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옷 잘 입는 사람들 서울에 있다” 송재우 대표
K푸드를 생각하면 누구나 비슷한 음식을 떠올린다. 전통의 김치와 비빔밥부터 길거리 음식이던 라면, 치킨, 떡볶이까지 일련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K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영화 ‘기생충’이나 드라마 ‘더글로리’ ‘오징어게임’ 같은 작품들을 바로 꺼낼 수 있다.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핑크로 대표되는 K팝, 조성진 임윤찬 등으로 설명되는 K클래식도 있다. 그렇다면 ‘K패션’은 어떨까.
“K패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즉각 대답을 내놓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수출경쟁력을 가늠하는 경우가 있고, ‘한국 패션 트렌드가 곧 K패션 아니겠느냐’고 되묻는 이도 있다. 몇몇 수출 대기업이나 유명한 디자이너를 말하려다가도 머뭇거리게 된다. 어느 것도 아직 대표성이 없다는 뜻이다. 요컨대 선명하게 설명하기 힘든 것, K패션은 아직 이렇게 모호한 지점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K패션은 가능성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세계시장 어디에서든 ‘K컬처’에 대한 호감이 충만해 있다. K패션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고, 가장 트렌디한 시장인 서울에 대한 관심사도 높아졌다.
그렇다면 30년 동안 입지를 다져온 패션하우스에서 보는 K패션의 현주소는 어떤 모습일까. K패션은 무엇이고, 어디까지 왔으며,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지 ‘동양의 아방가르드’로 불리는 대한민국 대표 패션하우스 ‘송지오(SONGZIO)’의 송재우(28) 대표 겸 아트디렉터를 만나 물었다. 송 대표는 ‘2020년 포브스코리아’의 패션 앤드 뷰티 부문 ‘2030 차세대 파워리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송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28일 서울 성동구 송지오 본사에서 진행됐다.
-K패션의 현주소를 진단한다면.
“너무 어렵다(웃음).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할 수 있는 이야기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가장 넓게 생각해보면 섬유산업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섬유강국으로 제조업을 키웠다. 그러다 라이선싱 사업으로 확장했고 한국의 패션 대기업들의 수출사업도 유의미하다. 최근에는 스트리트 패션 디자이너들의 도약도 눈에 띈다. 송지오를 비롯해 우영미 준지 등 디자이너 브랜드의 활약도 하이엔드 패션 부문에서 의미있는 지점이다. 요컨대 이미 K패션은 ‘활동 중’이다.”
-송 대표가 생각하는 K패션의 정의는.
“K패션은 ‘가장 트렌디하고, 가장 힙한 비주얼을 갖췄고, 문화적으로 독보적이며, 가장 젊은 패션’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조심스럽다. 솔직히 누구도 단정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게 현재의 K패션이다. 산업의 영역도 다양하고, 대표선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선수가 될 만한 이름은 많지만 하나만 꼽자면 망설이게 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고 봤을 때, K패션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트렌드’라고 생각된다. 가장 트렌디한 시장, 그게 강점이자 약점인 게 바로 K패션이다.”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시장’이라는 게 강점이자 약점인 이유는.
“2006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면서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이탈리아 밀라노 등 여러 패션의 도시를 경험했다. 그래도 가장 트렌디한 도시를 꼽으라면 단연코 ‘서울’이다. 파리 런던 뉴욕 밀라노 서울 등 5개 도시에서 오가는 인파 100명의 패션을 랜덤으로 살펴봤을 때, 가장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이 서울에 몰려있다. 서울은 상향평준화된 도시다. 중저가 브랜드의 패션 또한 탁월하다. 소재가 좋을 뿐 아니라 디자인 측면에서도 서울의 패션은 뛰어나다. 마케팅 방식, 화보, 영상, 매장의 인테리어, 마케팅까지 한국의 패션 브랜드의 역량은 세계적이다.
K패션은 대중성을 따라잡기에 용이하다. 콘텐츠를 잘 만들 수 있는 환경인 데다 소비자들 또한 오픈마인드이다.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과 호감이 전제돼 있다. 그래서 상업적으로 역량을 확장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나 그게 약점이기도 하다. 한국의 패션 트렌드의 약점은 ‘획일화’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만의 특징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런던의 패션을 누군가 묻는다면 ‘킹스맨’을 떠올리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한국의 패션산업에서는 그런 측면이 아쉽다. 한 나라의 스타일을 정의하기에 너무 트렌디하다는 게 아쉽지만, 이건 한편으로는 강점이라는 게 독특한 지점이다.”
-하이엔드 패션하우스로서 K패션의 입지를 다지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
“음악의 영역이 인디신부터 팝, 클래식까지 다양하듯이 패션도 그러하다. 루이비통이나 구찌같은 패션하우스를 한국도 만들 수 있고, 이미 패션하우스는 존재한다. 이 입지를 국내외에서 다지는 게 앞으로의 일인데, 여기엔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디자인 철학을 굳건히 지키면서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방안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K패션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까.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전반적으로 좋아질 것 같다. K패션의 분야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지금처럼 세계시장에서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었던 적은 없기 때문에 타이밍이 아주 좋다. 섬유산업, 스트리트 패션. 대기업, 하이엔드 패션하우스 등이 각자의 자리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입지를 다질 기회라고 생각한다. K패션이라고 말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여러 이미지 중 하나에 ‘송지오’가 자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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