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 패싱""단군 이래 최대" 전현희 놓고 김의겸·유병호 충돌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특별감찰 결과 논의 과정에서 불거졌던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주심 조은석 감사위원의 충돌이 국회에서도 반복됐다.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유 총장은 조 위원에 대해 “권한 범위를 넘어서 요구했고, 강요했고, 기망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유 총장이 주심을 건너뛰었다는 ‘월권 의혹’으로 맞섰다.
민주당은 전자시스템상 주심 감사위원의 결재가 누락됐는데도 전 전 위원장 감사보고서에 대한 사무총장 결재가 진행된 경위를 캐물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주심인 조 위원이 감사보고서에 대해 ‘열람’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도 최종 보고서에는 (열람한 것으로) 결재됐다”며 ‘주심 패싱’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조 위원은 지난 12일 조 위원이 감사원 내부망에 글을 올려 “감사위원의 최종 결재 없이 시스템에 등록했다”고 주장했는데, 이와 같은 주장을 야당 의원들이 펼친 것이다.
그러자 유 총장은 “조 위원은 감사보고서를 (서면으로) 수차례 열람했다. 그분이 단군 이래 제일 많이 열람했다”며 “그렇게 실컷 보시고 (열람 버튼을) 안 누른 분은 (감사원 창립) 74년 만에 처음”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유 총장은 “(조 위원은) 직원들을 압박해 논의되지 않은 사실, 사실관계와 배치되는 부분까지 고치라고 강요하고 기망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 결과를 논의했던 지난 1일 감사위원회 회의의 음성녹취 제출도 요구했다. 전날 중앙일보가 입수한 회의록에 따르면, 유 총장과 조 위원은 회의에서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회의록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거의 녹취록 수준으로 자세히 돼 있다”며 제출을 거부했다. 답변 과정에서 유 총장이 ‘(회의록과 녹취가) 똑같은 것을 보증한다고 심플하게 답변하십시오’라고 적은 쪽지를 최 원장에게 건네는 모습이 포착됐고, 이에 민주당은 “감사원이 사무총장의 놀이터냐”(박성준 대변인 논평)고 반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 전 위원장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유권해석 개입 의혹이 최종 감사보고서에서 빠진 내용을 문제 삼았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6월 8일에 간담회를 거치고 나서 주심 감사위원의 강한 요구 때문에 (최종보고서에서) 삭제된 것으로 나온다”며 “정식 감사위원회의가 아니라 간담회에서 논의한 것을 가지고 사무처에서 삭제 요구를 수용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일부 내용이 삭제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환경부가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 결과 전자파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발표한 데 대해서도 감사원에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5년간 사드 환경평가가 없었다는 부분에 대해서 (국방부 등이) 지체한 부분이 있는지 감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최 원장은 “감사 청구 등이 들어오면 검토할 의도는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는 의료기관에도 출생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본회의로 넘겼다.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등 출생신고가 안 된 영아가 살해·유기되는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의료기관장은 신생아 출생 후 14일 안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출생 정보를 통보해야 한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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