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체지로 부각되는 일본…한국, 어깨 겨룰 경쟁력 갖췄나 [임상균 칼럼]

임상균 매경이코노미 기자(sky221@mk.co.kr) 2023. 6. 2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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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주간국장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로 일본 경제는 나락에 빠졌다.

아베노믹스로 공격적 자금 살포에 나섰지만 일본 경제는 ‘젖은 낙엽’ 마냥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베노믹스의 핵심 목표 중 하나였던 물가 상승률 2% 달성은 요원해 보였다. 파나소닉, 소니, 히타치 등 일본의 대표 제조 업체들은 부도 위기에 몰렸었다.

그러던 일본 경제가 달라졌다. 니케이225지수는 3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도쿄 중심부 공시지가도 버블 당시 최고치를 넘어섰다. 워런 버핏이 일본의 5대 상사 주식을 매입한 것을 계기로 글로벌 투자 자금들이 일본으로 몰려들고 있다. 대만 TSMC는 미국 애리조나 공장 증설은 망설이면서 일본 구마모토에는 10조원 규모 팹 투자에 나섰다.

일본 경제와 증시가 각광받는 다양한 이유 중 주목할 만한 논리는 ‘중국 대체론’이다. 미중 갈등의 신냉전 시대에 글로벌 생산과 소비 시장에 양질의 소재·부품 생산 기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 수출 기업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달러당 100엔 수준이었던 엔화 가치는 140엔대로 급락했다.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상당히 높아졌다. 게다가 ‘잃어버린 30년’의 장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일본 내의 상대적 생산원가는 크게 싸졌다. 인건비가 우리나라보다 낮아진 지는 이미 오래다. 금융 조달비용은 제로 수준이다. 모든 부분에서 비용이 낮아졌지만 부품·소재를 포함한 제조업 분야에서 기술력은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반면 주력 시장인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이다. ‘싸고 질 낮은’ 중국 제품을 ‘싸고 질 좋은’ 일본 제품이 대체하기에 충분하다. 덕분에 일본 기업들은 지금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한다.

SMBC닛코증권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기업 중 금융 기업을 제외한 1308개의 2022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잠정 매출액이 14.2%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도 4.2% 늘어나고, 순이익은 역대 최대였던 직전 회계연도를 다시 경신할 것이라고 한다. 토요타는 3년 연속 글로벌 자동차 판매 1위를 했고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을 거뒀다. 소니도 일본 기업 중 사상 2번째로 토요타에 이어 영업익 1조엔을 기록했다.

한국도 중국 옆에 있는 제조 강국이다. 최근 강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원화는 지난해 이후 엔화 못지않게 약세를 보인 대표적인 통화다. 제조업 기술력으로 따지면 우리도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왜 한국은 중국 대체지로 주목받지 못하는가. 지난해 우리 상장사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4.7%와 17.3%씩 감소했다. 물론 여기에는 반도체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한국 제조업의 편중 현상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엔화가 저평가되면서 기업들이 이득을 봤지만 한국은 반도체와 대중 수출이 급격히 악화되자 원저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이보다 더 구조적 원인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생산비용에서 경쟁력은 따라가기 어려운 정도로 낮아졌다. ‘Made in Korea’의 낮아진 가성비를 끌어올릴 대책이 시급하다. 그러지 않으면 중국의 하청 기지에서 일본의 하청 기지로만 바뀌는 종속 국가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5호 (2023.06.28~2023.07.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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