후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충돌 방지 기능에 적용할 계획이다.
안티드론 안전과 직결…‘포획’ 무력화 수요 커질 것
A. 물론이다. 드론의 위협이 커지면서 안티드론은 경호·치안·국방에 꼭 필요한 시스템이 됐다. 도쿄 올림픽, 카타르 월드컵, 나토 국방장관, 다보스포럼 등 굵직한 행사마다 삼엄한 드론 방어 체계가 펼쳐졌다.
Q. 드론을 찾아내는 신기술도 만들어지고 있나.
A. 탐지·식별 분야는 비약적인 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우선 탐지용 레이더 기술이 크게 향상됐다. 실제로 우리와 협력하는 포르템의 R30레이더 경우 3㎞ 반경에 있는 10㎝ 크기 물건도 모두 잡아낸다. 사람 정도 크기는 반경 8㎞ 이내에 있다면 모두 잡아낸다. 레이더에 탐지가 되면 다음은 식별 단계다. 최근에는 식별에 AI 기술이 적용된다. 일례로 포르템 AI는 드론의 데이터를 학습한 AI를 활용, 레이더에 잡힌 물체가 드론인지 새인지 정확하게 구별해낸다.
Q. 하드킬·소프트킬 모두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데.
A. 전통적인 하드킬, 소프트킬 방식은 제약이 있다. 드론을 직접 맞히는 하드킬은 명중 확률이 떨어진다. 소프트킬에 쓰이는 ‘재밍’은 아군에게 피해가 간다. 재밍 방어 시스템은 드론이 나는 일대의 전파를 모두 차단한다. 비행기와 관제탑 간 통신이 필수인 공항에서는 재밍 시스템을 사용하기 힘들다. 도심에서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도심 전체 통신을 모조리 마비시키면 민간 피해가 엄청나다.
Q. 그렇다면 드론을 무력화하는 다른 방식이 있나.
A. 최근 들어서는 하드킬도 소프트킬도 아닌 다른 방식이 각광받는다. 우리와 협력하는 포르템의 경우 그물 포획 방식이다. 그물 포획이라 해서 단순히 드론을 추격해 잡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탐지 단계부터 목표물 추적이 들어간다. 포획용 드론의 추적 장치에 잡아야 할 드론 위치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이후 시스템 지시에 따라 포획 드론이 그물을 발사, 비행체를 낚아챈다. 포획의 가장 큰 강점은 ‘기체 파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불법 비행체가 무엇을 녹화했는지, 안에 어떤 기술이 적용됐는지 명확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5호 (2023.06.28~2023.07.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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