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실 안전은 누가? 경남교육청 vs 영양교사 갈등 지속

학교 현장 안전보건관리를 둘러싼 경남교육청과 영양교사와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관련 토론회 개최를 제안했다.

29일 민노총 경남본부는 도 교육청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청 안전보건관리규정 미비점 검토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토론회 개최 및 참가 등을 촉구했다.

민노총 경남본부가 경남교육청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관련 토론회 개최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이세령 기자]

이들은 “학교에는 교사, 공무직, 기간제 등 수많은 노동자가 있지만, 지역별 지원청에 안전보건을 담당할 전문가가 없다”며 “지원청에 안전보건 전담 부서를 만들고 인력 배치, 예산 책정으로 학교 현장을 지원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방안을 찾고 관리감독자 권한과 역할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학교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방안 토론회를 열고자 한다”라며 “도 교육청에서도 오는 7월 7일 오후 2시에 열릴 토론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논의하자”고 했다.

앞서 도 교육청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3일까지 공립학교 행정실장, 주무관, 영양사, 영양교사, 지역청 현업업무 종사자와 담당자 등 3000여명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업무 이해 강화 연수를 시행했다.

지역별로 이뤄진 총 13회의 연수 중 7차 연수가 진행되는 동안 도내 영양사 및 영양교사 총 567명 중 12명만 연수에 참석한 것이 파악됐다.

박종훈 교육감은 지난 12일 이들의 집단 불참을 두고 감사를 지시했다.

그는 “공무원이 역할에 최선과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면 공무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감사관은 연수 불참이 영양교사들의 집단적, 조직적인 행동인지 아닌지 즉각 감사해 책임을 물을 사람에게는 엄격하게 책임을 묻도록 하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감 행정명령권을 발동해 영양교사들만 따로 도 교육청 본청에 모아서 연수를 다시 하라”고 했다.

박 교육감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무원의 후생 복지가 중요한 것은 알지만, 공무원의 후생 복지를 위해 교육감이 된 것 아니다”며 “공무원은 국민의 충복이어야 하고 일과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교육감의 명확한 인식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강조했다.

영양교사들은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학교급식 업무를 총괄하는 영양교사와 영양사가 현업업무 종사자로 분류된 것에 반발해 왔다.

이들은 자신들과 사전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연수가 진행됐고 교육청이 영양교사에게 중간관리자 역할과 안전보건 책임을 미루려 한다고 여겨 연수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경남지부가 경남교육청 앞 도로에서 영양교사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이세령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는 지난 28일 오후 도 교육청 앞 도로에서 영양교사대회를 열고 이를 규탄했다.

이들은 “갑자기 교육청에서 산업안전보건업무 이해 강화 연수를 안내해 학교 현장이 아주 혼란스러웠다”며 “학교 안전보건관리 담당은 영양교사가 아니라 학교장인데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영양교사에게 안전보건 책임을 떠넘기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관리감독자인 학교장이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힘드니 그 업무를 아래 사람에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게 아니라 관리감독자가 제대로 그 역할을 하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수 불참에 관련한 감사에 대해서는 “개인 휴대전화를 살펴보는 등 부당하고 무리하게 진행했다”라고 했다.

이들은 ▲학교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 책임자인 관리감독자 역할 강화 ▲학교 산업재해와 중대재해 예방 및 사안 처리 업무 지원 등을 요구했다.

이에 도 교육청 관계자는 “연수 안내 공문에 산업안전보건법을 제대로 인식하고 공유하는 자리라고 기재했으나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며 “다른 시·도교육청의 관련 사례 여부를 살펴보고 갈등을 풀어갈 방안과 체계 보완 방법을 고민하고 토론회 참여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에 대해서는 “관련 감사가 진행 중이라 감사 대상과 조사 방식을 밝힐 수는 없으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