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박 7일 간의 악몽'…독일 연수 떠난 교장 선생님들에게 생긴 일

박찬제 2023. 6. 2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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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2023년 중등교장 자격연수 해외교육체험연수' 진행…170명 규모, 6박7일 일정
독일 도착하자 마자 문제 발생…공항에 대절 버스 52인승 1대만 마중, 현지서 겨우 임시배차
공항에서 숙소까지 5시간 걸린 과정에서…피로 및 스트레스 겹친 여교장 1명 실신, 현지 응급실 이송
식당, 항공표 문제 계속 생겨…연수원 "버스 6대 계약했으나 사기, 경찰 신고"·여행사 '묵묵부답'
독일 국회의사당에 내걸린 독일 국기(기사와는 관련 없는 사진).ⓒ데일리안 DB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지역 고등학교 교장 등 1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독일 해외연수 일정이 논란을 빚고 있다. 도착 첫날 현지 공항으로 마중나오기로 했던 전세버스들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 숙소까지 이동하는 데 장시간 차질이 빚어졌고, 이 과정에서 오랜 비행으로 피로가 쌓인 50대 여자 교장 1명이 실신해 현지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한 한꺼번에 식사를 하기에는 턱없이 자리가 모자란 식당과 항공표 및 버스 부족 상황 등 6박7일 일정 내내 문제가 끊이지 않아 참석자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1일 데일리안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교육청은 '2023년 중등교장 자격연수 해외교육체험연수'를 지난달 25일부터 7월1일까지 6박7일 일정으로 진행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뮌헨, 뉘른베르크 등을 돌며 독일의 중등교육과 역사 및 문화를 체험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번 연수는 교육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해외연수이다. 올해 연수는 신규 임용 교장 등 160여 명이 참석했다. 연수단은 인솔 역할을 맡은 서울시교육청교육연수원 관계자 및 여행사 직원 등을 포함해 모두 170명 규모로 꾸려졌다.


현지 참가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문제는 독일에 도착한 첫날 현지 공항에서부터 발생했다. 인솔을 맡은 연수원 측은 인원이 많은 만큼 연수단을 1단과 2단으로 나눠 효율적으로 움직이려고 했고, 일정상 25일(현지시간) 오후 4시 50분께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한 다음 6대의 전세버스를 타고 현지 호텔로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대절한 버스 중 연수단을 마중 나온 것은 52인승 버스 단 1대 뿐이었다.


이에 교장 등이 연수 안내를 맡은 여행사 직원에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항의를 하는 소란이 빚어졌고, 연수원 측이 급하게 버스를 구해왔으나, 공항에서 숙소까지 약 5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12시간 넘게 지속된 비행과 버스를 기다리느라 쌓인 피로로 50대 여자 교장 1명이 실신해 독일 병원 응급실로 급히 이송되기도 했다.


연수원 측은 "연수단 전체를 이송하기 위해 전세버스를 6대 계약했으나 사기를 당했다"며 "공항 도착 당일 연락이 두절돼 경찰에 신고했다. 뒤늦게 현지에서 버스를 빌려 연수단을 숙소로 이송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실신해서 응급실로 이송되신 분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그분의 경우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부터 건강에 이상을 호소했다. 실신하신 분은 바로 입원조치 했고 이후 일정은 무리없이 잘 소화하셨다"고 덧붙였다.


기사와는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첫날 저녁을 모 한식당에서 해결하기로 돼 있었는데, 수용 인원이 50명 안팎에 불과해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었다.


연수에 참석한 교장 A 씨는 "수용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160명이 한번에 식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식당이었다. 교장들이 무겁고 부피가 큰 여행가방 짐을 가지고 이동해야 했는데 식당에는 짐 둘 곳조차 없었다. 식사 후에는 다음 팀을 위해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데 대기할 공간도 없었다. 식사를 위한 시간마저 부족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버스 대절 문제는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연수 1단은 이틀차인 지난달 26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뉘른베르크로 이동해 3개의 현지 학교를 방문하고 '독일의 중등교육'을 주제로 특강을 들을 예정이었다. 이동시간이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될 예정이었으나 마련된 버스는 총 2대 뿐이었다. 연수단 측은 부랴부랴 택시를 마련해 뉘른베르크까지 이동해야 했다.


연수 2단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연수 2단은 이날 오후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뮌헨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는데, 2명의 항공표가 모자란 상황이 발생했다.


연수원 측은 "우리 측에서 여행사에 전달한 명단에는 이상이 없었는데, 항공표를 예약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결국 2명의 표는 우리 인솔자의 것으로 대신했고, 인솔자 2명은 다음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다"고 전했다.


연수원 측이 이번 독일 해외연수를 맡긴 곳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D 여행사다. 이곳은 공무원 등의 해외연수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여행사로, 코로나19로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2019년까지 서울교육대학교, 한국교육개발원 등 다양한 기관의 국내외 출장을 맡았다.


D 여행사 직원은 데일리안의 취재에 "관련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연수원 관계자는 "이번 독일 해외연수를 맡은 여행사는 4곳의 여행사들이 경쟁 입찰해 정해졌다"며 "선정된 여행사 측이 미진했던 부분이 많아 앞으로 시정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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