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500원 인상’ 시위에 선동혐의…ZARA 하청노조 체포

글로벌 의류브랜드 자라(ZARA) 등에 납품하는 미얀마 공장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다가 해고·체포됐다.

29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의 중국인 소유 의류공장 노동자들이 지난 10일 일당을 기존 4800짯(약 3000원)에서 5600짯(약 3500원)으로 800짯(약 500원)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후 시위를 주도한 노동조합 간부 5명을 비롯해 7명이 해고됐고, 8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선동·불법연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미얀마 노동단체인 ‘액션레이버라이츠’는 “이들은 그 어떤 정치적 요구도 하지 않았다. 단지 노동쟁의일 뿐”이라며 “왜 군사정권은 그들에게 정치범 혐의를 씌우고 권리를 침해한 고용주를 보호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미얀마에 파견된 유럽연합(EU) 대표단도 지난 20일 “노동쟁의로 구금된 노동자들과 미얀마 의류산업 부문의 복지 등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즉각 석방과 복직을 요구했다.

이에 자라 모회사인 스페인 패션그룹 인디텍스는 “해당 공장에서 더는 의류를 공급받지 않을 것”이라며 “미얀마에서 점진적이고 책임 있게 철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혼란이 이어지면서 미얀마에서 많은 외국 기업이 철수했다. 세계적 의류업체들도 미얀마 하청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네덜란드 C&A, 아일랜드 프라이마크, 영국 테스코와 막스&스펜서 등이 노동자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미얀마 공장에서 제품을 공급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기업 패스트리테일링도 지유(GU) 브랜드의 미얀마 하청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미얀마 경제에서 의류 생산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19∼2020 회계연도 기준 미얀마의 의류 수출은 48억 달러(약 6조3000억원) 규모였다. 미얀마 의류 공장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 등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해왔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