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때문에… 정신질환자 안락사 허용하는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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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 정신질환을 이유로 안락사를 선택한 사람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의 저자 터프리-바이네 박사는 "정신질환자이면서 안락사를 선택한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러나 그들을 도울 다른 방법이 분명히 있는데도 안락사를 허용한다는 건 죽는 것이 더 낫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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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안락사를 허용한 최초의 국가다. ‘견딜 수 없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불치병을 앓는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면 검토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안락사를 허용한다. 그러나 본인의 의사가 확실하지 않은 아동이나 정신질환자의 안락사 요구를 어떻게 평가할건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영국 킹스턴대 연구팀은 안락사 검토위원회가 자폐증 등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안락사 요청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6만여명이 안락사로 세상을 떠났다. 2012년 이전 기록은 알려지지 않았다. 2021년 한해에만 안락사로 7666명이 사망했는데 네덜란드 한해 사망자의 4.5%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들 중 89%는 암, 파킨슨병, 루게릭병을 앓는 겪는 고령자였다.
39명은 정신질환자였다. 절반가량은 노인이었지만 18명은 50세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5명은 30세 미만이었다. 연구팀은 위원회가 발표한 사례보고서를 심층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엔 환자 고통의 특성, 안락사의 대안, 의사와 환자 간의 논의, 다른 사람과의 상담에 대한 의사의 서면 보고서 등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30명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원인 중 하나로 외로움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8명은 고통의 유일한 원인으로 자폐증이나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 대처 전략의 부족, 사고를 조정할 수 없는 능력을 꼽았다. 연구팀은 위원회가 39명 중 30%의 환자들은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고 분석했다.
8명의 환자엔 20대 자폐증 남성도 포함됐다. 그의 기록에는 ‘환자는 어린 시절부터 불행을 느꼈고, 정기적으로 괴롭힘을 당했으며, 사회적 접촉을 갈망했지만 다른 사람과 연결될 수 없었다’고 적혀 있었다. 그는 ‘몇 년 동안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하는 것은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결정한 후 안락사를 선택했다.
경계선 인격 장애를 가진 30대 여성은 지원을 받는 생활 센터의 자리를 제안 받기도 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그녀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고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너무 어렵게 생각했다’고 적었다.
연구의 저자 터프리-바이네 박사는 “정신질환자이면서 안락사를 선택한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러나 그들을 도울 다른 방법이 분명히 있는데도 안락사를 허용한다는 건 죽는 것이 더 낫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캠브릿지대 자폐 연구 센터의 사이먼 배런-코헨은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이 더 이상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안락사되고 있다는 것이 끔찍한 일”이라며 “자폐증을 앓는 많은 사람이 우울증과 싸우고 있는데, 우울증은 합법적인 죽음을 요구하는 능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락사를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국가는 네덜란드 외에 벨기에, 캐나다, 콜롬비아 등이 있다. 그런데 안락사를 결정하는 의료 단체의 판단 과정을 공개하는 나라는 국가는 네덜란드가 유일하다. 정신질환자의 안락사 요구가 부당하게 평가될 여지도 있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 정신과협회(Royal College of Psychiatrists)의 ‘BJPsych Open’ 저널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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