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랄함·묵직함 섞어 우리네 일상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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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학원의 바랜 개나리색 차. 그 구질구질한 시트에 앉기만 하면 나는 처음 겪는 세계에 홀로 내던져진 아이처럼 초조해졌다. 원래 가지고 있던 상식적인 생활 감각이 강제로 리셋되는 느낌이었다."
그런 미라를 바라보며 졸업을 앞두고 불안한 '나'는 만감이 교차한다.
작가의 말에서 장류진은 스스로를 메커니즘은 잘 모르지만 성능은 믿어보고 싶은, 조그맣고 단순한 기계로 여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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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 지음
창비, 336쪽, 1만6800원
“운전면허학원의 바랜 개나리색 차. 그 구질구질한 시트에 앉기만 하면 나는 처음 겪는 세계에 홀로 내던져진 아이처럼 초조해졌다. 원래 가지고 있던 상식적인 생활 감각이 강제로 리셋되는 느낌이었다.”
문단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장류진이 두 번째 소설집을 냈다. 표제작 ‘연수’는 운전공포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 주연이 도로에 홀로 나가기 위해 운전 연수를 받는 이야기다. 주연은 동네 맘카페를 통해 ‘일타 강사’로 소문 난 작은 체격의 단발머리 아주머니를 만나게 된다.
다소 무례한 운전강사에게 주연은 불쾌함을 느낀다. 하지만 운전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서서히 유대감이 생성되는 장면이 따뜻한 공감을 자아낸다.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뭔가를 시작하던 순간, 세상에 첫발을 내딛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동계올림픽’은 작은 방송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선진의 올림픽 취재기다. 큰 방송사 기자들이 선진을 무시하고 구박하지만 선진은 꿋꿋이 현장을 화면에 담는다. 부모님의 어긋난 기대, 정기자 전환에 대한 불안감 등은 선진을 힘들게 한다.
‘미라와 라라’는 창업에 성공했지만 소설을 쓰고 싶어 서른 두 살에 국문과에 진학한 미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꿈을 찾아 새로운 길에 들어섰지만 실력은 형편 없는 미라. 그런 미라를 바라보며 졸업을 앞두고 불안한 ‘나’는 만감이 교차한다.
‘연수’의 이야기들은 다채롭다. 발랄하기도, 서늘하기도 하고 묵직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표제작을 포함해 여섯 편의 이야기는 빠른 전개와 흡인력을 자랑한다. 시대상을 정밀하게 드러내는 생생한 상황 설정, 어렵지 않게 읽히는 그의 문장들이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내일을 살아갈 작은 힘을 선사한다.
작가의 말에서 장류진은 스스로를 메커니즘은 잘 모르지만 성능은 믿어보고 싶은, 조그맣고 단순한 기계로 여긴다고 했다. 그는 “돌아가는 원리를 모르니까 고장나지 않게 하려면 꾸준히 기름칠해주면서 멈추지 않고 작동시키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그래서 앞으로도 그게 무엇이든 계속 써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장류진은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를 썼다. 젊은작가상, 심훈문학대상을 수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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