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놓고 수다 떨지말라"…분산투자로 노벨상, 마코위츠 별세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을 주식 투자와 리스크(위험) 관리에 적용해 '분산 투자' 원칙을 정립한 노벨 경제학 수상자 해리 마코위츠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의 한 병원에서 95세 나이로 별세했다. 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 등은 28일 마코위츠가 창시한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M.P.T.)'을 비롯해 그의 업적을 집중 조명했다. WP는 "다양하고 획기적인 투자 전략을 연구해 뮤추얼 펀드(유가증권 투자)와 자금 관리의 시대를 연 인물"이라고 평가했고, NYT는 "리스크와 보상 간의 관계를 최초로 연구해 주식 매수에 대한 전통적인 방식을 뒤집었다"고 전했다.
1952년 마코위치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밟던 중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을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투자처를 다각화해야 시장이 침체해도 위기를 극복하고 장기적으론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내용이다. 55년엔 이 주제로 논문을 썼다. 이전엔 유망 종목을 발굴해 싸게 매수하는 방식이 주식 투자의 왕도로 여겨졌다. NYT는 "마코위츠의 연구 뒤 상관 관계가 낮은 자산을 효율적으로 결합하고 관리할 방법을 고민하는 게 투자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그는 수학·경제학 이론을 투자에 접목했다. 알고리즘과 데이터 분석으로 리스크를 수치화할 수 있다고 본 그는, 추정치를 구해 투자 균형을 맞추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연구를 바탕으로, 월급에서 공제하는 퇴직금 적립제도 401(k)나, 개인은퇴연금(IRA) 등으로 주식을 보유하겠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뉴욕시립대 버룩 칼리지 하워드 로스 경제학과장은 "90년대 모든 펀드 매니저들이 그의 원칙을 따를 정도였다"고 WP에 말했다.
마코위츠에겐 위대한 스승이 있었다. 계량 경제학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제이콥 마샥이나, 통화주의를 제창한 밀턴 프리드먼 등이 대표적이다. 프리드먼도 76년 노벨 경제학 수상자다.
마코위츠는 27년 유대인 부모 아래서 미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뒤 시카고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했지만, 경제학에 매료돼 같은 대학에서 석사·박사 과정을 공부했다. 이후 예일대로 옮겨 경제 싱크탱크인 카울스 재단에 몸담기도 했다. 오랜 기간 연구 끝에 내놓은 분산투자 이론으로 89년 폰 노이만 이론상을, 이듬해엔 노벨상을 받았다.
그의 연구 분야는 경제학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교통·통신 분야 시뮬레이션에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 '심스크립트'와, 대수학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희소 행렬'을 개발했고, 이후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투자 이론에 대한 책도 15권 펴냈다.
그는 주식의 단기 등락에 대해 수다 떠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자주 조언했다. 특히 이를 주제로 하는 금융 TV쇼를 보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7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 법칙은 (투자처를) 다각화하고 재조정하는 것, 이게 전부"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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