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기후재난… 엄청난 탄소 포집 능력 가진 '땅 속 곰팡이' 주목
적신호만 계속 켜지고 있는 와중, 최근 파란불을 켤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연구가 하나 나왔다. 땅속 곰팡이가 거대한 탄소 저장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 중 탄소 농도를 줄이면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수치가 줄어들어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다. 과연 이 곰팡이는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엄청난 탄소 저장 탱크, 땅속 곰팡이
최근 식물 뿌리에 서식하는 곰팡이인 균근곰팡이(Mycorrhizal fungi)가 엄청난 탄소 포집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셰필드대 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 하이디 호킨스(Heidi Hawkins) 교수 연구팀은 스웨덴 전역의 아한대 산림 30곳에서 탄소저장 메커니즘을 분석한 결과, 균근곰팡이가 전 세계적으로 약 131억 2000만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 세계가 화석연료를 태워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363억톤이다. 그 중 무려 3분의 1 이상을 곰팡이가 땅속에 저장하고 있는 것. 저장 능력이 엄청나다. 우리나라 연간 탄소 배출량의 약 20배 정도며, 이산화탄소 배출 1위 국 중국의 배출량(98억톤)보다도 많다. 연구팀은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탄소 포집, 저장 장치"라고 했다.
균근곰팡이는 식물에 수분과 질소, 인, 황, 등 토양 속 영양분을 제공하고 식물로부터 탄수화물과 지방을 공급받는 육지 식물 공생 생물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종다양성연구과 김창무 과장은 "식물은 뿌리가 뻗어나가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균근곰팡이가 대신 실 같은 균사를 뻗어내 다른 곳에서 무기물 등 영양분을 가져와 전달하고 곰팡이는 식물로부터 탄소를 받아 성장한다"며 "육지식물 약 90%가 균근곰팡이와 공생관계를 맺고 산다"고 했다. 곰팡이가 받는 당분인 포도당은 탄소 6개로 구성되는데, 이 탄소는 식물이 지구 공기 중에 퍼진 이산화탄소를 광합성 하면서 흡수한 것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공기 중 이산화탄소가 균근곰팡이에 저장되는 셈이다. 균근곰팡이에는 나무뿌리에 서식하는 버섯류도 속한다. 대표적으로 송이버섯, 달걀버섯 등이 있다.
이번 연구가 나오기 전까진 균근 곰팡이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에 참여한 셰필드대 케이티 필드(Katie Field) 교수는 "균근 곰팡이가 탄소를 저장하는 양은 놀라울 정도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후 문제에 대한 해결 책을 고려할때 이미 존재하는 것을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이런 작용을 하는 곰팡이가 600~700만 종쯤 존재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약 1만5000종에 대해서만 조사했으므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토양 보호 우선돼야
균근 곰팡이를 이용하기 전, 먼저 균근 곰팡이가 서식하는 '흙' 보호부터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까지 인간 개발로 토양 90%가 훼손될 수 있다"며 "곰팡이는 보호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토양이 아스팔트로 덮이는 것은 물론, 땅을 개간하는 농지만 늘어나도 토양에 보관됐던 탄소는 공기 중으로 퍼진다. 케이티 필드 교수는 "토양 생태계가 농업이나 개발, 기타 산업을 통해 놀라운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며 "우리가 토양 속 고대 생명 지원 시스템을 파괴하면, 지구 온난화를 제한하고 탄소 중립을 위한 노력에 차질이 초래될 것"이라고 했다.
일부 농가에서는 흙의 탄소 저장 능력을 해치지 않는 시스템과 장치를 고안하고 있다. 이 농가들은 씨앗이나 묘목을 심을 수 있을 만큼만 흙을 파는 경작법을 사용하기도 하고, 롤러를 굴려 화학물질 투여 없이 잡초를 억제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며, 햇볕이 잡초에 닿지 않도록 막는 필름을 개발하기도 했다.
◇대규모 균근 곰팡이 버섯 재배, 탄소 중립에 도움 될 듯
균근 곰팡이를 이용하려는 시도도 일부에서 진행되고 있다. 영국 스털링대 자연과학과 폴 토마스 박사 연구팀은 균근류 곰팡이인 버섯을 삼림에서 키우면 기후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상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원격 탐사에 의한 삼림 면적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산림에서 대규모로 버섯을 재배하면 헥타르당 연간 12.8톤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했다. 토마스 교수는 "버섯이 장기간 토양에 탄소를 저장할 수 있고, 가축과 달리 많은 양의 비료, 물, 사료 등의 자원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며 "만약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세계에서 이루어진 식림과 함께 버섯이 재배되었다면, 탄소를 저장하면서 연간 1890만 명분의 칼로리 생산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식량 생산 시스템은 확장성이 높고 현실적이며 온실가스를 흡수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국립산림과학원에서도 균근 곰팡이를 이용해 삼림을 보존하려고 시도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미생물연구과 유림 연구사는 "사막화된 곳, 폐탄광지 등 황폐해진 산림을 건강하게 복원하기 위해 심은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균근성 균류를 이용하는 연구를 과학원에서 했었고,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며 "이런 연구 결과를 활용해 균근성 균류를 이용한 조림지를 형성하면 새로운 탄소중립을 위한 탄소 포집 장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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