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축제일에 코란 불태워…스웨덴, 나토 가입 또 물건너 가나
스웨덴 경찰이 28일(현지시간) 수도 스톡홀름에 위치한 이슬람 사원 앞에서 이슬람 경전인 코란 화형 시위를 허용했다.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나토정상회의를 열흘 여 앞두고 벌어진 일로, 그간 스웨덴 나토 가입을 반대해온 튀르키예 정부는 “극악무도한 일”이라고 분노했다.
미국 CNN 방송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이날 스웨덴 경찰이 코란을 불태우는 행사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허용했다고 전했다.
스웨덴 공영방송 SVT의 영상에 따르면, 이날 시위 주최자 살완 모미카(37)는 코란에 돼지고기로 만든 베이컨 조각을 끼워 넣고 책을 찢어 신발을 닦은 뒤 불태웠다. 모미카는 이라크 출신의 스웨덴 시민권자이며 무신론자다.
모미카는 CNN에 “3개월간의 법적 다툼 끝에 이번 시위를 허가 받았다”면서 “이 책(코란)은 민주주의, 윤리, 인권, 인간 가치, 여성의 권리 등에 대해 매우 위험한 내용을 서술하고 있어 전 세계에서 판매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방해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덧붙였다.
헬레나 보스트롬 토마스 스톡홀름 경찰 대변인은 “시위에 따르는 위험과 제약 사항을 고지했지만, 시위 신청자가 끝까지 원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나토 정상회의서 동맹 가입 추진
현재 스웨덴은 나토의 32번째 동맹국이 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지난해 5월 핀란드와 함께 나토 동시 가입을 추진했지만, 지난 4월 핀란드의 나토 가입만 승인됐다. 당시 헝가리와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가입을 반대했다. 나토 규정상 신규 가입은 회원국 만장일치로 결정된다.
나토는 다음달 11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니우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의 가입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 튀르키예와 스웨덴 수뇌부 간 회동 등을 추진하고 있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스웨덴을 나토의 정회원으로 환영할 때”라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CNN은 튀르키예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토 가입에 대한 스웨덴의 희망을 다시 한번 무너뜨릴 수 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극악무도한 행위”
실제로 이날 튀르키예는 스웨덴에서 열린 코란 화형 시위에 즉각 날선 반응을 보였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극악무도한 행위”라고 성토했다. 이어 “스웨덴 정부도 공범”이라면서 “‘표현의 자유’를 핑계 삼아 반(反) 이슬람적 행동을 허용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이슬람 축제 기간인 ‘이드 알 아드하(Eid al-Adha)’ 첫날에 코란을 불태운 것에 대해 “비열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의 파레틴 알툰 공보국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스웨덴이 이슬람 혐오증을 조장하고, 우리의 종교에 대한 증오를 계속 증폭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난다”면서 “나토 가입을 원한다면, 이슬람 증오와 외국인 혐오를 조장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월 덴마크 극우 정당 '강경 노선'의 라스무스 팔루단 대표가 스톡홀름에 위치한 튀르키예 대사관 앞에서 코란 사본을 불태우면서 양국 관계가 크게 악화됐었다. 당시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선 시민들이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스웨덴 국기를 불태우는 등 맞불 시위를 벌였고, 튀르키예 정부는 국방장관 회담을 취소하는 등 강경 대응했다.
한편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이번 코란 화형 시위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시위는) 합법적이지만 적절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항상 차분함을 유지하고 국가의 장기적인 이익에 무엇이 최선인지 집중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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