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생애 첫 콩쿨... 우리에겐 성공체험이 필요하다

홍병진 2023. 6. 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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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이라는 원동력을 얻기 위해 필요한, 작은 성취의 경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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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진 기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성공하길 꿈꾼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과 내일을 바라면서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어떻게 매번 성공할 수 있을까. 일상의 작은 성공체험이 필요하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삶의 곳곳에서 원동력이 되어준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가 얼마 전 피아노 콩쿨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피아노를 배운 지 일 년, 처음 도전해보는 공식 경연이다. 아직 어린 9살 아이에겐 '타인의 평가'라는 저울 위에서, 그간 해온 자기 노력의 무게를 달아보는 순간이다.

삶의 모든 순간이 그렇듯 처음은 늘 설렘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아이의 첫 도전에도 이런 감정이 가득했다. 그렇게 난생처음 경쟁이라는 구도에 들어갔다.

자기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기까지
 
 피아노
ⓒ 픽사베이
"아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학원에서 다섯 명이 콩쿨에 참여하는데, 다들 나보다 나이가 많아. 그리고 나만 첫 도전이래..."
"첫 도전이면 어때서, 결과를 떠나서 도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지 않을까, 그리고 처음이라 더 부담 없지. 아들,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아, 준비하는 과정 자체에서 배울 점이 있을 거야."
"그래. 그럼 한 번 해볼게..."
"아빠는 무언가에 도전하는 아들이 멋지다고 생각해."
다소 부담감을 갖고, 걱정 어린 마음으로 시작한 아들의 콩쿨 도전은 약 2개월간의 연습 기간을 거쳤다. 학원뿐만 아니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집에서도 틈나는 대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아이를 볼 수 있었다. 시키지 않은 것에 스스로의 의지가 더해진 연습, 바로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아이의 모습이었다. 아들이 게임, 유튜브 외에 아이 스스로 몰입하는 순간은 나에게도 낯선 광경이었다.  
 
"퍼즐 하나를 맞추더라도 숨소리조차 죽여가며 집중한다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화장실 가는 것도 잊은 채 완전히 빠져 있다면 그때가 바로 초집중, 즉 몰입의 순간이다. 몰입은 주위의 모든 잡념, 방해물들을 차단하고 원하는 어느 한 곳에 자신의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일이다.(...)몰입의 경험은 우리를 배움으로 이끌고, 삶에 대한 강한 열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야기다."
-'교실이 달라졌어요 (자기주도학습 편)' EBS 교실이 달라졌어요 제작팀

긴장감과 설렘을 동시에 갖고 시작된 피아노 콩쿨 연습은 아이를 몰입이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연결해 주었다. 아마도 이런 마음가짐의 동기는 좋아하는 것을 잘 해내고자 하는 아이의 심리와, 약간의 경쟁심과, 결과가 공개된 다는 점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싶다.

어디 이런 환경이 아이들 세상뿐인가. 회사라는 곳은 늘 경쟁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러한 경쟁 시스템 속에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곳이다. 경쟁이 없는 회사는 사실 생존하기 어렵다. 공개된 경쟁과, 무언가 더 잘 해내고 싶은 인간의 심리가 더해져, 우리는 회사에서 몰입이라는 순간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성과, 성공이라는 단어와 연결될 때 우리는 한 번 더 도약하게 된다. 바로 자신감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얻으면서 말이다. 피아노 콩쿨 대회가 끝나고 며칠 뒤, 아이가 집으로 들어오면서 큰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아빠, 엄마!! 나 대상이야~~ 상장하고 트로피도 받았어. 근데 내가 어떻게 대상을 받은 거지? 내가 그렇게 잘했나?"
"아들 고생했네, 축하해. 스스로 열심히 노력했잖아, 그리고 충분히 잘했어. 예전에 어린이집 다녔을 때도 상 많이 받았잖아, 이번엔 왜 이렇게 좋아해?"
"그건 그냥 다 주는 거고, 이건 좀 다르지, 내가 노력해서 얻은 거니까~"
 
 파이노 콩쿨 수상
ⓒ 홍병진
 
집에 오는 발걸음마저 재촉한 듯, 얼굴 한가득 수상의 기쁨과 결과에 대한 자부심, 성취감 등이 어우러진 모습이다. '내가 왜?'라는 말을 연신 내뱉는 것을 보니, 아들은 아직은 본인이 얻어낸 결과, 즉 자기 실력을 확신하지는 못 했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성공체험이 회를 거듭하면 의심은 확신으로 전환될 것이다.
할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의 말보다는 '좋아! 할 수 있어!'라는 자기 긍정과 확신을 가득 담고 사는 아이로 커가길 바란다.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이런 경험들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쩌면 부모의 역할일 수 있겠다.
 
"학습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은 자신감이다. 자기효능감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믿음으로, 주어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자신감을 말한다. (...) 스스로 행동해서 달성하는 성공의 경험이 중요하다. '너는 할 수 있어'와 같은 주위의 격려도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교실이 달라졌어요 (자기주도학습 편) ' EBS 교실이 달라졌어요 제작팀

경쟁의 이점

경쟁은 때론 우리를 힘들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좋아서 하는 관심 분야에 있어, 약간의 경쟁과 공식적인 평가는 자기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자부심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통상 올바른 성공은 정확한 자기 인식에서 출발하곤 한다. 비록 좋지 않은 결과가 있을지라도 적당한 도전은 노력과 동기를 유발한다. 아이에게 이번 경험이 자신감으로 이어지길, 성장의 원동력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아빠, 이번 콩쿨하면서 좋은 점이 많았어. 상, 트로피, 선물, 마라탕(학원에서 원장님이 사주는)...ㅎㅎ"
"그런 것도 좋지만, 아빠는 아들의 도전하는 모습이 더 멋졌어. 다음에 또 한 번 도전해 보는 건 어때?"
"그럴까. 음, 그래 한번 해보지 뭐. 근데 잘 안되면 어쩌지?"
"걱정하지 마, 잘될 거야. 그리고 혹시 못하면 또 어때? 그것도 좋은 경험이야."
 
 들판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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