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투어'부터 '단식·투쟁' 까지…총선과 엮인 민주당의 '후쿠시마 프레임'

김민석 2023. 6. 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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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탄대회 지역위 동원령…'현수막 게첩' 이어 당 차원 지시
단식 참여 독려…IAEA비판·PIF서한 등 '무례한 외교전'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정책의원총회에 앞서 개최한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 반대 국민 서명 100만 돌파 국민보고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 저지를 고리로 반일(反日) 여론 조성 프레임을 짜고 있다. 전국을 돌면서 현지 여론을 부추기는 것을 시작으로 당내 의원들을 향해 단식 투쟁에 동참하라는 독려까지 방법도 다양하다.


아울러 다음 달 1일 열릴 범국민대회에는 전국 지역위원회 참석 의무화 지시까지 떨어지면서 규탄대회가 차기 공천에 대한 줄세우기 경쟁으로 이어질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규탄 움직임이 내년 총선 준비와 궤를 같이한다는 시각을 내놓으면서 여론 반전 효과를 불러오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다음 달 1일 서울 남대문 인근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집회는 지난 5월 26일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으로부터 시작된 전국 순회 장외 집회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후 지난 3일 부산 자갈치 시장을, 17일엔 본인의 지역구가 있는 인천의 부평역에서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에 대한 반대 여론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이어 22일에는 강릉의 주문진 시장을 방문해 어민들의 반발을 부추기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일정에 당 지도부의 관여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민주당은 각 시·도당에 발송한 공문에서 이번 규탄대회 참석대상으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 전국위원장, 주요 당직자와 지역위 핵심당원 등'을 명시했다.


심지어 민주당의 한 지역위는 "각 지역위는 깃발을 들고 참석해달라. 도당 깃발은 오후 3시에 집회 장소에 세우겠다. 오후 3시 30분까지 도당 깃발 주위로 모여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 공지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당내에선 이 같은 동원령이 과거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투기를 반대하기 위한 현수막 게시 상황 취합 지시와 기시감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조직국은 이번 달 초 7일까지의 지역위원회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지역별로 몇 개씩 내걸었는지 세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의 전국 지역위원회 소속 인사들은 요즘 출퇴근 시간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든 채 차량을 향해 인사를 하는 모습도 연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반대를 위한 당내 의원들의 단식농성 참여를 독려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의원들은 지난 28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하루 이틀씩 단식농성에 동참해달라. 격려 방문이 아닌 단식농성 참여로 정부여당에 강력히 경고하자"는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재갑 의원은 단식을 시작한지 8일 만인 지난 27일 이를 중단했다. 지난 26일부터 단식에 들어간 우원식 의원은 현재 진행 중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는 잘 알겠는데 접근 방식이 잘못 됐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며 "특히 중앙당 차원에서 지역에 의무적인 책임을 지게 하는 건 결국 얼마나 잘하느냐를 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총선이 1년도 안 남은 상황에서 지도부 차원에서 이런 걸 시키는 건 결국 공천 관련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세번째)가 26일 오후 국회 본청앞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 한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7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윤재갑 해양수산위원장(왼쪽 세번째)과 동조단식에 돌입한 우원식 의원(왼쪽 네번째) 등과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일각에선 민주당의 외교전을 통한 국면 전환 시도 역시 부담이 확대되고 있단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 후쿠시마원전오염수해양투기저지대책위원회도 지난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AEA의 중립성을 지적하며 "안전성 검증 비용에 대해 일본의 지원을 받고 있다면 검증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IAEA에 보내겠다고 했다.


민주당 내 김근태계 의원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가 지난 27일 "IAEA는 믿을 수 없다"며 오염수 문제를 9월 열리는 유엔 정기총회 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한 국회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비슷한 의견이 나온 것이다. IAEA는 1957년 유엔 산하 독립기구로 설립돼 유엔총회에 활동 보고서를 제출하는 기구다.


아울러 민주당이 최근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 회원국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관한 서한을 발송한 것 역시 여론을 뒤집어 보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1일 태평양 도서국에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에 관해 국제적 연대를 촉구하는 협조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민주당 측에 서한을 전달 받은 PIF 국가 중 일부는 정부 측에 서한을 발송 받았다고 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오염수는 국제법과 국제기준에 부합되게 처리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 입장에선 광우병 파동 당시를 생각하면서 투쟁에 나서겠다는 것 같은데 후쿠시마와 관련해선 뚜렷한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만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며 "다수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걸 보면 (반대 논리가) 국민들에게 잘 먹히지 않는 것 같은 만큼 외국과 연대하는 방안도 합리적인 스탠스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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