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 6개월 동안 '화환 금지'…헌재 "표현의 자유 침해”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배석해 있다. 뉴스1

선거 전 6개월 동안 화환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9일 헌재는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화환을 설치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선거법 조항(90조 1항, 256조 1항)에 대해 청주지법에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장기간 동안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화환의 설치를 금지하는 것으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화환의 설치는 경제적 차이로 인한 선거 기회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으나, 선거법상 선거비용 규제 등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또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금지 규정 등을 통해 무분별한 흑색선전 등의 방지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바로 효력을 정지하면 혼란이 생길 수 있어 국회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헌재는 선거법 조항 개정 시한을 내년 5월 말로 정했다. 그때까지 개정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해당 법 조항의 법적 효력은 바로 사라진다. 헌재는 “정치적 표현행위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허용할 것인가는 입법자가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

김영환·이혜훈에 “충북이 호구냐” 근조화환

지난해 4월 충북도청 앞에 국민의힘 김영환, 이혜훈 충북지사 예비후보의 출마를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근조화환 50여 개가 설치돼 있다. 뉴스1

지난해 4월 충북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타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했던 김영환(경기 안산 상록을)·이혜훈(서울 서초갑)이 예비후보로 등록하자 시민단체인 충북학생청년연합은 “충북이 호구로 보이냐” “철새 정치 그만하라”는 등 이를 비판하는 내용의 근조화환 50개를 충북도청 앞에 설치했다. 해당 시민단체 대표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사건을 맡은 청주지법은 지난 3월 직권으로 선거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지난 3월과 지난해 7월에도 선거 전 6개월 동안 인쇄물 살포와 현수막 설치 등을 금지하는 선거법 조항에 대해 각각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은 정치적 기득권자에게 유리한 반면, 도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여 정치적 신인의 등장을 제약하게 된다”며 “정치적 표현에 대하여는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하여야 한다”(지난해 7월 헌재 결정문)고 지적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