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 발전하려면…MZ세대·글로벌 사용자 모아라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6. 2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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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수익 안전주의’ 탈피

“한국 게임 회사는 이용자를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현재의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힘들 것이다.”

최근 증권가가 게임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쉬이 내놓지 않는 증권가에서조차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될 정도로 국내 게임업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게임업계가 부진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한다. ‘도전하지 않는 문화’ ‘IP의 부재’ ‘게임 이용자 기만’ 등 오랫동안 게임업계 경쟁력을 갉아온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미국 게임사 블리자드가 만든 디아블로4는 탄탄한 IP로 전 세계 게임 시장을 휩쓸었다. 한국에서도 다른 한국 게임들을 제치고 월등히 높은 판매량을 자랑한다. 사진은 디아블로4 팝업 스토어에 몰린 사람들. (대원미디어 제공)
과거 성공 방식 답습만 고집

독창성 사라져버린 생태계

올해 4월,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두 회사가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게임 ‘아키에이지 워’가 저작권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엔씨소프트 측은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 게임 ‘리니지2M’의 고유 콘텐츠를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가 ‘저작권 위반 사항이 없다’고 맞대응에 나서면서 현재 법적 공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아키에이지 워’ 말고도 리니지와 비슷한 게임이 많은데, 왜 ‘아키에이지 워’만 소송을 거냐는 논리로 대응했다.

이는 한국 게임업계가 얼마나 ‘정체’됐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 성공한 방식만 답습해 게임을 만들다 보니 차이점을 찾아보기 힘든 게임만 양산되는 것이다. 실제로 2017년 엔씨소프트가 만든 리니지M이 성공한 이후, 국내 게임사들은 리니지와 비슷한 게임만 계속해서 만들어왔다. 개발진에서 독특하고 참신한 게임을 만들어도, 기획부서나 임원진 선에서 ‘돈 되게 만들어라’라고 수정시키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 결과 나오는 게임마다 ‘리니지와 다른 점을 못 찾겠다’ ‘즐길 게임이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게임 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변화 속도가 빠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발전으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게임이 등장하고 있고 게이머들 역시 항상 새롭고 흥미로운 게임을 소비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국내 게임업계는 과거 성공 방식만 답습하며 혁신을 소홀히 했다. 김영진 청강산업대 게임콘텐츠스쿨 교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초기 빠른 발전을 이룬 것에 비해 이후 플랫폼이나 게임의 장르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지금이라도 보수적인 사내 문화에서 벗어나 과감한 투자와 그에 따른 혁신적인 개발을 추구해야 한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김영진 교수는 “현재 국내 게임업계를 보면 한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면 그를 쫓는 성향이 다분하다”며 “국내 게임사들이 투자할 자금은 충분하다고 본다. 게임사들은 경직된 사내 문화, 스튜디오 간의 과도한 실적 경쟁을 부추기는 문화를 없애고 새로운 장르의 게임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 위해

지식재산권 개발 총력 다해야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충성도 높은 ‘IP’를 발굴해야 한다는 데도 이견이 없다. 잘 만들어진 IP는 곧 수익으로 직결된다. 올해 상반기 세계 게임 시장을 휩쓸고 있는 ‘디아블로4’나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 모두 클래식 IP가 강력한 팬덤을 끌어들이면서 성공한 케이스다. 기업가치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IP는 ‘투자 매력도’를 높여주는 요인이다. ‘젤다의 전설’ ‘슈퍼 마리오’ ‘포켓몬’ 등 막강한 IP를 보유한 닌텐도의 시가총액은, 한국 게임사 전체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도 높다.

한국의 경우 ‘인지도 높은 IP’는 있어도 충성도가 높은 IP는 전무한 수준이다. 이재홍 숭실대 게임학부 교수는 “빠른 육성, 좋은 아이템 확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장악력을 갖춘 IP를 만드는 데 소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훌륭한 스토리를 가진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생태계를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P를 개발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1200억원을 투자한 원신은 처음에 일본 IP를 모방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지적된 사항을 받아들이고 문제점을 수정해나가면서 ‘원신’만의 IP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국내 게임사도 (IP 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적으로 인정받는 IP를 창작하기 위해서는 게임사뿐 아니라 제도권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내 게임·콘텐츠 산업은 IP 권리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 수준이다. 김영진 교수는 “한국은 게임뿐 아니라 일반적인 콘텐츠 사업에 있어서 투자나 개발, 관리에 있어 소홀한 경향이 있다. IP 개발자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 역시 미비한 편이다. 고질적인 문제다. 게임·콘텐츠의 IP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트럭 시위 대신 ‘격려’ 받도록

이용자 중심 마인드로 바뀌어야

좋은 게임을 만들고도, 운영 때문에 외면받는 실태 역시 고쳐야 할 점으로 뽑힌다. 게임 산업은 유독 이용자에게 ‘박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용자와 소통을 거부하고, 일방적인 통보만 내렸던 과거 관행 탓이다. 결국 2021년에는 소비자들이 회사에 항의하기 위해 트럭에 문구를 적어서 보내는 ‘트럭 시위’까지 등장했다.

게임 회사가 이용자를 무시한다는 인식이 퍼져나가면서 젊은 유저들이 국내 게임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10~20대에서 유행하는 ‘탕탕특공대’ ‘리그오브레전드’ ‘마인크래프트’ 등은 모두 외국 게임이다. 한국 게임은 일부 중·장년층만 즐기는 ‘그들만의 문화’로 전락했다.

김정태 교수는 “게이머들이 일련의 사건(유저 기만 사태, 국내·외 유저 차별)들로 인해 게임사들을 불신하게 된 것은 게임사들의 과오다. 게임사와 게이머들이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간극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게임사들은 게이머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자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사들이 좋은 콘텐츠를 냈을 때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 소비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5호 (2023.06.28~2023.07.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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