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희롱범' 이어 '박사방회원' 공무원 되나…헌재결정 파장

문현경 2023. 6. 2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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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텔레그램으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했다는 '박사방'의 존재가 알려져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사진은 운영자 조주빈이 검찰로 송치될 때 모습. 강정현 기자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 범죄자라 하더라도 영원히 공무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건 지나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공무원시험 준비생 A씨는 텔레그램 ‘박사방’ 등에서 피해자를 협박·착취해 만든 아동·청소년 음란물 약 400건을 내려받아 가지고 있었다. A씨는 다운로드뿐 아니라 업로드도 했는데, 재판에 넘겨져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음란물 소지)으로 벌금 7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받았다. 항소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고 지난해 확정됐다.

현행법상 A씨는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공무원이 될 수 없다. 국가공무원법상 임용 결격사유에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형이 확정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가 낸 헌법소원심판을 통해 앞으로는 공무원이 될 수도 있는 길이 열렸다.

헌법재판소는 29일 A씨가 국가공무원법 33조 6의4 나(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2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 용어사전 > 국가공무원법 33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1. 피성년후견인
2.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
3.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집행이 끝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4.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5.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 그 선고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
6-1. 법원의 판결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자격이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
6-2. 공무원으로 재직기간 중 직무와 관련하여
「형법」

제355조 및 제356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로서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6-3.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사람으로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
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
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4조제1항제2호 및 제3호에 규정된 죄
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스토킹범죄
6-4. 미성년자에 대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러 파면ㆍ해임되거나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그 형 또는 치료감호가 확정된 사람(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그 집행유예기간이 경과한 사람을 포함한다)
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
나.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따른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
7. 징계로 파면처분을 받은 때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8. 징계로 해임처분을 받은 때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이날 헌재의 결정은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 전과자의 공직 진입을 허용해야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목적(아동·청소년의 성 보호)과 수단(공무원 임용 제한)은 적절하지만, 방법이 지나치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직무 종류에 상관없이 ▶영구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봤다. 죄의 경중이나 재범의 위험성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일반직 공무원 중에서 아동·청소년과 관련 없는 직무도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며, 지금은 범행 후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결격사유가 해소되지 않는데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임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다만 모든 재판관이 이렇게 생각한 건 아니다. 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소지에 이르기까지는 다양한 형태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전제된다”며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죄에 대한 현저한 비난 가능성과 공무원에게는 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된다는 점을 함께 고려할 때 일률적으로 공직 진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봤다. ‘영구 결격’에 대해서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행위자의 습벽 등에 의해 저질러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단기간에 교정되지 않고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으며, 재범의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과도한 게 아니라고 봤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해당 국가공무원법 조항과 관련해 지난해 11월에는 ‘아동 성희롱으로 형이 확정된 경우에 대해 영원히 공무원이 못 되게 하는 건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했다. 입법 목적은 정당하나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는 취지로, 이날 결정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에도 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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