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테슬라 순애보…일학개미의 반란 [상반기결산]
[한국경제TV 박승완 기자]
<앵커>
상반기 마지막 일주일을 보내며 투자 자산별 상황을 점검하고 하반기를 예측해 봅니다. 오늘은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성적표를 들여다봅니다.
박 기자, 상반기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테슬라라고요?
<기자>
상반기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654억 달러 사들였습니다. 상반기 평균 환율로 따져보면 85조 원가량 됩니다.(달러 당 1,294.82원) 반기 기준 매수 건수로는 역대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졌고요. 금액으로는 2021년 상반기와 하반기, 그리고 지난해 상반기에 이어서 네 번째 규모로 많이 사들였습니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테슬라였습니다. 75억 달러, 9조 7천억 원 수준으로 파악되는데요. 뒤이어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하루 변동 폭을 3배로 따라가는 ETF들이 2, 3위에 올랐고요. 나스닥100의 레버리지 상품들도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앵커>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 빠짐없이 테슬라가 등장 중이죠. 이익은 봤을까요?
<기자>
직전 거래일 기준 테슬라 주가는 올 초 대비 두 배 넘게 뛰었습니다. 연초 100달러 대였던 주가는 상승세에 올라타더니 2월에 들어서면서 답답한 흐름을 보였었죠. 반전은 지난달 말에 찾아왔는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중국에서 사업 확장을 논의할 것이란 소식이 주가 반등의 재료가 됐습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3일까지 13거래일 연속 랠리를 이어가면서 최장기간 상승 기록을 다시 썼죠.
거침없는 기세에 월가에서는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잇따라 낮추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와 바클레이스에 이어 골드만삭스 역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는데요. 전기차 사업 경쟁이 거칠어지면서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것이란 이유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보조금 경쟁을 바탕으로 비야디 등 중국 전기차 기업뿐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나 폭스바겐 등 굵직한 완성차 업체들까지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는 점이 부담스러운 대목이죠.
<앵커>
전기차뿐 아니라 충전소 슈퍼차저 같은 신성장동력이 필요한 이유겠군요. 상반기 가장 뜨거운 마켓 중 하나였던 일학개미 상황도 살펴보죠.
<기자>
상반기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을 7억 5천만 달러가량 사들였습니다. 1조 원 수준인데요. 지난해 1년간 사들인 금액이 9억 달러였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80% 넘게 사들인 셈이죠. "일본 종합상사는 앞으로 100년 동안, 아니 영원히 살아남을 기업"이라는 워런 버핏의 조언이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통한 모습입니다.
니케이는 지난달 30일, 1년 8개월 만에 3만 선을 회복했죠. 이후 상승세를 더하면서 버블 붕괴 때인 1990년 7월 이후 최고치에 올라서기도 했습니다. 올 초와 비교하면 30% 넘는 상승률을 기록 중인데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일본 블랙록자산운용(BlackRock Japan)의 미국채 20년 물에 투자하는 ETF였는데요. 최근의 엔저 상황에서 앞으로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엔화 가치와 미국 금리가 내려가면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장기국채에 동시 투자가 가능한 점이 투자심을 이끈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니케이 강세는 엔저 상황 외에도 일본 기업들의 실적 호조까지 안팎의 조건이 두루 갖춰진 덕분이었죠. 이 기세에 올 상반기에는 소위 일학개미들이 중학개미들을 압도했다고요?
<기자>
상반기 매수 금액 기준 일본 주식을 사들인 규모가 중국 주식 매수액을 넘어섰는데요. 2015년 상반기 이후 처음입니다.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이지만 제조업 인프라와 기술력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죠. 이에 더해 30년이 넘는 디플레이션이 비용 절감이라는 의도치 않은 효과로 이어진 점도 기업 실적에 호재라는 분석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일본으로 몰리는 글로벌 자금이 국내 증시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엔저 상황에서 동아시아로 투입되는 외국인 투자금 중 일본 시장에 대한 선호가 예상된다는 거죠. 다만 일본 증시의 3만 선 안착을 두고는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라 나오는 상황인데요.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의 단기 급등은 전술적으로 비중 축소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3분기 통화 정책 변화와 GDP 성장률을 통한 경제 성장의 연속성을 확인하고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습니다.
<앵커>
중국보다 일본 투자가 늘어났다는 건 바꿔 말해 중국 증시 매력이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외국인 투자자들의 '탈중국'이 이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상반기 전 세계가 강세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중국 증시는 부침에 허덕였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에서 6억 4천만 달러를 사들였는데 반기 기준 2019년 하반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주가 부진에 일본 시장과는 반대로 매도 우위를 보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무엇보다 예상을 밑돈 중국 경기 회복세가 뼈아픈 대목이었습니다. 이에 더해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본격적인 리오프닝이 기대가 흔들리면서 주가 상승을 억누르는데 일조했습니다. 이는 중국 주식형펀드 부진으로도 이어졌는데요. 해외주식형 펀드 가운데 북미, 일본, 유럽 등이 모두 상승한 반면 중국주식형 펀드만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8.95%)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됩니다.
<앵커>
유일하게 오르지 못했는데, 향후 반등을 기대해볼 만 한가요? 증권가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4분기를 전후로 중국 경기가 안정적인 구간에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근거는 인민은행이 예상보다 빨리 정책금리를 내리는 등 재정 노력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을 들었는데요. 실제로 이달 들어 상해지수와 홍콩H지수는 각각 1.6%, 10%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베이징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증권가는 중국 증시에 대한 투심이 살아있다고 분석하는데요. 2023년 상반기 평균 거래대금(9,446억 위안)이 5년 평균(7,610억 위안)을 웃돌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듭니다. 미중 갈등의 화두인 '미국의 중국 첨단 기술 견제'를 투자 결정에 활용하라는 조언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삼성증권은 "미국 규제의 역설로 중국의 첨단 기술 국산화 정책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생성AI나, 반도체, 응용소프트웨어" 기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박승완 기자 pswa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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