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점심 하며 '미션' 줬다…비서관 5명, 차관 발령한 尹 속내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신임 통일부 장관에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명했다.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에는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을 임명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이들을 포함한 15명의 정무직 장·차관급 인선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첫 개각이다.
김 실장은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실 통일비서관, 외교부 인권대사를 역임한 국제 정치·통일 정책 분야 전문가”라며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어 원칙 있는 대북정책, 일관성 있는 통일 전략을 추진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홍일 권익위원장 내정자에 대해선 “40년 가까이 검사 및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법 이론에 해박하고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정통 법조인”이라며 “강직한 성품과 합리적 리더십을 통해 부패 방지 및 청렴 주관기관으로서 권익위 기능과 위상을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는 책임자”라고 소개했다.
차관 인선에선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으로 깜짝 발탁된 역도 국가대표 출신 장미란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국 스포츠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역도 영웅에서 ‘30대 차관’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한국 체육을 책임지는 행정가로 나서게 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올림픽·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대회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투철한 자기관리가 있었겠느냐”며 “대학교수와 장미란 재단을 통한 후학 양성도 하며 현장과 이론을 다 겸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체육도 새바람을 불어넣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이뤄진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차관 인사의 특징은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이른바 ‘윤심(尹心) 참모’들의 전면 기용이다. 이날 발표된 11개 부처 12명의 차관 교체 인사 중 5명이 1기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이다. 정부 출범 1년 동안 윤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일한 참모들이 각 부처에 투입돼 중요정책의 키를 쥐게 됐다.
먼저 국토교통부 1차관과 2차관으로는 각각 김오진 관리비서관, 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이 임명됐다. 이례적으로 1·2차관을 동시에 용산 참모로 교체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선 “윤 대통령이 집권 2년 차를 맞아 부동산·교통 정책 등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환경부 차관엔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 해양수산부 차관은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에는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이 발탁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원활하게 조직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각 부처에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국정철학을 몸에 익힌 참모들을 전면 배치해 국정과제 이행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에 이어 이번에 환경부, 해수부, 과기부의 차관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국정과제 이행이 미진한 부처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차관 발령을 받은 이들 5명의 비서관과 오찬을 하면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고위직 공무원으로서 업무를 처리해 나가면서 약탈적인 이권카르텔을 발견하면 과감하게 맞서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카르텔을 제대로 보지 않고 외면하면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내 봐야 다 허무맹랑한 소리밖에 안 된다”며 “부패한 이권 카르텔은 늘 겉은 그럴듯하게 포장돼 있다. 이를 외면하거나 손잡는 공직자들은 가차 없이 엄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차관으로 발탁된 비서관 중 김오진(대구)·박성훈(부산)·임상준(충남 아산) 등 상당수가 내년 4월 총선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인물들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금부터 6개월의 시간이 있는데, 부처를 빠르게 장악하고 모범적인 성과를 낸다면 총선행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 퇴임의 마지노선은 내년 1월 10일까지다.
외교부 2차관에는 오영주 주베트남 대사, 통일부 차관에는 외교부 출신인 문승현 주태국대사가 각각 임명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엔 한훈 통계청장, 고용노동부 차관엔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임명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오기웅 중기부 기획조정실장,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은 김채환 전 서울사이버대 전임교수가 맡게 됐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며, 그외 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권익위원장과 차관들은 다음 달 3일 자로 임명될 예정이다.
대통령실 참모들의 차출과 맞물려 용산 내부 전열도 재정비하고 있다. 대통령실 새 국정기획비서관에 강명구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이 내정됐다. 새 국정과제비서관으로는 김종문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 새 과학기술비서관으로는 과기부 최원호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 등이 거론된다.
한편,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가 사실상 내정된 방송통신위원장 인선은 이날 발표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사라는 것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고 어차피 비어 있으니 추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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