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야 산다' LG 신민재, 대주자 '조연'에서 방망이도 '주연'으로

이형석 2023. 6. 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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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인천 SSG전 종료 후 흙투성이 뒤덮인 신민재의 상의 유니폼. 인천=이형석 기자 
LG 트윈스 신민재(27)는 뛰어야 산다. 대주자 전문 요원이었던 그가 이제는 방망이로도 주인공이 되고 있다. 

신민재는 지난 28일 SSG 랜더스와 인천 원정경기에 9번 타자·2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1타점 2도루로 팀의 선두 수성(8-6 승)을 견인했다. 전날(27일) SSG전에 9번 타자·2루수로 선발 출전해 멀티 홈런을 폭발한 김민성을 대신해 신민재를 내보낸 염경엽 LG 감독의 선택에 100% 응답한 것이다. 

이날 신민재가 기록한 3안타는 개인 한 경기 최다 안타였다. 그에게는 아주 의미 있는 3안타였다.

인천고 출신 신민재는 신장 1m71㎝의 작은 체구 탓에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하고 2015년 두산 베어스 육성 선수(연습생)로 입단했다. 2017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이적한 뒤 2019년 1군에 데뷔했다. 
5월 30일 잠실 롯데전에서 2루 도루에 성공하는 신민재. 잠실=정시종 기자 
그의 역할은 백업 선수였다. 특히 빠른 발을 활용한 대주자 전문 요원으로 활약했다. 2019년에는 10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잘하면 본전인 역할이 그의 몫이었다. 도루 실패나 주루 미스를 범하면 비난이 쏟아지기 일쑤였다. 무언가 보여줄 시간이 짧았지만, 부담감은 컸다. 결국 잘 뛰어야 1군에서 계속 생존할 수 있는 위치였다. 

올 시즌도 출발은 마찬가지였다. 4월 초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도 4월 28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시즌 첫 타석을 소화했다. 이날 8회 대주자로 투입돼 도루에 성공한 뒤 연장 10회 첫 타석에서 첫 안타를 신고했다. 

서건창이 부진(타율 0.207) 끝에 2군에 내려간 뒤 5월 말부터 신민재는 선발 출장 기회가 늘어났다. 좌타자인 그는 우타자 김민성과 번갈아 출전 중이다. 빠른 발과 함께 타석에서도 강점을 보이면서다. 규정 타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7일 경기에서 개인 첫 3안타를 터뜨리며 타율을 3할대(0.307, 86타수 23안타)로 끌어올렸다. 개인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종전 2019년 총 19안타)를 경신했다. 5월 9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4-4로 맞선 연장 10회 2사 2, 3루에서 끝내기 안타의 기쁨도 누렸다. 
신민재가 5월 9일 잠실 키움전 연장 10회 2사 2, 3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끝내기 내야안타를 완성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신민재는 "지난해 퓨처스(2군)리그에서 많은 타석을 경험한 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선발 출장이 늘어나) 첫 타석에 못 쳤어도 두 번째, 세 번째 타석에서 또 재정비해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솔직히 심적으로 여유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빠른 발은 여전하다. 도루 1위(18개)다. 지난해 도루왕이자 올 시즌 부문 2위를 달리는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17개)과 비교하면 타석 수 소화가 4분의 1수준인 데도 놀랄 만큼 베이스를 훔쳤다. 지난해까지 62.9%였던 도루 성공률도 올해 78.2%까지 올랐다. 그는 "대주자를 해도 상관 없다. 물론 주전으로 나가면 더 좋다. 비중이 커지면서 욕심도 많이 생긴다"고 했다. 
5월 9일 잠실 키움전 끝내기 안타 후 기뻐하는 신민재. 잠실=김민규 기자
28일 경기 후 그의 유니폼은 흙투성이로 덮여 있었다. 슬라이딩 때 생긴 부상 탓에 하의에 핏자국도 보였다. 그는 "유니폼이 더러워질수록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염경엽 감독은 "신민재가 볼을 잘 골라낸다. 9번 타자로는 출루율(0.366)과 작전 수행 능력이 좋다"며 "1~2점 차 싸움을 하는 에이스급 투수를 상대할 때 신민재의 활용폭이 더 넓어진다.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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