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도 놓친 신출귀몰 장맛비…물폭탄 맞은 남부 또 때린다

천권필 2023. 6. 2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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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굵어진 29일 오전 양복 차림의 한 남성이 바지를 걷어 올린 채 광화문광장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예측하기 어려운 게릴라성 장마가 이어지면서 29일 서울 등 전국 곳곳에 물폭탄이 쏟아졌다. 30일까지 남부지방에는 다시 한번 강한 비가 쏟아지겠고, 이후 주말 동안에는 찜통더위가 나타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장마전선(정체전선)이 북상하면서 오전부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강한 비를 뿌렸다. 강원 춘천(북산)과 충남 서산은 오후 한때 1시간에 각각 59㎜, 59.4㎜에 이르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통상 강수량이 시간당 30㎜ 이상이면 ‘매우 강한 비’로 본다. 서울 역시 마포구가 시간당 28㎜의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이에 따라, 수도권을 포함한 대부분의 중부 지방에는 호우특보가 내려졌다.


전국 곳곳 시간당 50㎜ 이상 물폭탄 맞아


김영옥 기자
이번 장마는 초기부터 제주에서 강원 춘천까지 전국을 돌면서 시간당 최대 70㎜에 이르는 폭포비를 쏟아내고 있다. 기상청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26~29일 동안 시간당 50㎜가 넘는 물폭탄을 맞은 지역이 12곳에 이른다. 시간당 강수량이 50㎜를 넘으면 보행자가 안 보이고 차량 와이퍼도 소용없을 정도로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고, 침수 등 비 피해 가능성도 커진다.

문제는 대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비구름이 순식간에 발달해 국지적으로 강한 게릴라성 폭우를 쏟아내다 보니 그만큼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27~28일에도 슈퍼컴퓨터가 계산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의 최대 강수량은 90㎜였지만, 실제 광주광역시에는 하루 만에 274.6㎜의 기록적인 비가 내렸다. 한 기상청 예보관은 “한국은 물론 외국의 수치모델들도 강한 강수를 잡아내지 못해서 예보관들 사이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장시간 있었다”며 “강수 강도를 한 단계 높였는데도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비가 내렸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기상센터에서 예보관 등 직원들이 컴퓨터 화면의 기상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은 장마 기간 비구름대가 매우 작은 규모로 전국 곳곳에서 발달하면서 예측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장마전선과 저기압이 맞물리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수치모델은 10㎞ 안팎의 격자 해상도를 가지고 날씨를 예측하는데 최근 발생한 저기압 소용돌이 중에는 2㎞의 작은 규모도 있다 보니 탐지가 어려웠다”며 “수증기량이 워낙 많은 상황이어서 이런 저기압 소용돌이가 트리거(방아쇠)가 돼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30일까지 남부 최대 250㎜…“때린 데 또 때려”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시민이 우비를 입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장마전선은 점차 남하하면서 남부 지방에 30일까지 다시 많은 양의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과 전남, 제주도는 100~200㎜의 비가 내리겠고, 많은 곳은 250㎜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지는 곳도 있을 전망이다. 경남 지역도 50~120㎜, 많은 곳은 15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서울도 서해상에서 많은 양의 수증기가 계속 유입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져, 이날 밤까지 다시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남부 지방은 이미 매우 많은 비가 내려서 지반 자체가 약해지고, 물을 많이 먹은 상황”이라며 “한번 때린 데를 또 때리는 것이어서 경각심을 갖고 비 피해가 없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말인 다음 달 1일과 2일에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장맛비가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남해안과 제주도는 1일 오전까지 비가 이어지는 곳이 있을 전망이다. 비가 그친 뒤부터는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1일 서울의 한낮 기온이 34도까지 오르는 등 최고 35도에 이르는 반짝 폭염이 나타날 전망이다. 여기에 계속된 비로 인해 습도도 높아 찜통더위가 주말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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