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통화스와프 8년 만에 재개…“금융 분야도 복원”

2001년 시작 후 관계 악화로 2015년 종료
계약 규모 100억 달러, 기간은 3년
대통령실 “양국 관계 복원 보여주는 진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일본 재무성에서 열린 '제8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해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만나 악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한국과 일본이 8년 만에 통화스와프 협정을 재개하기로 29일 합의했다.

계약 규모는 100억 달러이며, 계약 기간은 3년이다.

한국이 원화를 맡기면 일본은 달러화를, 반대 상황에서는 한국이 달러화를 빌려주는 형식이다.

최근 한·일 관계가 급속히 회복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대통령실도 “지난 3월 한·일 회담 이후 안보·산업 분야에서 빠르게 회복된 양국 관계가 금융 협력 분야에서도 복원되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환영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일본 도쿄 재무성에서 스즈키 슌이치 재무장관과 제8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한·일은 통화스와프를 8년 전 종료 당시 규모였던 100억 달러로 맞추는 데 뜻을 같이 했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 비상시기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이번에 체결한 통화스와프는 자국 통화를 미국 달러화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비상 시 달러를 확보하기가 쉬워진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일본 재무성에서 열린 '제8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 부총리는 “한·미·일 등 보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외환·금융 분야에서 확고한 연대와 협력 틀을 마련한 것”이라며 “자유시장경제 선진국 간 외화유동성 안전망이 우리 금융·외환시장까지 확대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일 양국은 2001년 7월 첫 통화스와프를 맺은 것을 시작으로, 2011년 10월까지 그 규모를 늘렸다.

2011년 당시 한·일 간 통화스와프 규모는 7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2012년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면서 한·일 관계가 빠르게 악화됐고, 통화스와프 계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결국 2015년 2월 양국 간 협정은 완전히 끝났다.

이후에도 통화스와프를 재개하기 위한 논의도 있었지만, 한·일 갈등으로 번번이 중단됐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가 급속히 회복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3월 정상회담에서 수출규제 해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취하 등에 합의한 후 양국 경제협력에도 속도가 붙었다.

한국은 지난 4월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 다시 포함했고, 일본도 지난 27일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 추가했다.

대통령실은 통화스와프 복원을 환영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2015년 2월 종료된 한·일 통화스와프를 100억 달러 규모로 재개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어 “아울러 미국과 일본 등 보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우리 정부가 외환 금융 분야에서 확고한 연대 틀을 구축함으로써 자유시장 선진국들과의 외화유동성 안전망이 우리 외환 금융시장으로 확대된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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