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쿼터 30배 확대에…중기업계 “대환영하지만 임금체계도 바꿔야”

백일현 2023. 6. 2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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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2023 세계노동절, 강제노동철폐! 이주노동자 메이데이'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이주 노동자의 체류와 임금, 노동조건 등에서의 차별을 없애고 권리를 보장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뉴스1


“선박 진수가 40일가량 늦어질 만큼 조선 업계에선 일손 부족이 심각합니다. 외국인 숙련 기능인력(E-7) 쿼터 확대는 이런 현장의 어려움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소해주는 정책입니다.”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협의회장인 이무덕 동형이엔지 대표는 2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법무부가 전날 2020년 1000명 수준이던 외국인 숙련 기능인력(E-7) 쿼터를 올해 3만 명 이상으로, 30배 늘리기로 한 데 대한 환영 목소리다.

중소기업계는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산업 현장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수주 잭팟’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력난을 호소해온 조선 업계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울산이나 경남 거제 조선 업체들은 ‘숙식 제공+초보 일당 15만원 이상, 월 400만원’을 내걸어도 필요한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7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입국 길이 막혔던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이 늘어나고 있다. 뉴스1


주물‧용접‧금형 등 뿌리 기업에도 희소식이다. 인천에서 주물업체를 운영하는 양태석 대표는 “그간 외국인 비전문 인력(E-9)을 교육해 부족분을 메꿔왔는데 이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출국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장기 취업이 가능한 숙련 기능인력(E-7-4) 비자로 전환 절차도 쉬워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임금체계 개선과 기술 검증, 이탈 방지수단 마련 같은 보완 방안을 세워 제도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소기업계에선 능력에 따른 대우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그간 E-7 비자 발급 요건으로 외국인 임금 기준은 전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80%(2021년 기준 연 3200만원)로 정해져 있었다. 올해부터는 연 2800만원 수준으로 일부 기준이 완화됐지만, 더 나아가 임금 자율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숙련 인력에게는 능력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기중 중기중앙회 외국인력지원실장은 “경력·자격 등은 송출 업체가 보내준 자료를 믿을 수밖에 없는데 실제론 이보다 못한 경우도 있다”며 “이 밖에도 한국어 등 입국 전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허가제(EPS) 제도는? 그래픽 이미지. 자료 고용노동부,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


최근 현지의 송출 업체가 과도한 비용을 요구해 이에 부담을 느낀 인력들이 처음 채용된 회사보다 일당을 더주는 농어촌 등으로 이탈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익명을 원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현지 업체에 1억4000만원의 빚을 냈다는 동남아 사람도 봤다”며 “이들은 빚을 빨리 갚기 위해서라도 조금이라도 보수가 많은 곳으로 옮긴다”고 전했다. 그는 “송출 업체를 통하지 않고 들어올 수 있는 방안도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E-9 비자로 입국했다가 숙련 기술을 익힌 이들이 무조건 출국해야 하는 문제도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법무부가 외국인 근로자가 장기취업비자로 전환할 기회를 주는 ‘숙련기능인력(E-7-4)’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숫자도 적고 서류 준비 등에서 어려움을 호소해 절차와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태국에서 국내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김도균 전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장은 “외국인 쿼터 확대는 현장의 아우성을 생각하면 진작 시행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E-7 비자) 임금 기준은 낮은 외국인 임금 때문에 내국인이 일자리를 빼앗길 우려에 대비한 조치였다”며 “하지만 이미 한국 사람이 비선호하는 분야라면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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