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내 유일 관심사는 대중에게 다가서기”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2)가 ‘개미’ 한국어판 출간 3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다. 벌써 아홉 번째 방한이다.
1991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판된 베르베르의 데뷔작 ‘개미’는 93년 한국에서 출간돼 지금까지 130만부가 팔렸다. 이후 베르베르가 쓴 30종에 이르는 책들이 모두 국내에서 번역됐다. 베르베르는 한국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해외 작가로 뽑히기도 했다.
지난 30년간 베르베르의 책을 독점적으로 출판해온 열린책들은 이번 방한에 맞춰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소설 ‘꿀벌의 예언’(전 2권)과 첫 에세이집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를 출간했다. 매거진B와 합작으로 베르베르 탐구서인 ‘베르베르의 조각들’도 선보였다.
지난 28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베르베르는 “작가로서 제가 성공한 건 한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책이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한국 독자들이 미래에 굉장히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며 “프랑스 독자들은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강한데, 한국 독자들은 미래지향적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작가로서는 아무도 책을 안 읽어주는 것만큼 최악의 상황은 없을 것”이라며 “30년 동안에 30종의 책을 썼고, 30개의 언어로 제 책이 번역됐고, 3500만명의 독자를 만났다. 그런 점에서 저는 작가로서 꿈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학상을 받지 못한 게 서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저에게는 그런 명예가 관심사 아니다”라며 “유일한 관심사는 대중에게 다가서기, 특히 젊은 대중에게 다가서기이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또 “저는 문학을 공부한 적도 없는 (문학) 체제 밖의 작가”라며 “스토리텔러가 저의 진정한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독자들이 권위 있는 문학상 수상작을 사긴 하지만 읽진 않는다고 한다. 문학상에 모순이 있다”는 얘기도 했다.
신작 소설 ‘꿀벌의 예언’은 2053년 꿀벌이 멸종된 세계를 그린다. 농작물이 열매를 맺지 못해 식량난이 발생하고, 이것이 제3차 세계대전을 불러오고 핵무기까지 사용된다.
베르베르는 “사회성 있는 동물들에 항상 관심을 가져왔다. 가장 먼저 개미에 관심을 가졌고, 이번에 꿀벌의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살충제 때문에 벌들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우리가 먹는 과일이나 채소의 70%가 꿀벌들이 행하는 수분을 통해 열매를 맺는다. 꿀벌이 인간에게 굉장히 중요한 존재라는 걸 상기시키기 위해 소설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순간 인간에게 남은 시간은 4년 뿐이다.” ‘꿀벌의 예언’ 첫 페이지에는 아인슈타인의 이 말이 인용돼 있다. 베르베르는 “성경을 보면 히브리 사람들이 약속에 땅에 도착한다면 그 곳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돼있다”면서 “그 말만 보더라도 꿀은 약속의 땅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내년에 국내에서 출간되는 차기작 ‘왕비의 대각선’도 관심을 끈다. 그가 “이순신 장군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 와서 한국의 고유 문화를 발견하고 에너지를 발견하는 것이 저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며 “이순신 장군은 한 인간으로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프랑스 파리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윤 대통령을 만났을 때, 아 이분도 참 스트레스가 많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려운 상대들과 이웃들 사이에서 항상 균형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한국의 역사를 보면, 한국의 문명이라는 것이 살아남았다는 것이 기적과도 같이 느껴진다”고 얘기했다.
베르베르는 이번 방한 기간에 강연회와 사인회를 열고, 독자들과 함께 강원도 원주와 제주로 여행을 떠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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