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이 법 비튼다" 감사원 사무총장의 '거친 입'
[이경태, 남소연 기자]
▲ 최재해 감사원장 뒤에 유병호 사무총장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놓고 격론을 벌인 감사원 회의록과 관련한 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왼쪽 앞은 최재해 감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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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께서 법을 비틀고 있으시잖나."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최종 감사 결과와 관련해 불거진 '주심(조은석 감사위원) 패싱'은 전자정부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에 오히려 '법 해석을 잘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맞받았다.
행정업무의 전자적 처리를 위한 기본원칙 등을 규정한 전자문서법 25조는 "행정기관 등의 문서는 전자문서를 기본으로 하여 작성, 발송, 접수, 보관, 보존 및 활용돼야 한다"고 돼 있다. 또한, 전자문서의 작성, 발송, 접수 등 기타 방법에 대해선 대통령령(행정업무의 운영 및 혁신에 관한 규정)으로 정하게 돼 있는데 "행정기관의 장은 전자문서의 기안, 검토, 협조, 결재, 등록, 시행, 배부, 공람 등 처리절차를 전자문서시스템으로 처리하도록" 돼 있다.
즉, '전현희 감사'의 주심 조은석 감사위원이 해당 전자문서의 열람 및 결재를 마치지 않았는데도 '종이문서로 열람했다'는 이유로 패싱하고 최종 결재 처리한 것은 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유 사무총장은 "그 분(조은석)이 단군 이래 제일 많이 열람했다. 위원회 의결되지 않은 것도 직원들을 강요하고 기망해서 많이 고쳤다"면서 '패싱' 논란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관련기사 : '기세등등' 유병호 "조은석 위원, 전현희 중범죄 행위 삭제" https://omn.kr/24ldy).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 사무총장에게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감사원은 해당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전자정부법 25조에는 '업무의 성격상 또는 그 밖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가 있다"면서 "원래 감사원에서의 열람은 전부 서면으로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감사원의 특성 및 관행상 해당 법 조항의 '예외 사항'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 의원은 "지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변경 의결한 게 2980건이라고 했는데 모두 전자형태가 아니라 종이형태로 했나. 아니잖나. 전자형태로 다 해왔고 관련 규정도 그렇게 돼 있잖나"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유 사무총장은 "전체 위원님들 다 열람하기 때문에, 전자적으로 그렇게 보는 게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탄희 의원이 "유병호가 말하면 법이냐"고 꼬집었을 땐, "의원님께서 법을 비틀고 있지 않느냐"고 되받았다. 그러면서 전자정부법 25조의 예외조항을 재차 반복해 말했다.
이 의원은 "전자문서로 생성하지 않은 경우엔 (예외조항대로)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전자문서로 생성하면 대통령령의 규정을 받는 거다"고 지적했다. 이미 전 전 위원장에 대한 최종 감사결과를 전자문서로 생성한 이상, 해당 시행령의 규정에 맞게 일을 진행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감사원장님을 몰아내기 위한 술책 때문에..."
▲ 나란히 출석한 유병호 사무총장-황해식 국장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놓고 격론을 벌인 감사원 회의록과 관련한 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오른쪽은 황해식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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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병호 사무총장은 지난 1일 감사위원회에서 자신이 거친 태도를 보였던 것은 "원장님을 (해당 감사에서) 몰아내기 위한 술책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조은석 감사위원이 전 전 위원장에게 고발당한 최재해 감사원장을 심의에서 제척하려 했기 때문에 자신이 강하게 나섰다는 것.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유 사무총장은 조 위원의 제척 주장에 "그것은 궤변이다", "감사원 74년 역사상 이런 것은 처음 본다", "지금 말씀하시는 것이 감사원법 위반이다. 법을 조롱하고 계시다"고 맞서고 나섰다. 이 외에도 유 사무총장은 감사위원들의 발언마다 반박하고 나서면서 최재해 원장조차 "발언권을 얻고 말하시라"며 여러 차례 제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유 사무총장은 "사무총장이 어떤 권한으로, 감사원법 어느 조항에 의거해서 감사위원회의에서 말을 함부로 하게 됐나"는 최강욱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사무총장으로서 당연히 발언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제가 회의에 참석한 건) 낌새와 정황, 어느 정도 뭘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재해 원장 심의 제척은) 정식 의안이 아니었는데 원장님을 불법적으로 위원회에서 배척하기위해 그런 논의를 진행하는 (상황)"이라든가, "원장님을 몰아내기 위한 술책 때문" 등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최 의원은 최재해 원장에게 "저런 사무총장을 데리고 일을 하시고 계신다. 사무총장이 감사위원을 겁박하고 나대는 경우를 봤나. 왜 기관장으로서 주의를 주지 않나. 대통령실하고 직속으로 통하는 총장이라서 무섭나"라고 질타했다.
최 원장은 "저에 대해서, 함부로 얘기하지 마시고"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또 "(조 위원의 감사원장 심의 배척 주장은) 저도 30년 이상 (감사원에서) 근무하면서 처음 들었던 얘기다. (반발했던) 사무처를 이해한다"고 유 사무총장에게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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