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내 목뼈 골절 후 숨졌는데 상해죄?…검찰, 살인죄 기소

경찰, 사건 발생 8개월 지나서야 남편 입건…상해죄로 불구속 송치
검찰, 신체 방어흔 발견·목 졸림에 의한 질식 등 살인 정황 찾아 내

경찰이 남편에게 폭행 당해 목뼈가 부러진 후 사망한 60대 여성의 남편을 단순 상해죄로 검찰에 넘겼으나 사건을 수상하게 여긴 검찰이 재수사를 통해 살인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광주지검 순천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최선경)는 29일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 목을 졸라 숨지게 한 A씨(70)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21년 12월 전남 고흥군 소재 주거지에서 32년간 함께 살아온 사실혼 배우자 B씨(66)의 얼굴을 폭행하고 목뼈를 부러뜨리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다.

검찰은 A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B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화가 나 B씨의 얼굴을 때리고 목을 졸라 경부 압박에 따른 질식사로 판단해 살인죄를 적용했다.

앞서 사건을 수사한 고흥경찰서는 변사사건 신고 접수 후 부검 등을 실시해 사건 발생 8개월이 지나서야 상해죄로 입건한 뒤 올해 2월 불구속 송치했다.

B씨 사망 후 국과수로부터 부검결과서를 받은 뒤 피의자 입건도 8개월 미루고, 1년 2개월 동안이나 사건을 조사한 뒤 단순 상해죄를 적용해 검찰에 넘긴 것이다.

경찰은 B씨가 A씨에게 폭행을 당해 목이 골절된 후 사망했으나 살인이나 상해치사죄를 적용할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해 단순 상해죄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법의학 감정 및 통합 심리분석, 참고인 조사 등에 대한 보완 수사를 통해 A씨가 B씨를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법의학 감정으로 B씨의 사인이 ‘타인에 의한 목 졸림’을 확인하고, 임상 심리평가, 뇌파 분석 등 통합심리분석을 통해 살인을 부인하는 A씨의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금융계좌와 과거 사건기록을 분석해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서 갈등 관계도 확인하면서 B씨의 신체 방어흔 발견, 목 졸림에 의한 질식 등을 다시 확인하는 등 살인 정황을 찾아냈다.

순천=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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